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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스페이스X 머스크...데이터센터 "우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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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스페이스X 창업자/ 사진=로이터
땅의 분노를 하늘로 띄우는 남자,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를 한 단어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북미로 건너온 그는 온라인 결제 회사 페이팔로 첫 부를 쌓았고, 이후 전기차 회사 테슬라와 로켓 회사 스페이스X를 세계 정상급 기업으로 키워냈다. 인공지능 기업 xAI까지 거느린 그는 2026년 들어 흩어져 있던 사업을 하나로 묶었다. 스페이스X가 지난 2월 xAI를 인수한 것이다. 이어 스페이스X는 6월 대형 기업공개(IPO)를 단행하면서 우주 데이터센터, 곧 궤도 위 위성들이 연산을 수행하는 네트워크를 핵심 성장 동력으로 내세웠다. 로켓, 위성, 인공지능이 한 지붕 아래 모인 셈이다. 이 조합이 겨냥하는 과녁이 바로 "데이터센터를 우주로 보내자"는 구상이다.

지상에서 끓어오른 전기요금 민심


이 구상이 단순한 공상으로만 들리지 않는 까닭은 지상의 사정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데이터센터는 이례적으로 핵심 쟁점이 되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 자료에 따르면 가정용 전기요금은 2024년 이후 10% 넘게 올라 다른 상품·서비스 물가 상승률을 앞질렀다. 그 배경에 AI 데이터센터가 있다는 인식이 퍼졌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일반적인 AI 데이터센터 하나가 가정 10만 가구만큼의 전력을 쓴다고 본다.

정치권도 이 흐름을 비켜 갈 수 없었다. 폴리티코 분석에 따르면 연방 하원 격전지 69곳 가운데 58%인 40곳에서 데이터센터가 건설 중이거나 계획 단계에 있었다. 선거 광고도 달라졌다. 올해 데이터센터를 언급한 정치 광고에 3,100만 달러 이상이 쓰였고, 그중 99% 넘는 금액이 데이터센터에 반대하는 광고였다. 반감은 당파를 가리지 않았다. 펜실베이니아대 애넌버그 공공정책센터 조사에서는 미국인 다섯 명 중 세 명꼴이 동네 데이터센터에 반대했고, 민주당·공화당·무당층 모두에서 반대가 다수였다. 백악관도 대응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형 데이터센터가 전력을 자체 생산하도록 의무화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의 부정적 여론을 달래려는 조치로 해석되었다.

AI 데이터센터, 美 중간선거 변수…격전지 58%에 건설·계획


머스크의 해법은 발상의 방향부터 다르다. 지상에서 전력을 어떻게 나눌지 다투는 대신, 아예 지상을 떠나자는 것이다. 그는 올해 초 다보스포럼에서 AI를 두기에 가장 비용이 낮은 장소는 우주가 될 것이며 2~3년 안에 실현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말에 그치지도 않았다. 스페이스X는 1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최대 100만 기의 위성을 발사하게 해 달라는 신청서를 냈다.

논리는 단순하다. 우주에서는 해가 지지 않는다. 머스크는 대기권 밖에서는 구름이나 대기 손실이 없어 지상보다 약 36% 많은 태양 복사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냉각수도 필요 없다. 우주에서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복사 냉각으로 열을 내보내기 때문에 물을 대량으로 쓰는 수랭식 설비가 필요 없다는 것이 회사 측 주장이다. 6월에는 첫 AI 위성 시제 설계도 공개했다. ‘AI1’은 위성 한 기당 최대 150㎾의 연산이 가능하고 날개폭이 70m에 이르며, 이는 엔비디아 GB300 랙 하나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머스크 야심작’ 우주 데이터센터에…‘장점 없다’ 손정의 일축, 왜?


정치적으로 보면 이 구상은 묘한 설득력을 지닌다. 유권자가 분노하는 대상은 내 동네의 송전탑과 내 집의 전기요금 고지서다. 데이터센터를 하늘로 올려 보내면 주민과 전력을 다툴 일도, 농지를 갈아엎을 일도, 지하수를 끌어다 쓸 일도 사라진다. 지상의 갈등을 공학으로 우회하겠다는 것, 그것이 머스크식 '불만 해소'의 핵심이다.

꿈과 계산서 사이의 거리는 여전히 멀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1GW급 우주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약 424억 달러가 들어 지상의 3배에 달하며, 경제성을 맞추려면 현재 ㎏당 3,600달러인 발사 비용을 200달러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 업계 거물들의 시선도 엇갈린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전력비는 칩 같은 하드웨어에 비하면 데이터센터 운영비의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며, 장비를 모두 우주로 보내는 데 더 큰 비용이 들고 통신 지연과 유지보수 문제도 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뼈아픈 경고는 머스크의 회사 안에서 나왔다. 스페이스X는 상장 전 투자설명서에서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이 상당한 기술적 복잡성과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포함하고 있어 상업적 실현에 실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시간표도 흔들린다. 머스크는 2027년 궤도 데이터센터를 약속했지만, 정작 스페이스X가 규제 당국에 낸 서류에는 빨라야 2028년으로 적혀 있었다.

하늘의 해법, 땅의 고지서


머스크라는 인물의 힘은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할 때 시간표를 먼저 던지고 세상을 그 시간표에 끌어들이는 데 있다. 재사용 로켓도, 전기차의 대중화도 처음에는 조롱을 받았다. 우주 데이터센터 역시 그 계보를 잇는 승부수일 수 있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은 수십 년 뒤의 해법보다 다음 달 고지서를 묻고 있다. 머스크가 하늘을 가리키는 동안에도 지상의 데이터센터는 계속 지어지고, 전력망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는 여전히 정치의 몫으로 남는다.

결국 우주 데이터센터는 유권자의 불만을 곧바로 풀어 줄 처방이라기보다, 그 불만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 주는 거울에 가깝다. 지상에서 해법을 찾지 못한 사회가 하늘을 올려다보게 된 것이다. 머스크의 로켓이 그 기대를 궤도에 올려놓을지, 아니면 화려한 상장 설명회의 한 장면으로 남을지는 앞으로 몇 년이 판가름할 것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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