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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과의 휴전, 생명유지장치 달고 있다"… 군사 행동 재개 저울질

이란 역제안 거부 후 백악관 안보팀 긴급 소집, 제한 공습 재개 검토 본격화
호르무즈 해협 봉쇄 10주째… 브렌트유 배럴당 107달러(약 15만7800원) 돌파, 국제 에너지 충격 장기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한 달 넘게 이어온 미국-이란 휴전이 극적인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CNN·로이터·CNBC·Axios·BBC·AP 등 주요 외신들은 11일(현지시각), 이란이 파키스탄을 통해 전달한 역(逆)제안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쓰레기"라고 일축하면서, 이란 전쟁 발발 72일째를 맞은 12일(현지시각) 미국 안보팀은 제한 군사 행동 재개를 포함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중동 최악의 에너지 공급 충격이 세계 경제를 흔드는 가운데, 오는 14~15일 베이징에서 열릴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이 사태의 분수령이 될지 주목된다.

협상 결렬과 군사 재개 검토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각)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과의 휴전은 '완전 생명유지장치' 수준"이라며 "의사가 들어와 '생존 가능성이 1%'라고 말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란 역제안에 대해 "읽다가 끝까지 마저 읽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트루스소셜에 "이란 대표단의 답변을 방금 읽었다.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TOTALLY UNACCEPTABLE)"라고 적었다.

Axios는 복수의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프로그램을 압박하기 위한 '일정 형태의 군사 행동'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관계자는 "그가 (이란을) 어느 정도 손볼 것"이라고 말했고, 다른 관계자는 "우리 모두 어디로 가는지 안다"고 전했다.

미 안보팀 회의에는 JD 밴스 부통령,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특사,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댄 케인 합참의장, 존 래트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검토 중인 선택지는 두 가지다. 하나는 호르무즈 해협 민간 선박 호송 작전인 '프로젝트 프리덤' 재개, 다른 하나는 아직 타격하지 않은 목표물의 25%에 대한 폭격 재개다. 이스라엘 정부는 특수부대를 투입해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하는 작전을 요청했으나, 위험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주저하고 있다고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전했다.

다만 두 명의 미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4~15일 중국 방문에서 귀국하기 전까지는 군사 행동을 명령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란 역제안 쟁점 — 핵·호르무즈·배상 삼각 교착


이란이 파키스탄을 통해 전달한 역제안의 핵심은 세 가지다. ① 레바논 전선을 포함한 전 지역 즉각 전면 교전 중단, ② 호르무즈 해협 주권 인정 및 미 해군 봉쇄 해제, ③ 전쟁 배상금 지급 및 동결 자산 반환이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에이는 이란의 제안이 "책임감 있고 아낌없는 것"이었다며, 미국의 요구가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핵 문제에서 이란은 고농축 우라늄의 일부를 희석하고, 나머지는 제3국에 이전하되 미국이 합의에서 탈퇴할 경우 반환받는 조건을 제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반면 미국은 20년 동안의 우라늄 농축 전면 중단과 현 비축량 전량 반출을 요구하고 있어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란 의회 의장이자 전 핵 협상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는 소셜미디어에 "이란의 권리를 받아들이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며 "미국 납세자들이 그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의 신임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전쟁 발발 이후 공개 석상에 등장하지 않은 채 "새롭고 단호한 군사 작전 지침"을 하달했다고 국영 방송이 전했다.

에너지 충격과 트럼프-시진핑 회담 변수


호르무즈 해협 봉쇄 10주째를 맞아 국제유가는 다시 치솟았다. 5월 11일 현재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107달러 67센트(약 15만8800원)까지 오르며 전일 대비 약 2.4% 상승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 대상 전화 회의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오늘 당장 열리더라도 시장이 안정을 찾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개방이 몇 주 더 늦어지면 정상화는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나세르 CEO는 현재 봉쇄로 세계 시장이 매주 약 1억 배럴의 공급을 잃고 있다고도 경고했다.

미국 내 평균 휘발유 가격도 갤런당 4달러 52센트(약 6670원)까지 올랐다. AAA(미국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이는 전쟁 개시 전 갤런당 약 2달러 99센트에서 52% 오른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휘발유 세금(갤런당 18.4센트, 약 260원) 한시 면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의회 승인이 필요해 즉각 시행이 어렵다. 연방 휘발유세는 해마다 230억 달러(약 33조 9250억 원) 이상의 고속도로·대중교통 재원을 공급하고 있어 면제 시 재정 공백도 불가피하다.

유엔 프로젝트서비스국(UNOPS) 조르주 모레이라 다 실바 사무국장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걸프 항만 봉쇄로 비료 공급이 끊기면서, 조치가 없을 경우 수주 안에 4천500만 명이 추가로 기아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재무부는 11일 이란산 원유의 중국 판매와 선적을 돕는 기업 및 개인 12곳에 새 제재를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을 나흘 앞둔 시점의 조치다.

선박 추적 분석기관 클플러(Kpler)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하루 평균 138만 배럴의 이란산 원유를 들여왔으며, 이는 이란 원유 수출 전체의 80% 이상에 해당한다.

또한 중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전체 해상 원유 수입의 약 13~14%를 차지한다.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지난달(4월) 중국의 원유 수입량은 전년 같은 달보다 20% 줄어든 3850만t으로, 지난 2022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걸프 안보 분석 전문가 다니아 타페르 걸프국제포럼 사무국장은 알자지라 방송에 "양측이 서로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현 상황은 누가 먼저 눈을 깜빡이느냐의 싸움"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봉쇄가 이란을 굴복시킬 만큼 효과적이거나, 호르무즈 봉쇄의 파급이 트럼프를 먼저 꺾을 수도 있다"며 "어느 쪽이든 추가 충돌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전망 — 시진핑 회담이 분수령


이번 주 가장 주목할 변수는 오는 14~15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이다. 중국은 최근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를 베이징에서 접견하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하면서도 이란에 외교적 해결을 촉구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중국이 이란을 압박해 호르무즈 해협을 열도록 "국제 공조에 동참"해줄 것을 공개 요청했다.

그러나 시장 분석가들은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페드워치어드바이저스의 벤 에몬스 전무는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관리된 긴장 완화'로, 실질적인 성과물은 얇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 수단이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없는 처지인 데다, 중재 실패의 정치적 부담도 지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미 안보 분석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귀국 후 이란을 향해 제한적 폭격을 재개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미 외교 당국자들은 "트럼프는 분명히 합의를 원한다"며, 군사 카드는 협상 압박용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전쟁이 세계 사상 최대 에너지 공급 충격을 일으켰다며, 현재 하루 약 1400만 배럴의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경고했다.

사태가 장기 교착 상태로 굳어질 경우, 아람코 CEO의 경고처럼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혼란은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

전 세계 석유·가스 거래량의 5분의 1이 오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언제 풀릴지, 그 해답이 이번 베이징 회담 테이블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국제사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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