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리플, 숨겨진 연결 고리 드러나나…XRP 제도권 금융 결제 표준 노린다

전 세계 자본 시장의 토큰화(Tokenization)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과 리플(Ripple) 사이의 긴밀한 기술적 연계 가능성이 제기돼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양측의 공식적인 파트너십 발표는 없었으나, 전문가들은 이미 금융 인프라의 아키텍처 수준에서 두 거인의 통합이 시작됐다고 분석한다.


16일(현지시각) 암호화폐 전문매체 타임스타블로이드에 따르면 시장 분석 기관 스턴 드류(Stern Drew)는 블랙록의 대표적인 디지털 유동성 펀드인 ‘BUIDL’이 최근 도입한 멀티체인 전략이 리플과의 연결 고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BUIDL은 이더리움 기반으로 시작되었으나, 최근 ‘웜홀(Wormhole)’ 프로토콜을 통해 여러 블록체인으로 확장됐다.
주목할 점은 리플이 최근 XRP 원장(XRPL)에 웜홀을 공식 통합했다는 사실이다. 이를 통해 XRPL은 블랙록의 토큰화 자산이 이동하는 상호운용성 프레임워크 내에 자연스럽게 편입됐다. 대형 금융 기관이 단일 체인에 의존하지 않는 ‘멀티체인’ 환경을 구축하면서, 리플의 인프라가 블랙록 자금의 유동성 통로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기관 투자자들의 최대 과제인 ‘규제 준수’ 영역에서도 두 회사는 같은 궤적을 그리고 있다. 블랙록의 BUIDL 펀드 발행 및 관리를 담당하는 토큰화 플랫폼 ‘시큐리티즈’는 리플의 전략적 지원을 받고 있다.

이러한 정렬은 단순한 협력을 넘어, 규제 요건이 시스템 설계 단계부터 내재화되었음을 의미한다. 리플 기반의 결제 인프라와 시큐리티즈의 자산 관리 기능이 결합되면서, 기관들은 별도의 복잡한 절차 없이도 규제를 준수하며 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되었다.

리플이 출시한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 RLUSD는 이 거대한 설계의 마침표 역할을 한다. RLUSD는 웜홀의 네이티브 토큰 전송(NTT) 표준을 사용하여 여러 체인 간 원활한 결제를 지원한다.

결과적으로 XRPL은 속도와 비용에 최적화된 결제 시스템으로 기능하고, 그 안에서 XRP는 서로 다른 통화와 네트워크를 잇는 ‘유동성 가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블랙록의 토큰화된 펀드가 실질적인 결제 단계로 진입할 때, 리플이 구축해온 인프라가 가장 효율적인 경로로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블랙록이 XRP 사용을 직접 선언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제도권 금융은 시스템 업그레이드 과정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기보다 조용히 구축하고 테스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토큰화된 국채나 증권이 본격적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면 자본은 자연스럽게 가장 안전하고 빠른 결제 경로를 따르게 된다”며 “블랙록의 자산 스택과 리플의 네트워크 결합은 이미 미래 금융의 표준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