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자율주행 셔틀(버스)에 부착된 센서들이 외부 차량, 신호, 사물들을 감지해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고 정지하는가 하면, 부드럽게 좌측으로 방향을 바꾸기까지 했다. 빨간불로 바뀐 신호등 앞에서는 스스로 멈춰 섰고, 방향 전환을 위해 부드럽게 회전했다. 핸들도, 운전자도 없는 '미래의 탈 것' 자율주행 셔틀(버스)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북로 DMC사거리 인근 도로를 부드럽게 내달렸다. 기자가 탄 셔틀에 동승해 안내하던 차량 제작사 '언맨드 솔루션' 관계자는 “초저지연, 초연결이 장점인 5G 망으로 데이터를 빠르게 차량에 전송되기 때문에 기존 4G 통신망 사용시보다 (빠르게 차량정보를 주고받게 돼) 매끄러운 자율주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셔틀 운행 속도는 시연이라 그런지 사람이 걷는 속도의 2배인 시속 8~10km정도(최고속도는 25km)로만 달렸다. 시내버스 평균 주행 속도인 시속 15km에 비해 약간 느린 속도여서 탑승자에 따라서는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는 속도였다. 하지만 이날 선보인 자율주행차(셔틀버스)는 '미래의 탈 것'에 대한 일반인의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 줄 드문 기회가 된 것만은 분명했다. 10점 만점에 7점 정도 주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22일 서울시가 마포구 상암 문화광장 일대에서 ‘5G로 연결되는 미래교통’이라는 주제의 ‘상암 자율주행 페스티벌’을 개최한 자리에는 총 7대의 자율주행차량(버스형 4대, 승용차 3대)가 등장해 일반 시민들에게 미래의 탈 것을 경험해 볼 기회를 제공했다. 자율주행 차량이 오가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북로 DMC사거리 인근 도로에는 자율주행 차량을 타려는 시민들과 구경 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 상암동 일대 1.1km, 차량 내 센서·5G 망 통해 받은 데이터로 스스로 운전
차량의 시범 운행 구간은 상암동 월드컵북로 내 DMC사거리에서 월드컵 6단지 거리 사이를 왕복하는 약 1.1km 거리였다. 기자는 시민들과 함께 KT의 자율주행 사업 협력사인 언맨드솔루션(대표 문희창)이 제작한 6인승 자율주행 셔틀버스인 ‘위더스(WITH:US)를 탔다. 위더스는 4단계(완전자율주행 직전) 수준을 실현한 6인승 셔틀이다. 차량 내부에 핸들과 운전석이 없어 모노레일이나 케이블카 내부와 비슷했다. 승객 세 명씩 마주보고 앉는 형태다. 좌석 옆 면에는 주행 속도와 목적지, 날짜와 시간, 정차 예정 지역 주변 지도, 차량 배터리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긴 액정표시판(LCD)이 부착돼 있었다. 탑승 체험을 돕기 위해 추가로 설치된 모니터(사진 아래)에서 자율주행차량이 인식한 주행 방향과 주변 사물과 장애물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탑승객이 차량에 타고 문이 닫히자 차량 운행이 시작됐다.
