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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가스·석유 대국' 이란, 핵제재 풀리면 글로벌 에너지난도 풀린다

박정한 기자

기사입력 : 2022-09-06 16:00

세계 최대 가스 매장지인 이란 사우스파 가스전. 러시아에 이어 세계 2위 가스 대국인 이란이 가스를 본격 생산하게 되면 글로벌 에너지 위기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세계 최대 가스 매장지인 이란 사우스파 가스전. 러시아에 이어 세계 2위 가스 대국인 이란이 가스를 본격 생산하게 되면 글로벌 에너지 위기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로이터
이란은 그동안 국제사회로부터 핵 개발에 대한 제재를 받아왔다. 이에 글로벌 자본들이 이란을 떠났고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란은 비핵화와 제재 해제를 동시에 추진하는 합의 도출을 진행 중이다. 만약 JCPOA(포괄적 공동행동 계획)이 성사될 경우 이란의 석유와 천연가스 잉여분은 글로벌 에너지 문제 해결과 동시에 이란의 가난 해결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란의 에너지 사정


글로벌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2020년 말 기준으로 1133조 입방피트(tcf) 이상의 입증된 매장량을 보유한 국제 가스 거대 국가로, 이는 세계 총 매장량의 17.1%에 해당한다. 러시아에 이어 세계 2위 천연가스 대국이다.

이란의 천연가스 생산량은 에너지 수출, 금융 거래 및 특정 기술 수입에 영향을 미친 제재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다. 이란의 천연가스 생산량은 2020년 총 생산량이 8조8500억 입방피트로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으며 이는 10년 전 5조800억 입방피트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국내 소비도 같은 기간 동안 꾸준히 증가했지만 2010년 5조1000억 입방피트에서 2020년 8조2300억 입방피트에 도달했다.

이란 정유소는 2021년 3월부터 2022년 3월까지 2700억 입방미터(bcm) 이상의 천연가스를 처리했다. 지난해 17억 입방미터의 천연가스를 수출했다. 사우스 파스 가스전에 LNG 시설이 주로 설치되어 있다.

제재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란의 국내 천연가스 수요는 이란의 천연가스 생산량 증가의 주요 동인이었다. 이란은 주거 및 상업 부문은 공간 난방을 위해 천연가스를 사용하고 산업 부문은 특히 석유화학 산업에서 공급원료로 천연가스를 사용 중이다.

2018년 미국 정부가 JCPOA에서 탈퇴하고 이란의 석유 수출에 대한 제재를 재개하면서 이란의 천연가스 생산량 증가세가 둔화됐다. 에너지 부문 제재는 이란 원유 및 액체 연료 생산 및 수출에 대부분 영향을 미쳤지만 이런 제재는 천연가스 생산 및 수출에도 제한을 가했다.

이란 원유 제재의 재개는 천연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에 관한 외국 기업과의 계약에도 영향을 미쳤고, 이란 정부가 LNG 수출을 위한 인프라를 늘리려는 계획도 지연시켰다. 이란은 제재로 인해 천연가스 액화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천연가스 생산 증가의 대부분은 1990년에 발견된 페르시아만의 연안 사우스 파스 개발에서 비롯된다. 사우스 파스는 세계에서 가장 큰 천연가스 유전으로 생산은 2003년에 시작되었다.

이란은 또한 파이프라인을 통해 지역적으로 비교적 소량의 천연가스를 거래한다. 이란이 이라크에 수출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천연가스 수출은 크게 늘었다. 2019년 터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이라크에 수출했다.

지금은 제재 이후 생산량이 상당 부분 내수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제재로 개발이 지연되었는데 최근 핵 합의설이 나오면서 제재가 풀릴 경우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증가하는 글로벌 가스 수요와 러시아로부터의 수입을 대체해야 하는 유럽의 필요성을 감안할 때, 핵 합의가 성사되면 그동안 제재로 인해 철수했던 막대한 투자와 자본이 들어와 국제 가스시장의 큰 파이프라인이 될 수 있다.

◇이란의 원대한 목표, 가스 증산과 수출 확대


석유 및 가스 가격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함께 급격히 상승했다. EU는 러시아 수입을 줄이고 석유 및 가스의 대체 공급자를 찾고 있다. 이는 이란이 다시 세계 시장에서 석유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2015 종합 공동 행동 계획을 부활시키는 협정 성사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란의 에너지 수출품 사용에 대한 희망이 커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란은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석유 확인 매장량과 두 번째 천연가스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란은 핵 합의가 이뤄지면 경제회복을 위해 에너지 자원을 활용하는 본격적인 도전에 나설 수 있다.

무역 소식통에 따르면 2021년 7~8월 이후 이란의 LPG 수출량은 약 월별 50만 톤 규모로 2년래 최고치에 근접했다. 다른 무역 소식통은 LPG 수출량을 2021년 550만 톤에서 약 560만 톤으로 추산하고 있다. 핵 합의가 잘 처리될 경우 올해 수출을 190만 톤 증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출량은 선박 가용성에 따라 월 45만~53만 톤 사이가 될 수 있는데, 생산량은 늘릴 수 있으므로 항구에 기항하는 선박의 수를 늘린다면 수출 규모도 늘 수 있다.

한편, 그동안 이란은 여러 이유로 러시아의 가스 공급을 대체할 수 없었다. 우선 이란은 높은 내수 소비로 인해 가스 수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란은 가스, 전기 및 물과 같은 모든 에너지 소비에 보조금을 지급했으며 정부는 연간 약 4500만 달러를 지출한다. 세계 기준보다 저렴한 에너지와 높은 소비량으로 인한 내수 증가로 2022년 1월 터키에 대한 가스 수출을 중단했다.

