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형 EV·제네시스 프리미엄 병행…FTA 기반 현지 생산·R&D 확대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유럽에서 세 번째 전기차 전용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체코·슬로바키아·튀르키예 등에 생산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슬로바키아에서는 전기차 파워시스템과 브레이크 등 핵심 부품의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미국 내 관세 장벽과 보조금 제한의 불확실성을 상쇄하고, 유럽 시장에서 공급망 효율을 높이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차종 전략에서는 보급형 전기차를 앞세운다. 현대차는 엔트리급 EV2, EV3, EV4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5'에서는 콤팩트 전기차 콘셉트 '아이오닉 콘셉트 THREE'를 선보였다. 이는 전기차 보급 확대와 함께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도 유럽 시장 확대에 나선다. 현재 독일·영국·스위스에서 판매 중인 제네시스는 내년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네덜란드 등으로 진출 국가를 넓힐 예정이다. 제네시스는 하이브리드 투입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향후 전기차와 병행해 소비자 선택지를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 뮌헨 제네시스 스튜디오에서는 고성능 콘셉트 'GV60 마그마'와 하이퍼카 'GMR-001'을 전시하며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했다.
연구개발과 ESG 투자도 유럽에 집중된다. 현대차그룹은 독일 뤼셀스하임의 유럽기술연구소(HMETC)를 확장하며 전동화 기술 개발 역량을 높이고 있다. 체코 공장 등에서는 재생에너지 활용과 친환경 설비 도입을 확대해 탄소중립 달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단순히 판매 확대가 아닌 지속가능 경영을 통한 신뢰 확보 전략으로 평가된다.
무역 환경이 현대차그룹에 유리하다는 점도 유럽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이유다. 한-EU FTA로 완성차 관세가 철폐돼 미국 대비 수출 여건에서 상대적 이점을 갖는다. 다만 원산지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만큼 현지화와 부품 조달 확대가 필수적이다.
판매 실적도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달 EU로의 자동차 수출은 5억1000만 달러(약 7086억 원)로, 지난해보다 78.9% 증가했다. 독립국가연합(CIS)으로의 수출도 4억1000만 달러로 22.3% 늘었다.
올해 누적 수출액(1∼7월) 기준으로 보면 대미 자동차 수출은 182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1% 줄어든 반면, EU 수출은 17.8% 증가했다. 아시아, 기타 유럽, 중동으로의 수출은 각각 40.0%, 24.4%, 8.0%씩 증가해 대미 수출 감소분을 흡수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고율 관세와 보조금 제한, 인력·이민 규제까지 겹치며 한국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면서 "현대차가 유럽에서 보급형 전기차와 프리미엄 제네시스를 동시에 확대하는 것은 리스크를 분산하고 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