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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인텔 지분 계약, 파운드리 분사 막는 구조 드러나

삼성 등 한국 기업들, 인텔 행보에 전략 수정 불가피
지난 2023년 11월 28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1회 중국 국제 공급망 박람회(CISCE)에 설치된 인텔 부스 앞을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3년 11월 28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1회 중국 국제 공급망 박람회(CISCE)에 설치된 인텔 부스 앞을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인텔의 적자 사업인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을 분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계약 구조를 마련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테크크런치가 3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 정부가 인텔 지분 일부를 확보하면서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경영 의사 결정에 직접 개입하는 장치가 포함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는 지적이다.

◇ 기존에 알려졌던 것


인텔은 트럼프 행정부와 반도체지원법에 따르면 보조금 지급 및 정부 지분 참여 문제를 협의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정부가 일정한 경영 조건을 부과할 수 있다는 관측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업계에서는 특히 인텔 파운드리 부문이 지난 2분기에만 31억 달러(약 4조2000억 원) 영업손실을 내는 등 만성 적자라는 점에서 분사·매각 압박이 크다고 봤다. 실제로 지난해 말 전임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퇴임하기 직전에는 파운드리 분사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 새롭게 드러난 것


그러나 지난 28일 데이비드 진스너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도이체방크 콘퍼런스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계약에는 파운드리 분사를 억제하는 구체적 장치가 포함돼 있었다고 테크크런치는 전했다.

인텔이 파운드리 지분을 51% 이하로 줄이거나 사업을 분사·매각할 경우 미국 정부가 주당 20달러(약 2만7000원)에 인텔 지분 5%를 추가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사실상 인텔이 파운드리 부문을 외부에 떼어내기 어렵게 만드는 조항으로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

◇ 반도체 자급 의지와 우려

인텔은 이번 계약에 따라 지난주 미국 정부로부터 57억 달러(약 7조7000억 원)를 현금으로 수령했다. 이는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이미 배정됐으나 지급되지 않았던 보조금의 잔액이다. 백악관은 “계약 세부 내용은 여전히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자급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인텔에는 적자 사업을 떠안게 만드는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월가 관계자들은 “정부가 직접 지분을 확보하고 경영 조건을 부과한 것은 산업정책 차원의 개입”이라고 평가하는 한편, 일부 투자자들은 “적자 사업을 억지로 유지하게 되면 오히려 인텔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한국 반도체 업계에 미칠 파장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 구조가 장기적으로 미국 내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는 인텔이 여전히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고 있어 경쟁 부담이 크지 않지만 미국 정부가 지분 참여와 보조금을 통해 인텔 파운드리를 강제적으로 육성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경쟁 구도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인텔을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이상 한국 기업들도 기술 경쟁력 강화와 함께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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