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별 상호관세는 협상용 성격이 짙다. 10%의 기본관세를 하한으로 국가별 차등 관세를 통해 무역수지 균형을 이루려는 게 정책 목표이기 때문이다.
고율의 관세율 발표 직후 중국의 반발과 미 국채 금리 상승 등 이상 징후가 나타나자 국가별 관세만 90일간 유예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미 국채 매도세가 나타나면서 금리는 가파른 상승세다.
실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7일 3.86%에서 4.5% 수준으로 크게 올랐다. 상승폭만 놓고 보면 2001년 이후 가장 가파르다. 미 국채 30년물도 4.98%로 1982년 이후 가장 빠른 상승세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 안전자산인 미 채권 수요가 늘어 금리가 내려가야 하는 기존 추세와는 다른 움직임이다. 일본과 중국의 경우 경상수지 흑자로 얻은 달러로 미 국채를 매입하고, 미국은 국채를 팔아 재정수지 적자를 메꾸는 게 기본 구조다.
이런 가운데 미국 세관 당국이 상호관세 제외 품목을 공지해 혼선을 주고 있다. 상호관세 제외 품목에는 반도체 제조 장비를 비롯해 스마트폰과 평면 디스플레이 모듈 등이 포함돼 있다.
중국 공장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애플 등 미국 기업을 위한 조치다. 중국의 상호관세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미국 내 판매가격이 급등할 수 있어서다. 품목별 관세는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에 이미 적용 중이다. 품목별 관세 부과 근거는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다.
이번에 유예한 반도체·의약품 등은 미국이 국가 안보에 중요한 품목으로 분류해 놓았다. 다만 관세율을 얼마로 정할지를 놓고 상무부 등에서 조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중국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자동차보다 고율의 관세 부과가 예상되는 품목이다. 미국이 강경한 관세 기조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라는 해석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품목별 관세 파고(波高)를 넘기 위한 초국가적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