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정부 신뢰·고객사 확보·공급망 조율까지 총수 역할 확대
경제외교와 민간 네트워크 결합…원팀 투자 성패 가르는 변수
경제외교와 민간 네트워크 결합…원팀 투자 성패 가르는 변수
이미지 확대보기해외투자의 성패가 설비 규모보다 신뢰와 네트워크, 실행 속도에서 갈리면서 주요 그룹 총수들의 역할이 기업가치 제고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외교와 제도를 열고 금융권이 리스크를 낮추는 구조 위에서 오너 리더십은 대형 투자를 성과로 연결하는 고리로 작동하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의 해외 행보는 단순 의전이나 현장 점검을 넘어 투자 리스크를 낮추는 전략적 장치로 재평가되고 있다. 해외 사업이 공장 부지 확보나 설비 증설만으로 끝나지 않고 현지 정부 신뢰, 고객사 확보, 금융 조달, 협력사 관리까지 요구하는 복합 과제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해외 진출의 중심은 수주와 생산이었다. 좋은 제품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면 해외 발주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공식이 통했다. 하지만 최근의 대형 투자는 성격이 다르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배터리, 전기차, 로봇, 조선, 방산, 에너지 인프라는 투자 규모가 크고 회수 기간도 길다. 현지 정책과 금융 환경, 공급망 안정성, 고객사 신뢰가 맞물려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오너 리더십의 의미가 커진다. 총수의 해외 행보는 투자 발표 현장에 얼굴을 비추는 행사가 아니다. 현지 정부와 신뢰를 쌓고 글로벌 고객사와 협력 방향을 맞추며 그룹 내부의 투자 우선순위를 정리하는 과정이다. 불확실성이 큰 사업일수록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방향 제시가 실행력을 좌우할 수 있다.
최근 주요 그룹 총수들의 행보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미국 투자와 로보틱스·AI 전략을 챙기고 있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글로벌 빅테크와 반도체·AI 협력 접점을 넓히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AI 인프라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개별 일정 자체가 아니다. 핵심은 총수들의 움직임이 기업의 투자 리스크를 줄이는 기능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 대형 프로젝트는 계열사 하나의 판단으로 진행되기 어렵다. 총수가 중장기 방향을 제시하면 그룹 내부 의사결정과 계열사 간 협업도 빨라진다.
협력사 입장에서도 오너 리더십은 중요한 신호가 된다. 대기업의 해외 투자 방향이 분명해야 협력사도 설비 증설과 현지 동반 진출을 결정할 수 있다. 총수의 결단은 협력사 공급망 안정성과도 연결된다.
금융권과의 관계에서도 총수 리더십의 무게는 커지고 있다. 대형 해외 투자는 장기 자금 조달과 리스크 배분이 필수다. 정책금융과 민간 금융이 위험을 나누더라도 기업 내부의 책임 있는 투자 의지가 확인돼야 자금 흐름이 안정된다. 총수의 사업 방향은 금융권이 프로젝트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참고점이 될 수 있다.
기업가치 평가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시장은 더 이상 투자 규모만 보지 않는다. 어느 지역에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는지, 현지 고객사와 장기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공급망과 협력사 생태계를 끌고 갈 수 있는지를 함께 본다. 오너 리더십은 이 같은 무형 자산을 수익성과 성장성으로 연결하는 통로가 된다.
결국 해외투자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총수의 역할은 상징보다 실행에 가까워지고 있다. 정부가 외교와 제도를 열고 금융권이 위험을 나누는 구조 위에서 오너 리더십이 결합될 때 대형 투자는 비용 부담을 넘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성장 서사로 전환될 수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해외 대형 투자는 현지 정부와 고객사, 금융기관, 협력사가 함께 움직여야 성과를 낼 수 있다"며 "총수 리더십은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투자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기업가치와 직결되는 변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