현재 이란과 러시아는 각각 32조와 47조 입방피트의 세계 가스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두 국가는 각각 2530억 입방미터와 6930억 입방미터의 가스를 생산한다. 이란과 러시아의 내수 소비량은 각각 233억 입방미터, 411억 입방미터다. 이란은 약 2000억 입방미터를 수출할 여력이 있다.

이란이 직면한 또 다른 문제는 외국인 투자 부족이다. 가스 기반 시설이 노후화되어 기능 개선이 시급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JCPOA에서 탈퇴한 후 이란의 가스 산업 현대화에 참여한 외국 기업들이 노후된 가스 터미널을 개선하지 않고 이란에서 철수했다. 터미널은 낡았고 성능을 개선하려면 자금 조달과 최신 기술 전문 지식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란과 미국의 핵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이란 핵협상 타결은 글로벌 에너지 문제 해결과 이란의 경제난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로 꼽힌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이란과 미국의 핵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이란 핵협상 타결은 글로벌 에너지 문제 해결과 이란의 경제난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로 꼽힌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이란 석유부에 따르면 이란 석유 및 가스 산업 장비를 수리, 유지 및 개조하는데 연간 200억 달러가 필요하다. 제재 이전의 석유 및 가스 산업에 대한 연간 자금 지원은 약 85억 달러에 이르렀으며 이는 해당 산업에 할당된 에너지 수출의 14%였다.

이란 가스 산업의 현대화 자금을 조달하는 또 다른 방법은 정부로부터 차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에는 이란 정부에 자금이 바닥나서 추진에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이란의 경제는 여전히 약하고 제재를 받고 있으며 이란 인플레이션율은 연간 50%에 달한다.

2021년 11월 이란 석유 장관은 석유 및 가스 산업 정상화를 위해 1600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제 핵 합의가 이뤄질 경우 서방의 자산이 이란으로 몰릴 수 있다. 당장 이란이 시장 친화적 행보만 한다면 자금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란의 문제는 서방 불신 극복


제재로 인해 국제사회는 이란 가스 산업 투자를 자제해 왔다. 트럼프가 JCPOA에서 물러난 후, 사우스 파스 가스전의 LNG 개발 지분을 매입한 프랑스 에너지 대기업 토탈은 2018년 계약을 철회해야 했다.

이란은 사우스 파스에 LNG 터미널이 아직 부족하다. 터키와 이라크로 가는 가스 파이프라인이 2개뿐이기 때문에 천연가스든 LNG든 효율적으로 전 세계에 수출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

오랜 제재, 미국에 대한 반대, 그리고 정치적이고 수정주의적인 이슬람교로 인해, 정상적인 에너지 및 금융 네트워크 밖에서 존재해 왔다.

이란은 슈퍼 에너지 플레이어가 되기 위한 확실한 전략 계획을 세운 적이 없다. 이란은 글로벌 에너지 기업의 모든 자질을 가지고 있지만 혁명적인 이슬람주의 외교 정책은 그들을 세계 시장에서 배제해 왔다.

실제로 많은 이란인들은 서방을 신뢰하지 않으며, 미국을 신뢰했던 쓰라린 경험으로 인해 서방의 추가 개입보다 러시아와 중국을 우선시하게 되었다.

이란 지도부는 서방을 전략적 에너지 파트너로 보지 않으며, 유럽 지도자들 역시 이란에 대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실제로 유럽에 대한 이란 가스 수출의 확장은 유럽에서 러시아의 입장을 고려할 때 이란산 가스를 유럽으로 수출하는 것은 모스크바의 분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란 지도부도 유럽 가스 수입 시장을 놓고 러시아와 직접 경쟁할 정치적 의지는 없다.

이란 국영석유회사(NIOC)와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은 최근 400억 달러 규모의 천연가스 개발‧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세계에서 천연가스 매장량이 가장 많은 두 나라가 서방 제재에 맞서 ‘에너지연대’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이란과 러시아와 관계를 고려하면 유럽에 대한 가스 수출이 단기에 증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생산이 증대해도 아시아 수입업체나 인접 국가로만 향할 수 있다. 이런 현실은 이란이 유럽에 제공할 수 있는 구제책이 가스가 아니라 석유 수출에 국한될 수 있음을 말한다.

EU 관계자들은 이란과 가스 공급 협상 재개를 위해 이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란에게는 러시아도 필요하지만 투자와 기술 면에서 미국이나 EU가 더 우수한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수출시장에서 러시아는 경쟁자다. 이란은 이제 러시아를 대체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란은 달라질 수 있다. 경제회복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상적으로, 테헤란은 새로운 파이프라인이나 유조선을 통해 가스 생산과 수출을 늘리기 위해 인프라를 개선할 수 있으며 그 결과 늘어난 석유와 천연가스가 유럽으로 향할 수도 있다. 이란은 생산시설 대부분이 50년 이상 되어 낙후되어 있기 때문에 추가 생산을 위해서는 새로운 투자와 기능 보강 작업이 꼭 필요하다.

이란은 세계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 좋은 이웃이라는 긍정적 국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길을 선택할 수 있다.

한편, 글로벌 가스시장은 미국의 LNG 생산 증가, 일본과 한국의 EU 지원, 중국의 상대적으로 값싼 러시아 LNG 수입 후 EU로 재수출 등이 겹치는 가운데 이란까지 가스 생산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잡을 경우 올 겨울에 파국적인 위기로 가지 않을 수도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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