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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세계문화유산 '동구릉'…왕의 숲을 걷다

백승훈 시인

기사입력 : 2024-06-0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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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동구릉에 다녀왔다. 오월의 끝자락이라고는 하지만 쨍한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뜨겁다. 절로 초록 그늘이 그리워질 때 문득 떠오른 곳이 동구릉이었다. 동구릉은 가까운 거리에 있어 딱히 할 일이 없거나 먼 길 떠나기엔 시간이 어정쩡할 때 훌쩍 떠나 다녀오기 좋은 곳이다. 몇 번을 다녀왔어도 갈 때마다 숲의 느낌이 매번 새롭고 매혹적이어서 구리에 있는 동구릉으로의 나들이는 늘 나를 설레게 한다. 어느 숲인들 좋지 않은 숲이 있겠냐마는 동구릉의 숲은 각별하다. 왕들의 영혼이 머무는 곳이라는 장소가 주는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와 수백 년을 두고 가꾸고 지켜온 숲이라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가오는 숲의 느낌이 남다르다.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 구리 동구릉은 약 450여 년에 걸쳐 조성된 9기의 능이 모여 있는 조선 최대의 왕릉군으로 7명의 왕과 10명의 왕비가 이곳에 잠들어 있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1408년)을 시작으로 세월이 흐름에 따라 능이 하나씩 늘어나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그중에도 건원릉은 태조의 유언에 따라 봉분에 함경도의 억새를 심어 키가 넘게 자라 다른 능과는 다른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찬찬히 숲길을 따라 능을 돌아보는 것도 좋지만 그냥 초록에 취해 숲길만 걸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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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생각하면 오월의 숲은 적요(寂寥)할 것 같지만 의외로 활기차고 소란스럽다. 산란기를 맞은 새들이 불러대는 사랑의 세레나데가 숲의 고요를 흔들고, 바람에 실려 흐르는 꽃향기가 절로 코를 벌름거리게 만든다. 주차장 입구에서 본 산딸나무는 가지마다 흰나비 떼가 내려앉은 듯 흰 꽃을 가득 피워 달았고, 때죽나무와 쪽동백은 이미 지고 열매가 맺혔다. 산뽕나무엔 오디가 다닥다닥 달려있고, 벚나무의 버찌도 익어 바닥에 떨어져 내린다. 숲을 걸으며 만나는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 모두 애틋하고 사랑스럽지만, 그중에도 금수목이라고도 불리는 노각나무의 꽃을 볼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숲을 해찰하다가 바닥에 떨어져 내린 흰 꽃송이들을 보았다. 고개를 들어 나무를 보니 가지마다 노란 꽃술의 흰 꽃이 탐스럽게 피어 있다. 노각나무는 동백과 같은 차나뭇과에 속하는 식물이라서 꽃의 생김새도 흰동백과 흡사하다. 아름다운 꽃은 마무리도 아름답게 하는 것일까. 꽃도 피어서 5일쯤 지나면 동백꽃처럼 시들기 전에 통째로 떨어져 내린다. 노각나무는 곧게 뻗은 줄기의 껍질이 백로(해오라기)의 다리처럼 미끈하다고 해서 해오라기 노(鷺), 다리 각(脚), 노각나무라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가을에 노랗게 단풍이 들면 비단으로 수를 놓은 듯하다 하여 금수목(錦繡木)이란 이름도 있다. 전 세계 7종의 노각나무 중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인정받는 우리나라 특산 식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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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사연을 안고 잠들어 있는 왕들의 무덤과 제 몸속에 나이테를 숨기고 사는 나무들이 이 숲의 고요를 만드는 것일까. 새들의 지저귐이 끊이지 않아도 숲은 그 소리를 안으로 품어 고요를 깨뜨리지 않는다. 수백 년의 수령을 간직한 노송들이 줄지어 서 있는 능행 길을 따라 걷다가 나무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새소리,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여도 좋다. 코끝을 간질이는 꽃향기와 숨결을 나누어도 좋다. 늘 숲에 살 수는 없다 해도 이렇게 훌쩍 떠나와 잠시 숲에 머무는 시간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함께 걷는 동행은 훌륭했고 피어 있는 꽃들은 모두 예쁘고 사랑스러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살아갈수록 어여쁜 것들이 자꾸 눈에 밟힌다. 그중엔 내가 보았던 꽃들과 나무들도 있다. 그것들을 일일이 기억할 수는 없다. 일부러 기억하려 해도 언젠가는 잊혀질 것이다. 하여도 기억하는 동안 나는 분명 행복할 것이므로 가능하면 아름답고 어여쁜 시간들을 오래 기억하려 한다. 내 눈에 밟히는 것들이 줄어들지 않도록.


백승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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