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8년 목수였던 제임스 마셜이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인근 새크라멘토강가에서 제재소를 건설하다가 빛나는 사금을 발견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신문사 사주로 있었던 상인 새뮤얼 브래넌은 그해 3월 금 탐사용 물자를 파는 상점을 차렸다. 그러고는 샌프란시스코 대로를 활보하면서 “금이다! 금이다! 아메리카 강에서 금이 발견됐다!”라고 외치며 다녔다. 골드러시의 시작이었다.
1849년 초 골드러시 소문은 전 세계에 퍼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대륙을 횡단하거나 다양한 항로를 거쳐 몰려들었다. 유럽인들은 파나마 지협을 지나 태평양 우편 증기선 회사의 증기선으로 캘리포니아에 도착했다. 호주와 뉴질랜드 사람들은 하와이 신문을 싣는 배에서 이 소식을 접했고, ‘금 열풍’에 들뜬 수천 명이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배를 탔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온 포티나이너스는 특히 멕시코 소노라주에 가까운 광산지대로부터 온 사람들이었다. 아시아로부터 온 금 탐색자와 상인들은 주로 중국에서 온 이들이었다. 그해 캘리포니아로 들어온 사람의 수는 9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 절반은 육로를 통해, 나머지는 해로를 통해서 들어왔다. 그 가운데 5만~6만 명 정도가 미국인이었다. 나머지는 다른 나라에서 온 이들로 구성됐다. 1855년까지 적어도 30만 명의 금 탐색자들과 상인 그리고 기타 이민자들이 전 세계로부터 캘리포니아에 도착했다. 1849~1850년에는 중국인들이 들이닥쳤다. 중국인은 1852년 한꺼번에 5만 명이 몰려오기도 했다. 이때 샌프란시스코 일대로 몰려든 사람들을 '포티나이너스(forty-niners)’라고 부른다. 골드러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849년에서 49라는 숫자를 따와 ‘포티나이너스’라고 명명한 것이다.
미국 동부에서 캘리포니아로 가는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포티나이너스 중에는 힘겨운 여정 도중 죽는 사람이 많았다. 미국 동부 해안으로부터 남미 최남단을 돌아 5~6개월 동안 무려 3만3000㎞를 여행한 사람들도 있었다. 또 다른 해로로는 파나마 지협의 대서양 측에 도달해 정글을 카누나 로바를 사용해 1주간 걸려 빠져나가서 태평양 측으로 와서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배를 탄 사람도 있었다. 그 와중에 많은 사람이 죽었다.
포티나이너스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선박이 전 세계로부터 상품을 날랐다. 중국에서는 도자기와 비단, 스코틀랜드의 물품이 샌프란시스코에 몰렸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면 선장은 배의 승무원들이 탈출해 금광으로 향하는 일로 골치를 썩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의 부두와 도크는 수백 척의 배가 버려진 채로 남아 마스트의 숲처럼 됐다. 샌프란시스코의 기업가는 버려진 선박을 창고, 술집, 호텔 심지어 죄수 감옥으로까지 사용했다.
골드러시는 1949~1954년 정점에 달했다. 이때 캘리포니아에서 채취된 금의 총량은 1200만 온스였다. 약 370톤에 달하는 양이다. 골드러시 열풍을 감안할 때 결코 많은 양이라고 할 수 없다. 포티나이너스 중 실제로 금을 캐 일확천금을 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아주 극소수만이 영화를 누렸으며 대부분의 포티나이너스는 열악한 서부의 환경과 인디언의 습격으로 고통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드러시는 미국 경제를 일으킨 기념비적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당시 몰려든 사람들이 만들어낸 인프라와 폭발적으로 늘어난 수요 그리고 집단지성의 창의적 아이디어 등이 경제적 발전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미국의 물류혁명을 가져왔던 대륙횡단 열차도 이때 고안된 것이다.
포티나이너스의 개척정신은 20세기 들어 실리콘밸리의 신화로 이어졌다. 전 세계의 첨단 산업을 이끌어 가는 글로벌 IT기업들이 바로 이곳에서 시작됐다. 실리콘밸리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만을 둘러싼 샌프란시스코반도 초입에 위치하는 샌타클래라 일대의 첨단기술 연구단지를 일컫는다. 팰로앨토에서 새너제이에 걸쳐 길이 48㎞, 너비 16㎞의 띠 모양으로 전개돼 있다. 이 지대는 12월~3월을 제외하고는 연중 비가 내리지 않는다. 전자산업에 가장 이상적인 습기 없는 천연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인근에 스탠퍼드대학·버클리대학·샌타클래라대학 등 명문대학이 있다. 우수한 인력 확보가 쉬운 입지조건을 갖추었다. 실리콘밸리라는 명칭은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과 완만한 기복으로 펼쳐지는 샌타클래라 계곡, 즉 밸리를 합성한 말이다. 반도체 생산은 물론 반도체가 만들어내는 온갖 종류의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첨단기업도 수천 개가 똬리를 틀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