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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덕에 7월 수출 '선방'…美 관세 여파는 이제 시작

반도체 32%↑·자동차 9%↑·선박 108%↑…"관세 충격, 8~9월 실적부터 본격 반영"
평택항에서 수출 대기 중인 자동차.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평택항에서 수출 대기 중인 자동차. 사진=연합뉴스
7월 한국 수출이 두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며 선방했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가 역대 7월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자동차와 선박 등도 수출 확대를 견인했다. 그러나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가 본격화하는 8월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7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7월 수출은 608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9% 증가했다. 6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증가했다. 특히 미국의 상호관세 시행을 앞둔 불확실성 속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수입은 1년 전에 비해 0.7% 증가하는 데 그친 542억 1000만 달러, 수출입차인 무역수지는 66억 1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 증가를 이끈 건 단연 반도체였다. 7월 반도체 수출은 고부가 메모리 수요 회복과 단가 반등에 힘입어 전년 동월 대비 31.6% 늘었다. 이는 역대 7월 기준으로 가장 높은 실적이며, 전체 수출의 24.2%를 차지했다.
자동차 수출도 선전했다. 미국이 25% 고율 관세를 부과했음에도 유럽연합(EU)·독립국가연합(CIS)·중남미 등지로의 수출 확대에 힘입어 8.8% 증가했다. 선박 역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며 107.6% 급증했다.

다만 품목별 선방에도 미국의 관세 여파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8월부터 한국산 수출품에 대해 최대 25%의 상호관세가 부과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관세 부과를 앞둔 ‘선출하’ 효과로 일부 수출 실적이 왜곡됐다는 지적도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원장은 "7월 수출 물량 중에는 상호관세가 15%를 넘어 20% 수준까지 인상될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물량을 당겨 수출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서가람 산업부 무역정책관도 "일부 품목에 대해 미리 재고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반도체의 경우 실제 수요도 견조한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관세의 영향은 지역별 수출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7월 대미 수출은 103억3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중국(110억5000만 달러), 아세안(109억1000만 달러)에 이어 3위로 밀려났다. 자동차·철강·부품 등 고율 관세가 적용된 품목의 수출이 감소하면서 대미 수출 비중이 축소된 결과다.
수출 증가세 이면에는 품목별 양극화도 뚜렷했다. 이차전지는 광물 가격 하락과 해외 생산 확대 영향으로 수출이 전년 대비 20% 넘게 줄었다. 철강(-2.9%), 자동차 부품(-7.2%) 등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반도체와 일부 주력 품목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전통 제조업 품목이 역성장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관세 충격이 8~9월부터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7월까지는 선구매 효과와 유예 기간으로 버텼지만, 하반기부터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소비 위축 등이 대미 수출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실제 관세 효과가 시장에 반영되기까지는 최소 두세 달이 걸린다"면서 "지금은 단기 실적보다 8~9월 이후 본격적인 충격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실효성도 약화된 상황에서 기업들은 수익성과 수출 전략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미리 수출 타격이 예상되는 품목에 대해 원산지 증명 간소화, 해외인증 지원 등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근본적 해법 없이 수출 전략 전환이 없으면 하반기 수출 전선에 적신호가 올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김성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0328syu@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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