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으로 읽는 21세기 도덕경' 제30장

중국 한나라 유방이 장량이란 인물을 곁에 두고 천하를 통일하고, 삼국시대 유비는 제갈량의 지혜를 빌려 촉의 황제가 되었다. 조선에서는 7대 왕 세조가 신임한 참모로 한명회가 대표적이다. 한명회는 계유정난을 기획해 수양대군을 왕위에 올렸다.
그들 참모가 내놓는 수단과 방법을 계책이라 하는데, 권력자가 어떤 계책을 따르는가에 따라서 성공과 실패 또는 국가 경영 방식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개인의 명리와 나라 경영의 성공과 실패는 신임하는 참모의 능력이나 인격에 달렸다.
능력이 부족하거나 음흉한 간신배가 내는 계책은 일신을 망치고 나라도 혼란에 빠뜨린다. 능력자와 충신이 내는 계책은 명리를 얻고 나라를 부강하게 해준다. 그런데 운이 좋아 권좌에 앉은 옹졸한 권력자들은 간신배의 말을 잘 듣거나 제 입맛에 맞는 계책을 선택한다. 예로부터 권력자들의 영욕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의 권력자들도 누가 영광과 욕됨을 역사에 남기게 될지 하는 짓을 보면 짐작이 간다.
노자는 힘이나 교묘한 꾀로 나라를 다스리지 말고 도로써 다스리라고 했다. 나라 경영에 참고할 도란 것을 알고 보면 별것 아니다. 탐욕을 버리고 덕을 베풀라는 것이다. 노자는 힘을 이용하지 말고 무위로 다스리면 나라와 자신의 영광이라며 남긴 말이 있다.
도로써 주인을 보좌해야지 병력을 동원한 힘으로 천하를 억지로 다스리게 하지 않는다. 도로써 다스리면 어지러운 천하가 바르게 되돌려진다. 그러나 군사가 주둔하는 곳에는 가시나무와 멧대추나무가 자라고, 대군이 움직인 뒤에는 반드시 흉년이 든다고 했다. 가시나무와 멧대추나무는 온갖 고난을 비유한 초목이다.
노자가 '도덕경'을 집필하던 시기는 춘추전국시대다. 나라와 나라 간 싸움으로 무수한 생명이 죽어가고, 개인의 영달을 위해 온갖 꾀를 다 부렸다. 그들이 낸 계책이란 꾀는 심지어는 자식도 죽이고 형제도 죽이고 아내도 죽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거기다가 국토는 피폐해지고 질병이 만연해 어린아이부터 늙은이 가리지 않고 생명을 잃었다. 그렇게 죽은 백성은 묻힐 땅도 없이 전장에 버려졌다. 더욱이 도가 없는 천하는 거듭 흉년이 들었다.
중국의 근대사도 그 옛날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공산주의자들이 권력을 잡은 뒤로 수천 년 문화를 말살하고, 진시황보다 더 많은 책자를 불태우고, 일억 명에 가까운 국민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권력을 잡은 공산주의자가 무력으로 나라를 다스린 결과였다. 공산주의자들은 도를 알지 못하므로 덕으로 베풀 줄 모른다. 힘만 믿고 천하가 제 것인 양 도를 거스른다. 도를 거스른 대가로 천하가 재앙에 휩싸였다. 천하의 주인은 백성이다. 따라서 백성의 원망과 저주는 하늘의 도가 응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중국이란 나라의 권력자들은 무지하고 잔인하다. 권력을 위해서는 백성이 얼마가 죽건 관심이 없다. 천하를 다 쥐고도 남의 나라도 빼앗아 그 위에 군림하려는 야망만 드러낸다. 살상 무기를 만들어 전쟁을 일으킬 기회만 노린다. 그들은 고대로부터 소위 영웅이라 불리는 권력자들의 영욕을 알면서도 자신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 믿는 것 같다. 하지만 천지의 도는 그 옛날이나 지금이나 천하를 제멋대로 가지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천하는 도를 담고 있는 신기한 그릇이라 누구로부터 지배받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종교·역사·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