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말 톤당 –45달러로 내려가...정광 부족과 제련소 경쟁이 원인

보도에 따르면 이는 중국이 구리 제련 능력을 크게 늘린 데서 비롯됐다. 중국 비철금속공업협회는 지난해 10월 "중국 제련 능력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의 구리 제련 능력은 지난해 1426만 톤에서 올해 1600만 톤, 2027년에는 17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리 정광 공급은 이에 못 미쳐, 제련소 사이에서 원료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다.
업계에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제련소 생산 능력 확대와 정광 부족이 이번 수수료 하락의 주된 원인"이라고 본다. 패스트마켓 자료에 따르면, 최근 수수료는 –43.25달러(약 5만9000원) 수준으로,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제련소가 정광을 가공해주고 오히려 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제련소들은 원가 이하로 운영하거나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일례로 글로벌 상품업체 글렌코어는 올해 3월 필리핀 파사르 제련소 가동을 "빠듯한 시장 여건"을 이유로 멈췄다. 원자재 분석기관 CRU는 "중국 새 제련소가 계속 시운전을 하면서 수수료 하락 압력이 더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오루비스 최고경영자 토랄프 하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구리 제련소 활동이 줄고 아시아 시장에서 일부 제련소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광 처리 수수료는 보통 제련소가 정광을 가공해 수익을 얻는 구조다. 하지만 올해 들어 수수료가 마이너스로 바뀌면서, 제련소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패스트마켓이 내놓은 '수수료'는 실제로 제련소가 런던금속거래소 구리 가격과 비교해 원자재에 대해 지불하는 가격의 할인(프리미엄) 개념이었으나, 올해는 오히려 돈을 더 내야 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런던 구리 가격은 지난해 톤당 1만1000달러(약 1500만 원)까지 올랐고, 올해 들어서도 톤당 9000~1만 달러(약 1200만~1300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35년까지 세계 구리 수요가 공급을 30%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제련소들은 정광에 대한 장기 계약을 놓고 채굴자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패스트마켓 비금속 수석분석가 앤드류 콜은 "이번 변화는 결국 제련 능력이 크게 줄어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 구리 분석가 앨버트 맥켄지는 "제련소들은 올해 중반에 마이너스 기준 수수료를 받아들이는 것을 꺼리고 있다. 이는 연간 정산이 마이너스로 기록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정광 시장이 앞으로도 계속 빠듯할 것으로 본다. 맥켄지는 "일부 제련소는 가격에 상관없이 충분한 원료를 구하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정광 시장 부담을 줄이려면 광산이 더 많이 생산하거나, 세계 제련 능력이 줄어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처럼 구리 제련소의 수수료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것은 중국의 생산 능력 확대와 정광 부족이 맞물린 결과다.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비효율적인 제련소가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일부 제련소는 가동을 멈추거나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