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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 직장 대신 ‘패시브 인컴’ 좇는다

AI로 전자책·음성 복제 수익화…쉬운 돈 유혹 속 사기 피해도 확산
AI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직장 밖 ‘패시브 인컴’을 만들려는 시도가 미국 사회에서 확산되는 가운데 손쉬운 수익을 내세운 사기와 과장 광고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진=챗GPT이미지 확대보기
AI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직장 밖 ‘패시브 인컴’을 만들려는 시도가 미국 사회에서 확산되는 가운데 손쉬운 수익을 내세운 사기와 과장 광고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진=챗GPT

미국에서 전통적인 ‘오전 9시 출근, 오후 5시 퇴근’ 직장 대신에 ‘패시브 인컴’으로 불리는 노동 외 소득을 좇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과 승진 기회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인공지능(AI)과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적은 노동으로 돈을 벌려는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 다만 일부는 실제 수익을 내고 있지만 손쉬운 돈벌이를 내세운 사기와 과장 광고도 함께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인들 사이에서 직장 밖 소득을 만들려는 열풍이 커지고 있다.

과거의 아메리칸드림이 열심히 일해 앞서가는 것이었다면 최근 일부 미국인에게는 아예 일을 덜 하거나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새로운 꿈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사는 그레그 키오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출퇴근과 사무실 복장, 하루 일과 뒤 탈진하는 삶을 견디기 어려워하던 30대 직장인이었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한 반려견 주인이 대형 먼지 제거 롤러를 찾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반 제품보다 훨씬 큰 롤러를 직접 설계해 아마존에서 팔기 시작했다.

판매는 예상보다 잘됐다. 그는 사업을 크게 키우는 대신 적은 시간만 들여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 7년이 지난 지금 그는 한 달에 보통 2시간 이하만 일하면서 연간 5만~11만5000달러(약 7710만~1억7700만원)를 번다. 키오는 돈보다 더 큰 보상은 하루와 에너지를 어디에 쓸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 AI가 키운 직장 밖 소득 실험


패시브 인컴이란 전통적인 임금 노동처럼 매일 시간을 투입해 버는 돈이 아니라 전자책·온라인 콘텐츠·디지털 상품·임대·투자 등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직장 밖 소득을 말한다.
WSJ에 따르면 패시브 인컴에 대한 관심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최근에는 AI 확산을 계기로 관련 실험이 더 빠르게 번지고 있다. 사람들은 챗봇에 돈벌이 아이디어를 묻고, 생성형 AI로 영상, 전자책, 안내서, 음성 콘텐츠를 빠르게 만들어 온라인에서 수익화를 시도하고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 외곽에 사는 39세 미카엘 트렘블레이는 제지공장에 다니면서 온라인 수공예품·디지털 상품 장터 엣시에서 PDF 안내서와 워크북을 팔아 월 수백달러를 벌고 있다. 그는 AI 챗봇 클로드를 이용해 엣시 검색 수요를 분석했고, 기존 상품이 많지 않은 틈새 주제를 찾아냈다. 예컨대 일반적인 식단표 대신 특정 성향이나 상황에 맞춘 세분화된 디지털 상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또 다른 사례는 음성 복제다. 스페인으로 이주한 미국인 매트 엡소는 일레븐랩스 플랫폼에 자신의 음성 샘플을 올려 AI 음성 복제본을 만들고 이를 오디오북과 영상, 명상 콘텐츠 등에 쓰도록 라이선스해 월 3000달러(약 463만원)가량을 번다. 일레븐랩스는 2024년 초부터 개인 음성 라이선스를 시작했고 이후 1만명 넘는 업로더에게 2200만달러(약 339억원)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AI는 적은 시간으로 상품을 빠르게 만들 수 있게 해 직장 밖 소득 실험의 진입장벽을 낮췄다. 그러나 성공 사례가 소셜미디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누구나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착각도 커지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 직장 만족도 하락이 배경


직장 밖 소득을 좇는 흐름의 바탕에는 전통적 직장에 대한 회의가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 근로자 가운데 임금과 승진 기회에 만족한다고 답한 비중은 2014년 조사 시작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투자 플랫폼 더브가 지난해 의뢰한 설문조사에서는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전통적인 정규직만으로는 재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Z세대 성인의 경우 이 비율이 60%에 달했다.

