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계에 'ESG 바람'이 불어온 지 2년이 지났다. 주요 게임사들은 사회공헌은 물론, 기업의 중요 비전과 연결지어 '브랜드 마케팅' 일환으로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ESG는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핵심 요소로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등의 3개 분야를 말한다.
엔씨소프트(NC)는 지난해 3월 처음으로 ESG 전담 조직을 구성한 이래 국내 주요 게임사들도 이를 중요한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올해까지 NC 외에도 넷마블·펄어비스가 차례로 연간 ESG경영 보고서를 발간했다. NHN과 컴투스그룹, 위메이드 등도 관련 조직을 구성하고 경영의 핵심 기조로 삼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올 9월 '문화 다양성 포용(D&I)실'을 출범했는데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비재무적 성과를 쌓기 위한 조직이란 점에서 ESG경영과 통하는 면이 있다.
이러한 ESG경영 성과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도 인정받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을 대표하는 '3N(넥슨·NC·넷마블)' 게임사들은 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ESG 평가에서 지난 2년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NC와 넷마블은 지난 2020년 각각 BBB, BB등급을 받은 가운데 매년 1등급씩 상승해 올해 AA, A를 받았다. 넥슨은 지난해 B에서 BB등급으로 올라섰으며 크래프톤과 카카오게임즈는 새로이 평가에 편입돼 BB등급을 받았다.
올해 NC·넷마블·펄어비스가 발간한 ESG 보고서는 환경·사회공헌·지배구조 관련 내용을 아우른다는 큰 틀에선 같았으나 세부적인 면에서는 각 기업의 비전에 맞춰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NC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기업 문화로 '오픈형 연구개발(R&D)'를 강조했다. 이에 발맞춰 ESG 보고서에선 '개발 단계에 있어 소통 확대'를 중요시 했다. 또 ESG경영위원장을 겸임 중인 윤송이 최고전략책임자(CSO)가 AI에 관해 해외 학자들과 나눈 이야기를 담은 책 '가장 인간적인 미래'를 올 11월 출시하는 등, 사측의 AI R&D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넷마블은 ESG 보고서에서 '뉴미디어 소통 강화', '친환경 신사옥' 등을 강조했다. 올해 넷마블은 한국소셜콘텐츠진흥협회 '올해의 SNS 대상'에서 페이스북 대상을, 한국인터넷소통협회 '대한민국소통어워즈' 게임부문 소셜미디어대상, 디지털콘텐츠대상, 대한민국환경대상 기후변화대응/친환경건축물 부문 본상 등을 수상했다.
펄어비스는 ESG 보고서에 '글로벌 경쟁력' 파트를 별도로 묶어 자체 개발 엔진 '블랙 스페이스 엔진'을 소개하는 한편, 해외 서비스 확대 전략을 소개했다. 이 외에도 한국관광공사,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등과 협약을 체결, '게임 한류'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게임업계 관계자는 "ESG라는 키워드 자체는 최근 유행한 것이지만 따지고 보면 과거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크게 다를 것 없는 개념"이라며 "과거의 사회 공헌이나 타 기업의 전략, 행보 등과 차별화를 위해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C·넷마블과 더불어 3N으로 꼽히는 넥슨은 별도의 보고서를 내진 않았으나 올 5월 보더리스 공연 'PLAY판', 8월 '넥슨 클래식 콘서트'를 선보이는 한편, 현재 예술의전당에서 게임 아트전 '넥스테이지'를 전시하고 있다.
국회 본회의에선 올 9월, 문학·미술·사진·출판·음악·무용·연극·영화·건축 등 문화예술에 게임 등을 포함하는 내용의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넥슨의 행보는 이러한 '게임은 문화예술이다'란 담론에 기여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블록체인 게임을 핵심 비전으로 내건 위메이드는 '코인 기부' 행보를 통해 사회 공헌을 진행 중이다. 올해 위메이드는 서울대학교·고려대학교·국제연합 아동 긴급 기금(UNICEF) 등에 자사 암호화폐 위믹스(WEMIX)를 기부했다.
스마일게이트는 '게이머들과 함께하는 기부'를 통해 이용자 소통과 사회 공헌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MMORPG '로스트아크', 모바일 RPG '에픽세븐' 등에서 이러한 형태의 이벤트를 주기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올해 지스타에서 스마일게이트는 위메이드플레이·컴투스·조이시티 등 게임사들과 더불어 '플레이 펀 앤 굿 포럼'을 선보였다. 포럼의 연사로 참여한 배한빈 조이시티 변호사는 "게임계만의 ESG는 임직원(Employee)과 손님, 게임 생태계"라며 "이들을 적극 관리하는 것이 게임사들이 해야 할 지속 가능한 경영"이라고 강조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