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를 맞아 더욱 심해진 택배기사의 과로 문제에 대해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 가운데 쿠팡은 이미 자체적으로 택배기사를 위한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다.
12일 정부는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1일 최대 작업시간 기준 마련 ▲물량조정 시스템 구축 ▲주간 택배기사 심야 배송 제한 ▲주 5일 작업 확산 ▲분류작업 개선 ▲산재보험 확대 ▲고용보험 적용 등이다.
업계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과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에 대해 호의적인 평가를 내놓았지만 일부에선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택배기사들이 열악한 근무환경에 시달리는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지입제가 꼽힌다. 지입제란 택배사가 화주로부터 수주받은 물량을 계약대리점에 위탁하고 대리점은 화물차를 소유한 차주에 재위탁하는 형태다. 택배기사들은 택배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개인사업자로 특고종사자에 해당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도 않으며 불공정한 계약 그리고 장시간 분류 작업 등 구조적으로 고강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발표는 여러 개선안을 담고 있지만, 유도나 권고하는 사항이라 택배업계가 적용하는지 여부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면서 "택배기사를 직접 고용하지 않으면 택배기사들의 근로 환경 등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과로 방지 대책이 발표된 후 쿠팡이 주목받는 이유는 쿠팡이 배송기사를 직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고용 배송직원인 쿠친은 주 5일 52시간 근무, 15일 연차와 퇴직금 등이 보장되고 지입제 기사들에게 추가적인 비용인 유류비, 통신비 등도 지원된다. 택배기사들의 과로와 공짜노동 문제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분류업무를 위한 전담 인력도 4400명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건강 관리 부분에서도 산재보험 등 4대 보험은 물론이고 사무직과 동일하게 내시경, 초음파검사 등이 포함된 종합건강검진을 매년 받고 있다. 이와 별도로 야간근무 배송직원들은 특수건강검진을 추가로 받고 있으며, 신규로 입사하는 쿠친의 경우 입사 건강검진 시 심혈관계 질환 검사를 추가로 받는다. 추가 검진에 필요한 모든 비용은 쿠팡이 지원한다. 배송기사 본인은 과 가족까지 포함하는 단체 실손보험도 가입돼 있다.
쿠팡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휴무시간 확대와 건강검진 지원 정책이 불합리한 근로조건으로 지적을 받는 택배업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면서 "쿠팡은 이런 정책에 맞춰 배송기사 건강검진 강화와 복지 증진 등 최고의 근로조건을 계속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r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