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총괄사장은 지난 19일 밀양 신공장 착공식에서 복귀 이후 첫 행보를 보였다. 삼양식품은 수출에 유리한 입지 조건을 활용해 밀양공장을 수출 제품 생산을 전담하는 수출 전진기지로 육성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날 김 총괄사장은 "많은 기업들이 원가절감을 위해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하지만 우리는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곳 밀양에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위기에서 제2의 전성기로
2012년 4월 출시된 불닭볶음면은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며 삼양식품의 제2의 전성기로 이끌었다. 불닭볶음면 출시 이전 삼양식품은 여러 고비를 넘으며 어려움을 겪어왔다.
삼양식품은 우리나라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을 만든 회사로 한때 업계 1위를 달리기도 했지만, '우지(牛脂) 파동'과 농심의 다수 히트 상품 출시 등으로 경쟁에서 밀렸다. 공업용 우지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증명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소비자는 이미 등을 돌린 상태였다. 1998년에는 부도까지 맞게 돼 은행이 전체 지분의 44%를 보유하게 됐다.
이후 2005년 은행 지분 일부를 사들여 지분을 늘리고 현대산업개발의 지분 매입으로 회사를 되찾았지만, 매출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2008년 삼양식품의 매출은 2800억 원, 영업이익은 253억 원에 불과했다.
전중윤 삼양식품 창업자의 며느리인 김정수 총괄사장은 2005년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기 시작하면서 실무에도 적극 참여했다. 재벌기업에서 오너가의 며느리를 임원으로 올리는 경우는 있지만, 회사에서 중책을 맡는 사례는 흔치 않다. 월급만 타거나, 마케팅·사회공헌 등 특정 업무만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김정수사장은 대표이사 바로 아래의 중책을 맡았고, 회사 부활에 큰 역할을 했다. 김 총괄사장은 2011년 사람들이 매운 찜닭집에 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지금의 불닭볶음면을 만들었다.
출시 초기 국내 매출은 월 7억~8억 원 정도였지만, 중독성 강한 매운맛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3달 만에 배로 증가했다. 인기는 계속돼 출시 1년 만에 월 30억 원대의 매출을 기록했고, 최근에는 월 80억 원대의 매출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해외에서도 뜨거운 인기를 누린다. 불닭 브랜드 해외 매출은 2017년부터 국내 매출을 넘어섰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1600억 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현재 삼양식품 해외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면서 수출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경영일선 복귀…불닭 이을 히트 상품 찾는다
불닭 시리즈 출시 이후 무서운 성장세를 보인 삼양식품은 전인장 회장과 김정수 사장이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올해 초 오너의 경영공백이 생겼다.
김 총괄사장은 지난 3월 해당 혐의에 대한 집행유예 확정으로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횡령, 배임, 재산 국외 도피, 수재 등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관련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 다만 법무부의 별도 취업 승인이 있을 시 예외적으로 취업할 수 있다.
김 사장은 경영공백을 우려해 법무부에 취업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김 사장은 법무부로부터 회사 성장에 기여한 점 등을 인정받아 취업 승인을 받았다. 일단 비등기 임원으로 회사에 복귀한 뒤 내년 3월로 예정된 삼양식품 정기 주주총회에서 등기임원 선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삼양식품은 현재 불닭볶음면을 이을 히트 상품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불닭볶음면의 인기는 여전하지만, 경쟁업체 대비 인기 제품이 한정됐다는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삼양식품은 김 총괄사장의 복귀로 신사업 등에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져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해외 사업에서는 현지 시장에 구축한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안정화하고, 본격적인 브랜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연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r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