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을 주 무대로 사진, 영상 등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인플루언서'는 브랜드 마케팅의 필수 요소다. 명품 브랜드 프라다는 지난 10월 향수 모델로 '캔디'를 선정했고, 국내에선 롯데 홈쇼핑이 '루시'를, KGC 인삼공사에서 '오로지'를 발탁했다. 이들은 모두 실제 인간이 아닌 '버추얼 인플루언서'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310만 명을 보유한 '릴 미켈라(Lil Miquela)'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상징하는 캐릭터다. 릴 미켈라 개발사 브러드(Brud)는 지난 10월 블록체인사 대퍼랩스에 인수됐다.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후 대퍼랩스는 '스타트업 인수 자금' 명목으로 8000만 달러(950억 원)대 투자를 유치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인스타그램 등 SNS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가상 캐릭터를 의미한다. 일본에서 유행이 시작된 '버추얼 유튜버'와 유사하나, 흔히 실제 연기자에게 음성·모션를 맡기는 버추얼 유튜버와 달리 일반적으로 음성과 모션까지 AI(인공지능), CG로 처리하는 '완전한' 가상 인간을 일컫는다.
미국 마케팅 분석 업체 미디어킥스(Mediakix)는 "2019년 기준 80억 달러(9조 5000억 원) 규모였던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은 2022년 안에 150억 달러(18조 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며 "이중 상당수가 '가상 인플루언서'에 의해 잠식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 론칭에 관해 패션 전문지 보그는 "업계 전문가에 의하면 버추얼 인플루언서 구축에 드는 자금은 약 5000 파운드(795만 원) 수준"이라며 "고객이 원하는 것에 따라 1000배 가까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매체 시티AM은 "불쾌한 골짜기(인간을 어설프게 닮은 대상에 불쾌감을 느끼는 현상)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력과 캐릭터를 구축하는 역량이 필요하다"며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관리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이며, 실제 인플루언서를 키우는 것 만큼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케팅 시장 '핫 이슈'로 떠오른 버추얼 인플루언서에 게임업계 역시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라이엇 게임즈로, 지난해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 아이돌 컨셉 신규 캐릭터 '세라핀'을 출시하기에 앞서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에서 가상 인플루언서 활동을 전개했다.
호주 매체 SMH(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버추얼 인플루언서 '카이(Kai)'에 주목했다. SMH는 "인스타그램이 주 무대였던 기존 인플루언서들과 달리, 카이는 로블록스 속 음악 플랫폼 '스플래쉬(Splash)'에서 주로 활동한다"며 "콘서트마다 수 천 명의 고정 팬들이 따라다니며, 유튜브에서도 활동 중"이라고 보도했다.
국내 여러 게임사들 역시 버추얼 인플루언서에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넵튠은 지난해 버추얼 인플루언서 '수아'를 개발한 온마인드를 인수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자사 VR(가상현실) 게임 '포커스 온 유' 여주인공 '한유아'를 지난 8월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데뷔시켰다.
넷마블은 자회사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를 설립, 다양한 업체와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가상 인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펄어비스는 지난달 가상 엔터 기업 '하이퍼리얼'에 투자했고, 컴투스는 최근 메타버스 전담 자회사 위지윅 스튜디오를 앞세워 연예기획사 '아티스트스튜디오'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게임업계는 그래픽 기술은 물론 캐릭터를 구축하는 면에서도 있어 강점이 있다"며 "가상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머지 않아 크게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고, 게임사들이 이를 선점하려 노력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마케팅 분석업체 하이프오디터(Hype Auditor)의 닉 바클라노프(Nick Baklanov) 연구원은 "가상 인플루언서 산업은 혁신적인 방식으로 마케팅 시장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며 "다가오는 메타버스 시대의 첫 거주자로 누구보다 적합한 존재"라고 전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