텐센트에 이어 중국 게임업계의 2인자로 꼽히는 넷이즈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실적에서 증권가 추산치보다 낮은 어닝 쇼크를 기록한 가운데 연이은 소송전 등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넷이즈는 이달 10일 동남아시아, 유럽 등지에서 서비스 1주년을 막 넘긴 신작 1인칭 슈팅(FPS) 게임 '하이퍼프론트'의 서비스를 갑자기 중단했다. 지난해 10월 텐센트의 자회사 라이엇게임즈가 "하이퍼프론트가 '발로란트'를 모방했다"며 세계 각지 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한 지 6개월 만의 일이었다.
중화권의 인기스타 저우제룬(주걸륜) 또한 음반사 JVR뮤직을 통해 넷이즈를 고소했다. 지난해 신작 '천하3'를 프로모션하며 저우제룬의 음원을 도용하고 콘서트 티켓 등을 무단으로 뿌렸다는 이유였다. 이 건은 오는 17일부터 저장성 항저우 빈장구 지방법원에서 심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투자 정보 플랫폼 스톡뉴스는 11일 넷이즈 주식 평가 등급을 '강력 추천(Strong Buy)'에서 '추천(Buy)'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마켓 스크리너는 "중국 대형 IT주는 항상 매력적인 선택이지만, 넷이즈는 지금 당장 '최고의 선택'이라 보긴 어려운 것 같다"고 평했다.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넷이즈의 지난 한 해 주가를 살펴보면 150홍콩달러(약 2만5277원)대에 거래되기 시작, 최저 85달러까지 떨어진 후 120달러대로 마감했다. 올해 들어선 150달러에서 120달러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다.
넷이즈의 주가가 올해 120달러까지 급감한 시점은 2월 말, 지난해 연간 실적을 발표한 시점이다. 넷이즈가 당시 발표한 4분기 실적은 매출 25억위안(약 4조7649억원), 당기순이익 매출 25억위안(약 4조7649억원), 영업이익 4억4334만위안(약 8332억원)이었다. 전년 동 분기 대비 매출 4%가 늘었으나 순이익 32.7%가 급감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와의 계약 종료 역시 넷이즈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두 회사의 계약은 올 1월 23일부로 마무리됐다. 이로 인해 중국 내에서 '국민 게임'으로 불리는 워크래프트 3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를 비롯 모든 게임들의 서비스가 중단돼 넷이즈의 중국내 퍼블리셔 사업 역시 차질을 빚게 됐다.
글로벌 인지도 역시 텐센트나 '원신'의 호요버스 등 라이벌들에 비해 밀리는 형편이다. 넷이즈의 대표작 '서유기' 시리즈나 '천하' 등은 대부분 내수 히트작으로 꼽힌다. 2021년 출시한 배틀로얄 게임 '나라카: 블레이드 포인트'가 어느 정도 인지도를 얻고 있으나, 장르 내 경쟁작인 '배틀그라운드', '에이펙스 레전드' 등에 비하면 아쉽다는 평을 받고 있다.
국내 인지도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4월 출시된 '반지의 제왕: 전쟁의 시작'은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6월 신작 '디아블로 이모탈' 역시 초반에는 큰 인기를 끌었으나 현재는 매출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넷이즈가 현재 준비 중인 차기작으로는 앞서 언급한 '나라카'의 모바일 버전이 있다. 또 중국에서 2021년 출시된 후 크게 히트한 모바일 수집형 게임 '해리포터: 깨어난 마법'이 올해 안에 국내를 포함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