체험 차량에 동승한 안내원은 “셔틀에 부착된 센서들이 외부 차량, 신호, 사물들을 감지해 자동으로 감속, 정지, 방향 전환 등 자동으로 운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무도 운전하는 사람이 없었지만, 차량은 부드럽게 직진했다. 같이 탄 승객들이 '우와'하며 탄성을 지렀다. 이날 차량 운행 시속은 25km로 제한돼 있었는데, 실제 차량 속도는 8km에서 10 km 정도로 유지됐다. '차도를 달린다'고 하기에는 민망한 속도였지만, 그래도 아무도 제어하지 않았는데도 차량이 움직이는 것이 신기했다. 신호등 앞에 다다르차 차는 저절로 멈춰섰고, 방향을 돌려 유턴하기 위해 차체를 틀었다. 그 과정에서 탑승객들 상체가 숙여질 정도로 제동이 걸렸다. 기자 맞은 편에서 아이와 함께 탄 남자 승객은 "승차감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면서 걱정스럽게 질문하기도 했다. 안내원은 "이날 시연행사를 위해 제동 강도를 조금 더 강하게 걸어놨다"며 제동 강도를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왕복 1.1km에 그친 시험탑승 구간은 금세 지나가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번 시연 행사에 대해 언맨드솔루션 관계자는 “체험 운행 구간의 신호등, CCTV를 비롯한 각종 교통 인프라에는 5G 통신 장비가 설치돼 실시간 교통신호와 도로 상황을 차량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연 행사 구간뿐만 아니라 일대의 상암 자율주행 테스트베드 구간의 신호등과 각종 교통 인프라에는 차세대진흥형교통시스템(C-ITS) 구현을 위한 장비와 5G 통신 장비가 부착됐다. C-ITS는 차량-도로 인프라-중앙 관제 간 실시간 정보 공유가 이뤄지는 차세대 교통 시스템을 말한다. 이 장비들이 수집한 교통 데이터는 5G 네트워크에서 실시간으로 차량에 전송됐다. 같은 관계자는 "초저지연, 초연결 등 5G의 장점을 살려 기존 4G 통신망 대비 더욱 빠르게 데이터를 차량에 전송하기 때문에 더욱 매끄러운 자율주행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는 서울시,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차세대지능형교통시스템(C-ITS) 실증 사업의 일환인 5G 자율주행 테스트베드를 공개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이날 공개된 테스트베드는 ▲5G네트워크 ▲스마트 도로(C-ITS) ▲중앙 교통 관제플랫폼(서울 미래 모빌리티센터) 등 5G 기반 자율주행 인프라를 완비하고 있다. 탑승 체험 구간 역시 동일한 인프라를 활용했다. 체험 구간을 포함한 상암 DMC 인근 도로는 자율주행·커넥티드카의 시험 구간 운행으로 쓰일 계획이다. 차량 탑승 행사에는 언맨드솔루션 외에도 SKT와 KT를 비롯해 스프링클라우드 SWM, 연세대 국민대 등이 동참했다.
■ 자율주행차 탑승 체험 열기 '활활'…차량 전시부스·VR체험존도 인기
탑승 체험 현장에서는 무엇보다 자율주행차에 대한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민들은 오전 10시30분부터 행사장 한 켠의 부스에서 줄을 서서 탑승권을 받았다. 현장 등록은 40분 만에 마감됐다. 차량 탑승 장소 옆 인도에서도 지나가던 시민들이 차량 사진을 찍으며 신기해하기도 했다.
게다가 현장 등록 시민들의 경우 오후 1시부터 본격적인 탑승 행사가 시작됐는데, 그마저도 30분 가량 지연됐다. 몇몇 시민들은 현장 등록 당시 들었던 “체험 시작 시간보다 최소 5분 일찍 가 있으라”는 안내에 따라 더 일찍 도착한 시민들도 꽤 있었다. 대기장소도 협소해 일부 시민들은 차도 옆 가로수 밑에 서서 더위를 피하며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들은 끝까지 순서를 기다리며 차량을 탑승했다.
한편, 행사 공간에는 일반 시민들의 자율주행 차량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자율주행 차량들이 전시됐다. 또 SK텔레콤, KT를 비롯, ▲한국스마트카드 ▲언맨드솔루션 ▲펜타시큐리티 ▲토르드라이브 등 총 13개 기업이 참여한 부스에서는 각 사가 보유한 자율주행 기술들을 소개했다. VR열기구, VR잠수함, 4D VR 앰뷸런스 등 5G VR 콘텐츠 체험존에는 가족 단위 관람객들로 붐볐다.
행사 주최측 대표로 행사에 나온 박원순 서울시장은 “5G와 차세대지능형교통시스템으로 조성한 상암 자율주행 테스트베드는 국내 기업들에게 무료로 제공될 것”이라면서 “자율주행 시장에 첫 발을 내딛기 어려웠던 중소기업들 역시 대기업과 함께 세계 시장 진출할 수 있는 상생의 장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지난 4월 제정된 자율주행법으로 관련 기술 도입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면서 “상암 자율주행 페스티벌은 우리나라 자율주행 산업 활성화를 느끼는 또 하나의 도약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민원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범 부처 기술개발 혁신사업으로 2021년부터 2027년까지 약 1조 7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라면서 “차와 교통 인프라가 함께 연결될 자율주행 서비스로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교통 서비스를 시민에게 제공하고 우리나라 자율주행 서비스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수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