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여 만에 최고치, 중동 긴장 고조로 공급 차질 우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일일 2천만 배럴 공급 차질 가능성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일일 2천만 배럴 공급 차질 가능성

13일 국제유가 동향을 보면 브렌트유 선물은 그리니치 표준시 기준 배럴당 5.64%(3.91달러) 상승한 73.27달러에 거래되며 4월 3일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6.01%(4.09%) 오른 배럴당 72.13달러에 거래됐다.
이스라엘은 이날 새벽 이란을 공격했다고 발표했으며, 이란 언론은 테헤란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이번 공격은 이란의 핵무기 원료 생산 중단 합의를 얻어내려는 미국의 외교적 노력이 진행되는 가운데 발생해 중동 정세를 더욱 악화시켰다.
MST 마키의 사울 카보닉 선임 에너지 분석가는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위험 프리미엄을 더욱 높였다"고 분석했다. 위험 프리미엄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가에 반영되는 추가 비용을 의미한다.
카보닉 분석가는 "석유 공급이 실제로 실질적인 영향을 받기 전에 이 지역의 석유 기반시설에 대한 이란의 보복 수준까지 갈등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전망했다. 현재로서는 직접적인 공급 차질보다는 향후 확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유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극단적인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카보닉은 "극단의 경우 이란이 기반시설에 대한 공격을 하거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제한함으로써 하루 최대 2천만 배럴의 석유 공급을 방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운송의 핵심 통로로, 이곳이 봉쇄될 경우 국제 에너지 시장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란은 과거 미국과의 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언급해왔다.
이번 유가 급등은 국제 경제에도 파급효과를 미칠 전망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할 수 있으며,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게는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유가 상승은 운송비 증가와 제조업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시장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이 어느 수준까지 확대될지를 주목하고 있다. 이란이 이스라엘의 공격에 어떤 방식으로 보복할지, 그리고 이것이 역내 다른 산유국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향후 유가 동향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주요 에너지 기관들은 상황을 면밀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필요시 전략비축유 방출 등의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금값이 상승하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되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당분간 중동 정세 동향에 따라 유가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란의 보복 공격 여부와 규모,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 성과가 유가 안정화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