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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5600달러 찍고 꺾였다… 지금이 '줍줍' 기회인가, 함정인가

중앙은행 863톤 매입·은 5년 연속 적자…슈퍼 사이클 동력은 살아 있다
JP모건 "연말 5055달러"…투자자가 지금 당장 봐야 할 지표 3가지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2025년 세계 중앙은행의 금 순매입량은 863톤이었다. 직전 3년 연속 1000톤을 넘겼던 기록에는 못 미쳤지만, 2010~2021년 연평균(473톤)의 거의 두 배다. 금값이 53차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과정에서도 매입을 이어갔다는 사실이 핵심이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2025년 세계 중앙은행의 금 순매입량은 863톤이었다. 직전 3년 연속 1000톤을 넘겼던 기록에는 못 미쳤지만, 2010~2021년 연평균(473톤)의 거의 두 배다. 금값이 53차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과정에서도 매입을 이어갔다는 사실이 핵심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올해 1월 온스당 5600달러(824만 원)까지 치솟았던 금값이 현재 4715~4744달러(694~698만 원) 선으로 밀렸다. 은은 더 가파르다. 121달러(17만 원) 고점에서 80~82달러(11~12만 원)까지 30% 넘게 급락했다. "비싸진 가격을 시장이 소화하는 조정 구간"이라는 해석과 "슈퍼 사이클의 종료 신호"라는 경고가 엇갈린다. 어느 쪽이 맞는가. 수급 데이터는 전자에 무게를 둔다.

중앙은행은 멈추지 않았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2025년 세계 중앙은행의 금 순매입량은 863톤이었다. 직전 3년 연속 1000톤을 넘겼던 기록에는 못 미쳤지만, 2010~2021년 연평균(473)의 거의 두 배다. 금값이 53차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과정에서도 매입을 이어갔다는 사실이 핵심이다. 폴란드 중앙은행이 102톤을 추가해 2년 연속 최대 구매자로 올라섰고, 카자흐스탄·브라질·아제르바이잔 국부펀드도 처음 또는 재진입 형태로 금 비축에 나섰다.

2025년 전체 금 수요는 사상 처음으로 5000톤을 넘어섰고, 수요 총액은 전년 대비 45% 급증한 5550억 달러(817조 원)를 기록했다. WGC20261분기 금 수요 역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JP모건 글로벌 리서치는 올해 연말 금값 평균을 5055달러(744만 원)로 전망하며 강세론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3.75%로 동결한 채 인하 시점을 늦추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기관 투자자의 차익 실현 매물이 겹쳐 단기 조정이 깊어졌다는 점도 JP모건은 인정했다. 세계은행(World Bank) 역시 2026년 추가 상승을 전망하되 속도는 2025년보다 둔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은은 산업재로 재분류됐다


은값 급등의 본질은 귀금속이 아니라 산업재 수급이다. 실버 인스티튜트(The Silver Institute)2025년 글로벌 은 공급 부족량이 11760만 온스(366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21년부터 5년 연속 공급 적자다. 산업 수요가 전체의 59%를 차지하는 가운데 태양광·전기차·AI 데이터센터가 3대 수요처로 떠올랐다.

차세대 TOPCon(터널 산화물 패시베이션 접합) 태양광 패널은 기존 대비 은을 50% 더 소비하고, 전기차도 내연기관차보다 은 소비량이 50% 많다. 실버 인스티튜트는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이 수요 증가가 2030년까지 구조적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공급 측은 늘리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 전 세계 은 생산의 약 70%가 구리·아연 광산의 부산물로 나온다. 은값이 아무리 올라도 다른 금속 채굴 경제성이 달라지지 않으면 공급이 늘어나지 않는 구조다. 여기에 중국이 20261월부터 은 수출 허가를 강화하면서 국제 현물 시장 공급에 추가 압박을 가하고 있다.

현재 80달러 초반으로의 급락은 차익 실현 매물 출회, 연준 금리 인하 지연에 따른 달러 강세, 중국 산업 가동률 부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구조적 추세의 역전보다 단기 피로감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공급 구조의 경직성이 수요 회복 국면에서 다시 가격을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지금 봐야 할 지표 세 가지


·은 슈퍼 사이클의 지속 여부를 가늠하려면 세 가지 숫자를 함께 봐야 한다. ①세계 중앙은행의 분기별 금 순매입량(WGC 기준 350톤 이상 유지 여부) ②금·은 현물 가격의 18개월 추세선(현재 가격이 18개월 전보다 낮아지는 시점이 추세 반전 신호) ③미국 물가연동국채(TIPS) 실질금리 방향성이다. WG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2년물 TIPS 수익률은 이미 20bp(0.2%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실질금리가 내려갈수록 이자가 없는 금의 보유 기회비용이 줄어들어 수요가 늘어나는 구조다. 은행 예금이나 채권 금리가 물가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자를 주지 않는 금을 보유하더라도 손해를 보는 느낌이 줄어든다. 투자자 입장에서 "굳이 금을 팔아 채권을 살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은 비율(Gold-Silver Ratio)도 전략 지표로 활용된다. 이 비율이 역사적 평균보다 크게 벌어질 때 금 일부를 은으로 교환하는 방식이다. 다만 은의 고점은 금보다 통상 1년 앞서는 경향이 있어 점검 주기를 짧게 유지해야 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리스크도 분명하다. JP모건은 인민은행(PBOC)의 매입 감소가 레버리지 포지션 청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최대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지정학적 긴장 완화나 주요국 중앙은행의 가격 부담에 따른 매입 축소도 상승 동력을 꺾을 수 있다.

국가 기관들이 지폐보다 실물을 먼저 택한 지금, 조정 폭보다 수급 펀더멘털의 방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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