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2025년 외채 5.5% 증가 발표…민간자금 유입 확대에도 상환 부담 가중
원리금 상환액 1조4000억달러…교육·의료·인프라 투자 위축 우려
원리금 상환액 1조4000억달러…교육·의료·인프라 투자 위축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전 세계 개발도상국의 대외채무가 지난해 9조4000억달러(약 1경2606조원)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됐지만 저소득 국가들이 새로 빌리는 자금에 적용되는 금리는 3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교육과 의료, 기반시설 등 장기적인 경제 발전에 필요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6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저소득·중소득 국가들의 대외채무가 2025년 말 기준 전년 대비 5.5% 증가한 9조4000억달러에 달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로이터는 세계은행이 이날 공개한 '2026 국제채무보고서'를 인용해 개발도상국의 외채 증가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직후인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특히 민간채권자들의 자금 공급이 확대되고 국제 채권시장이 다시 활성화됐지만 자금조달 비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개발도상국들이 더 많은 돈을 빌리면서도 높은 이자를 부담하고 있어 신규 자금조달이 장기적인 경제 발전으로 연결되지 못할 위험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최빈국 신규 차입금리 8.2%…1989년 이후 최고
세계은행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의 민간채권자 차입이 증가하고 공공부문의 국제채권 발행이 확대되면서 관련 자금조달 규모는 전년보다 약 35% 증가한 2510억달러(약 336조62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저소득 국가들이 실제로 부담하는 자금조달 비용은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높았다.
세계은행 산하 국제개발협회(IDA)의 저금리·무이자 금융지원 대상 국가들이 지난해 민간채권자로부터 새로 자금을 빌릴 때 부담한 평균 금리는 8.2%였다.
이는 1989년 이후 3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들 국가가 신규 국제채권을 발행할 때 부담한 평균 금리는 9.4%에 달했다.
반면 IDA의 양허성 금융지원 대상이 아닌 국가들의 신규 국제채권 발행금리는 평균 5.5%로 2024년의 5.8%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국제 금융시장의 자금조달 여건이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상황에서도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국가들은 높은 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저소득 국가들의 외채 증가 속도도 더 빨랐다.
IDA 지원 대상 국가들의 외채는 지난해 8.1% 증가한 1조3000억달러(약 1743조4300억원)를 기록했다.
전체 개발도상국의 외채 증가율 5.5%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세계은행의 푸하이산 수석통계전문가는 "저소득·중소득 국가에 민간자금이 다시 유입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이들 국가는 더 많이 빌리고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장기적인 개발에 사용할 자금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책임 있는 부채 관리는 미래 세대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발전할 기회를 제공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리금 상환 1조4000억달러…5년 연속 증가
개발도상국의 부채 상환 부담도 계속 커지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저소득·중소득 국가들이 2025년 상환한 대외채무 원금과 이자는 총 1조4000억달러(약 1877조5400억원)로 전년보다 1.9% 증가했다.
원리금 상환액은 5년 연속 증가했다.
이 가운데 민간 채권 보유자들에게 지급한 금액은 3630억달러(약 486조8200억원)로 전년보다 13.7% 늘었다.
특히 상당수 개발도상국은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해 새로운 국제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상환 부담을 관리하고 있다.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새로운 채권 발행으로 상환하면 원리금 지급 시기를 분산할 수 있지만 전체 채무 규모는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 채권보다 높은 금리로 신규 채권을 발행할 경우 장기적인 이자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세계은행은 개발도상국들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신규로 조달한 자금보다 4360억달러(약 584조7200억원)를 더 많이 원리금 상환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해에는 자금 흐름에 변화가 나타났다.
2024년에는 장기 외채와 관련해 1180억달러(약 158조2500억원)의 순유출이 발생했지만 2025년에는 450억달러(약 60조3500억원)의 순유입으로 전환됐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다시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했지만 높은 차입금리와 누적된 채무 부담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달러 약세도 외채 증가에 영향…상환해도 장부상 채무 확대
지난해 개발도상국의 대외채무가 증가한 배경에는 미국 달러화 가치 하락도 있었다.
세계은행은 달러화 약세가 다른 통화로 표시된 채무의 달러 환산액을 높여 외채 통계상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특히 공공부문 및 정부보증 외채 증가액 3030억달러(약 406조3500억원) 가운데 4분의 1 이상이 달러화 가치 하락에 따른 환산 효과로 설명됐다.
일부 양허성 금융지원 수혜국에서는 실제로 원리금을 계속 상환했는데도 달러화 환산 기준 외채 잔액이 전년보다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났다.
채무 증가액 전체가 신규 차입에서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개발도상국들의 국제 금융시장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올해 8월 중순까지 10개국 이상이 지난해 연간 국제채권 발행액을 이미 넘어섰다.
한동안 국제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했던 일부 국가들도 다시 채권 발행에 나섰다.
세계은행은 자금조달 통로가 확대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높은 금리로 차입한 자금이 실제로 생산적인 투자에 사용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의료 투자 위축 우려…부채 투명성 강화 촉구
세계은행은 개발도상국들의 높은 외채 상환 부담이 장기적으로 경제성장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 재정에서 원리금 상환에 투입되는 자금이 늘어나면 교육과 보건, 도로 등 기반시설 확충과 일자리 창출에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외채 부담이 큰 국가들은 외부 경제 충격이 발생했을 때 취약성이 더욱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은행은 채무 부담이 높은 국가일수록 외부 충격이 발생했을 때 건강한 식단을 유지할 경제적 여력이 없는 인구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부채 문제의 복잡성도 커지고 있다.
전통적인 정부 간 차입이나 국제 금융기관 대출 외에 새로운 민간채권자와 복잡한 금융상품, 정부보증 및 다양한 자금조달 방식이 늘어나면서 국가별 실제 채무 규모와 위험을 파악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은행은 부채계약의 투명성을 높이고 관련 통계의 국제 기준을 강화하는 한편 데이터 공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푸하이산 수석통계전문가는 책임 있는 부채 관리가 현재뿐 아니라 미래 세대의 발전 기회를 보장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세계은행은 개발도상국의 국제 금융시장 접근성이 회복되고 있지만 높은 차입비용과 누적된 외채가 장기적인 투자와 경제적 회복력을 약화시킬 위험은 여전히 크다고 경고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