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 업체와 포드는 최근 35억 달러(약 4조5500억 원)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미국에 세우기로 합의했다. 17일(현지 시간) 외신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2년 동안의 기묘한 협상 끝에 이루어낸 것이다.
포드와 중국의 CATL은 2021년 초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기 위한 협상을 처음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양사의 결정이 정치적 격랑 속으로 휘말려 들어갈 줄 짐작하지 못했다.
양사의 배터리 공장 설립 발표는 지난해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늦춰졌다. 미국과 중국의 외교적 충돌은 공장 설립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올 들어 중국의 정찰 풍선 문제가 발생하면서 양사는 미국과 중국 당국으로부터 정밀 조사를 받기에 까지 이르렀다.
양사는 절묘한 타협점을 찾아냈다. 공장의 소유와 운영은 포드가 맡고, 지분 소유를 포기한 CATL은 기술만 제공한다. 이러한 전략은 미국에 배터리를 팔기 원하는 중국 기업이나 전기차를 더 많이 생산하려는 미국 자동차 회사 모두에게 방향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
포드나 GM 같은 오래 된 회사들은 전기차에서 앞서가는 테슬라를 따라 잡기 위해 고구분투하고 있다. 전기차에서 배터리는 핵심 격전지다. 포드와 경쟁사들은 중국의 배터리 기술을 필요로 한다. 중국의 CATL과 비야디(BYD)는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모두에 근거를 둔 자문회사 시노오토인사이트의 투레 상무는 “이번 거래로 인해 소중한 선례를 남겼다. 제 2, 제 3의 중국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지어도 전혀 놀랍지 않다”고 밝혔다.
포드와 CATL은 지난 해 3월 북미 전역에 걸쳐 공장 부지를 물색하고 있었다. 그들이 맨 먼저 주목한 곳은 멕시코였다.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을 지난 멕시코는 북미 자유 무역 협정으로 인해 미국 수출이 용이하다는 장점을 지녔다. CATL은 멕시코 뿐 아니라 중남미 국가들까지 세밀하게 조사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해 8월 자국 내에서 만든 배터리 제품에 큰 세금 감면을 해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사인하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이 법안으로 인해 포드와 CATL은 졸지에 멕시코 국경 너머 미국 땅으로 시선을 돌려야 했다. 포드와 CATL은 2026년 말까지 연간 200만 대의 배터리 구동 모델을 생산할 예정이다.
성일만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exan50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