부업도 일상화되고 있다. 뱅크레이트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서는 미국인 4명 중 1명가량이 본업 외 일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금융 플랫폼 캐시앱의 올해 3월 조사에서는 18~28세 성인의 44%가 정규직이나 시간제 일자리 외의 소득원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 노동통계에는 이런 노동 외 소득 활동만 별도로 집계되지 않는다. 다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의 2022년 작업논문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 10명 중 1명가량은 이베이에서 상품을 파는 것처럼 상대적으로 노동 강도가 낮은 활동으로 돈을 번다고 응답했다.

◇ 쉬운 돈 내세운 사기도 기승


문제는 패시브 인컴이라는 말이 실제보다 훨씬 쉬운 돈벌이처럼 포장된다는 점이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최근 몇 년 동안 노력 없이 돈을 벌 수 있다고 홍보하며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 여러 사업자에 대해 제재 조치를 취했다.

2022년 FTC가 제기한 소송에 따르면 한 온라인 유통 관련 사업자는 자동으로 패시브 인컴을 벌 수 있다고 광고하고 조작된 소비자 후기를 활용한 혐의를 받았다. FTC는 이후 피해 소비자 890명에게 280만달러(약 43억원)를 환급했다.

또 다른 업체는 세미트럭에 7만5000달러(약 1억1600만원) 이상을 투자하면 운전기사와 운송 물량을 알아서 연결해준다고 홍보했다가 올해 초 문을 닫았다.

강좌 판매도 문제로 지적된다. 메릴랜드주에 사는 전직 스페인어 교사 아나 로어만은 사업가들이 성공 비법이라고 소개한 강좌에 수천달러를 썼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는 이메일 뉴스레터 출판 강좌에 1000달러(약 154만원)를 냈고 이후 다른 강좌에 2500달러(약 386만원)를 더 썼지만 기대한 수익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 소비자보호단체 베터비즈니스뷰로(BBB)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 강좌를 듣고 돈을 잃었다고 신고한 사기 사례의 중간 손실액은 1326달러(약 204만원)였다.

AI 조언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경우도 있다. 로어만은 AI 챗봇의 제안으로 스페인어 반 배치시험 자료를 만들어 팔았지만 AI가 첫해 7000달러(약 1080만원)를 벌 수 있다고 예상한 것과 달리 실제 수익은 약 250달러(약 39만원)에 그쳤다고 말했다.

◇ 플랫폼 허점 노리는 위험한 방식도


일부는 온라인 플랫폼의 허점을 이용해 수익을 낸다. 조지아주 로렌스빌에 사는 19세 로니 림은 아마존 상품을 더 높은 가격에 이베이에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월 수천달러를 번다. 고객이 이베이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아마존에서 구매해 배송시키는 구조다.

그는 왜 고객들이 더 비싼 가격에 이베이에서 사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마존은 프라임 서비스를 이용해 상품을 되팔 목적으로 구매하는 것은 약관 위반이라고 밝혔고 이베이도 주문이 들어온 뒤 다른 사이트에서 물건을 사 고객에게 직접 보내는 방식을 금지하고 있다.

AI를 악용한 불법 수익화도 등장했다.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한 남성은 AI로 수십만곡의 노래를 만들고 봇을 동원해 이를 수십억회 재생하게 해 800만달러(약 123억원)가 넘는 저작권료를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올해 3월 전신사기 공모 혐의를 인정했다.

성공한 사람들도 처음부터 완전히 손쉬운 소득을 얻은 것은 아니다. 대형 먼지 제거 롤러를 팔아 수입을 올린 키오는 초기 제품 손잡이에 문제가 생기자 차고에서 1600개의 손잡이를 직접 교체했다. 그는 “처음에 겪는 고통이 클수록 나중에 더 수동적인 수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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