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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선택받은 LG엔솔…전기차 배터리 경쟁력 입증

2028년부터 7년 이상 장기 공급
글로벌 전동화 전략 속 존재감 강화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이 13일 방한해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장용석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이 13일 방한해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장용석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메르세데스-벤츠와 2조 원이 넘는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게 됐다. 단일 고객 기준으로 보기 드문 장기·대규모 계약으로, 북미와 유럽을 동시에 아우르는 공급 구조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전략이 조정 국면에 들어선 상황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 중심의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메르세데스-벤츠 AG와 2조600억 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매출 25조6196억 원 대비 약 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계약 기간은 2028년 3월 1일부터 2035년 6월 30일까지로 7년 이상 장기 공급 구조다. 공급 지역은 북미와 유럽이다. 글로벌 양대 전기차 핵심 시장을 모두 포함했다.

이번 계약의 의미는 단순한 매출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성장 둔화와 정책 불확실성, 완성차 업체들의 투자 속도 조절이라는 복합 변수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벤츠와 같은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는 전동화 전략을 후퇴시키기보다는 속도 조절과 기술 고도화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이러한 고객군의 주요 파트너로 선택됐다는 점은 기술 신뢰도와 품질 경쟁력을 동시에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미와 유럽을 동시에 공급 대상으로 포함한 점도 주목된다. 북미에서는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현지 생산 요건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고, 유럽 역시 배터리 공급망 자립과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북미와 유럽에 생산 거점을 구축하며 현지화 전략을 앞세워 왔다. 이번 계약은 이러한 생산 네트워크가 실제 장기 수주로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재무적 관점에서도 중장기 실적 안정성에 긍정적이다. 장기 공급 계약은 배터리 업계 특성상 설비 투자 회수와 가동률 관리 측면에서 중요한 안전판 역할을 한다. 전기차 수요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점에서 장기 물량을 확보했다는 점은 향후 실적 가시성을 높이는 요소다. 다만 회사 측이 계약 금액과 기간이 추후 협의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구체적인 공급 물량과 제품 구성은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을 계기로 LG에너지솔루션의 고객 포트폴리오가 한층 안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가격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와의 장기 계약은 단순 가격 경쟁을 넘어 기술과 신뢰 중심의 경쟁 구도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 경쟁 단계로 이동하는 흐름 속에서 이번 벤츠 계약은 LG에너지솔루션의 전략적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이번 계약은 기술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다. 벤츠는 차량별로 에너지 밀도와 안전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는 완성차 업체로 꼽힌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고성능 배터리 기술을 중심으로 한 차세대 제품 경쟁력을 장기간 시험받는 기회를 확보하게 됐다. 전기차 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와의 협업 경험이 향후 신규 고객 확보와 추가 수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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