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김대호 칼럼] 머스크 스페이스X–테슬라 통합… 진짜 이유는
일론 머스크가 또다시 세계 자본시장을 흔들고 있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합병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월가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겉으로 내세울 명분은 충분하다. 우주와 전기차, 인공지능과 로봇을 하나의 우산 아래 묶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그림이다. 그러나 합병의 계산서를 한 꺼풀 벗겨보면 전혀 다른 풍경이 드러난다. 이번 통합의 진짜 동기는 산업적 시너지가 아니라 지배권, 곧 테슬라에 대한 머스크의 경영권 강화에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숫자가 이를 웅변한다.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머스크는 스페이스X 지분을 약 42%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로는 과반에 못 미치지만, 주당 10표가 붙은 클래스B 슈퍼의결권 주식 덕분에 실제 의결권은 82.4%에 이른다. 스페이스X는 사실상 머스크 1인 체제다. 반면 테슬라에서 그의 의결권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세계 최고 부자가 정작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회사에서는 언제든 견제받을 수 있는 처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지분 25%를 향한 집착
합병의 산술은 머스크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스페이스X의 시가총액은 약 2조 달러, 테슬라는 약 1조5000억 달러로 평가된다. 몸집이 더 큰 스페이스X 중심으로 합병이 이뤄지면 슈퍼의결권 구조가 합병 회사로 이전될 가능성이 높다. 테슬라 주주들에게 현 주가 대비 33%의 프리미엄을 얹어주더라도 머스크는 합병 회사 의결권의 약 74%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에 못 미치던 테슬라에 대한 영향력이 단숨에 70%대로 뛰어오르는 것이다. 어떤 반대에도 흔들리지 않는 철옹성이 완성된다.
여기에는 흥미로운 역학이 숨어 있다. 스페이스X의 가치가 높게, 테슬라의 가치가 낮게 매겨질수록 합병 회사에서 머스크의 지배력은 커진다. 시장에서는 테슬라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평가가 여전하다. 테슬라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83.2배, 주가매출비율(PSR)은 14.8배로 업계 평균인 16배, 0.9배를 크게 웃돈다. 테슬라 주가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인식이 퍼질수록 합병 비율 협상에서 스페이스X에 유리한 조건이 정당화되기 쉽다. 테슬라 밸류에이션 논란마저 지배력 확대의 지렛대가 될 수 있는 구조다.
테슬라의 실적도 합병 명분을 거든다. 전기차 시장 부진으로 성장세가 꺾였고 현금흐름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3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47억 달러로 85% 늘었지만 자유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1억 달러를 기록했다. 영업비용은 29억 달러에서 43억 달러로 불어났다. 머스크 진영은 스페이스X의 자금력과 사업 시너지를 내세워 테슬라 이사회와 주주를 설득하려 할 것이다. 머스크가 장악한 스페이스X 이사회의 통과는 무난하다. 결국 승부처는 테슬라 이사회와 주주들의 선택이다.
자기 자신과 협상하는 CEO
문제는 이해충돌이다. 합병 협상 테이블 양쪽에 모두 머스크가 앉아 있다. CNBC는 머스크가 사실상 자기 자신과 협상하는 구조라며, 스페이스X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한 채 합병 회사까지 장악할 수 있도록 유리한 조건을 짤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리암 데닝도 현금을 태우는 기업이 또 다른 현금 소진 기업을 웃돈까지 얹어 사들이고, 그 두 회사를 같은 경영자가 이끈다면 정상적인 시장에서는 매도세와 주주 반발을 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일반 테슬라 주주들은 합병 비율에 따라 지분이 희석되는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
물론 반론도 있다.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인 앤 립턴 콜로라도대 교수는 두 회사에 흩어져 있던 머스크의 경영 역량이 한 회사로 모이는 만큼 테슬라 주주들이 오히려 합병을 반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머스크 기업에 투자하는 이들은 애초에 경영권 견제보다 머스크라는 인물에 베팅한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관측이다. 테슬라 주가에 붙은 프리미엄의 상당 부분은 머스크에 대한 신뢰에서 나온다.
그렇다 해도 본질은 흐려지지 않는다. 이번 합병은 기업가치 극대화라는 외피를 두른 지배구조 재편이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효율적일 수 있지만 그만큼 위험하다. 한 사람의 판단 착오가 우주와 모빌리티, 인공지능을 아우르는 거대 기업 전체를 흔들 수 있다.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사실상 사라지는 구조에서 이사회의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지도 의문이다.
한국 투자자들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테슬라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 주식 가운데 하나다. 합병이 현실화되면 보유 주식의 성격 자체가 바뀐다. 1주 1표의 테슬라 주식이 슈퍼의결권 구조 아래의 소수 지분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합병 비율과 프리미엄 수준, 지배구조 변화, 이해충돌 해소 장치를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머스크의 통합 구상이 인류의 미래를 앞당기는 담대한 도전이 될지, 1인 제국의 완성으로 귀결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이번 합병의 핵심 변수가 기술이 아니라 권력이라는 점이다. 시장은 그 계산서를 냉정하게 읽어야 한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