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채권펀드 한 주간 197억8000만달러 순유입…주식펀드에서는 51억1000만달러 유출
국채펀드 3분기 593억달러·10월 140억달러 유입…60대40 투자전략도 재조명
국채펀드 3분기 593억달러·10월 140억달러 유입…60대40 투자전략도 재조명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국채금리가 5%를 넘어서면서 높은 이자수익을 노린 투자자금이 채권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미국 채권펀드에 한 주 동안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이 유입된 반면 주식펀드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국채가격 급락을 투자 기회로 판단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주식 중심의 자산배분 전략을 재검토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15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은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 지난 7일 종료된 한 주 동안 미국 채권펀드에 197억8000만달러(약 2조6347억원)가 순유입됐다고 밝혔다.
이는 주간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같은 기간 미국 주식펀드에서는 51억1000만달러(약 6807억원)가 순유출됐다. 주식펀드에서 주간 순유출이 발생한 것은 9월 16일 이후 처음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국채펀드에 10월 들어 약 140억달러(약 1조8648억원)가 유입됐다고 14일 보도했다. 올해 3분기에는 사상 최대인 593억달러(약 7조8988억원)가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고 FT는 전했다.
집계 기간과 펀드 범위가 다르지만 미국 국채금리가 수십 년 만의 높은 수준으로 상승한 상황에서도 투자자들이 채권 매입을 확대하고 있다는 공통된 흐름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미 채권펀드 주간 순유입 사상 최대…단기·중기 국채 집중
로이터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 미국 채권펀드로 유입된 자금 가운데 단기·중기 국채펀드가 67억6000만달러(약 9004억원)를 차지했다. 6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단기·중기 투자등급 채권펀드에도 50억4000만달러(약 6713억원)가 유입됐으며 미국의 일반 과세 채권펀드에는 25억2000만달러(약 3357억원)가 들어왔다.
투자자들이 채권시장 전체를 무차별적으로 매수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국채와 투자등급 채권을 중심으로 자금을 배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금 이동은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나타났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0월 첫째 주 장중 5.3645%까지 상승해 2002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국제유가 상승이 국채 매도 압력을 높인 결과였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같은 주 7844.52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국채금리 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로이터는 주가 상승 이후 차익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에 국채금리 상승과 높은 국제유가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주식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갔다고 보도했다.
대형주 펀드에서는 140억8000만달러(약 1조8755억원)가 순유출됐고 중형주와 소형주 펀드에서도 각각 10억3000만달러(약 1372억원), 8억3400만달러(약 1111억원)가 빠져나갔다.
반면 기술주 등 일부 업종별 주식펀드에는 자금이 유입됐다. 기술주 펀드에 45억3000만달러(약 6034억원)가 들어왔으며 유틸리티와 산업재 펀드에도 각각 11억8000만달러(약 1572억원), 10억4000만달러(약 1385억원)가 유입됐다.
주식시장에서 자금이 일제히 이탈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전체 주식펀드에서는 순유출이 발생하고 채권펀드에서는 기록적인 순유입이 나타나는 대조적인 흐름이 확인된 것이다.
안전자산 성격이 강한 머니마켓펀드(MMF)에도 한 주 동안 684억9000만달러(약 9조1229억원)가 유입됐다. 전주에는 436억달러(약 5조8075억원)가 빠져나갔다.
◇국채가격 급락에도 매수 확대…3분기 유입액 사상 최대
채권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는 가장 큰 배경은 높아진 국채금리다.
FT에 따르면 미국 국채펀드에는 3분기 593억달러가 순유입된 데 이어 10월 들어서도 약 140억달러가 들어왔다. 미국 국채가격이 장기간 하락했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높은 이자수익을 확보할 기회로 보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올해 들어 1.06%포인트 상승해 FT 보도 당시 5.24%에 달했다.
채권금리가 상승하면 기존 채권의 시장가격은 하락하지만 새로 채권을 매입하는 투자자는 더 높은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다.
FT는 아문디, 블랙록, 핌코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최근 미국 국채의 투자 매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10년물 국채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수익률이 3%에 근접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다만 채권 매수 수요는 만기에 따라 차이가 있다.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수요가 탄탄한 10년물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20년물과 30년물 등 초장기 국채에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대규모 국채 발행과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이 초장기채 가격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FT는 미국 국채시장의 매도세가 수개월간 이어졌지만 일부 대형 투자자들은 금리가 무한정 상승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현재 수준에서 채권을 매입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주식 60%·채권 40% 전략 재부상…채권 비중 확대 움직임
높은 채권금리는 기관투자자들의 자산배분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로이터는 13일 미국 투자자들이 전통적인 '주식 60%·채권 40%' 투자전략을 다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전략은 전체 투자자산의 60%를 주식에 투자하고 나머지 40%를 채권에 배분해 성장에 따른 수익과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식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이어진 초저금리 환경에서는 채권의 수익률이 낮아 주식 비중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강했다.
그러나 미국 국채금리가 5%를 넘어서면서 채권 자체의 이자수익이 커졌고 주식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영국 로열런던자산운용은 인플레이션 우려로 지난 8월과 9월 초 채권 비중을 축소했지만 9월 말부터 다시 채권 편입을 확대했다.
미국 SMBC그룹의 몬티 간디 금리 전략가도 현재 금리 수준에서는 채권 투자에 대한 매력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실제 펀드 자금 흐름에서도 이러한 선택적 투자가 확인된다.
로이터가 인용한 LSEG 리퍼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미국 단기 국채펀드에는 145억달러(약 1조9314억원)가 유입됐다. 대출채권 관련 펀드에도 49억달러(약 6527억원)가 들어왔다.
반면 회사채 펀드에서는 49억달러, 고수익채권 펀드에서는 45억달러(약 5994억원)가 각각 순유출됐다.
이는 투자자들이 모든 채권을 동일하게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금리 위험과 신용 위험을 구분해 투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주식에서 채권으로의 대규모 자금 이동이 본격화했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10월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서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약 5.9%까지 올라야 주식에서 채권으로 의미 있는 자금 이동이 발생할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나타나는 채권 매수 확대는 모든 투자자가 주식 비중을 줄이는 전면적인 자산 이동이라기보다 높아진 채권 수익률을 활용하려는 선별적인 투자 확대의 성격도 갖고 있는 셈이다.
◇물가 충격에도 국채 매수세…금리 추가 상승 위험은 여전
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여전히 주요 위험 요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4일 발표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장중 5.29% 부근까지 상승했다.
9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올라 시장 전망치 3.6%를 웃돌았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도 2.6%로 예상치 2.5%보다 높았다.
물가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아졌다.
그러나 미국 국채금리는 이후 상승분을 반납했다. 뉴욕증시가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채에 대한 매수 수요가 유입된 결과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5.19% 부근까지 내려왔고 30년물 국채금리도 하락했다.
반면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상승해 장단기 국채금리가 서로 다른 움직임을 나타냈다.
이러한 흐름은 채권 매수 수요가 확대되고 있지만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의 불안도 여전하다는 점을 드러낸다.
금리가 더 상승하면 기존 채권의 시장가격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 특히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 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금리가 현재 수준에서 안정되거나 하락하면 높은 수익률에 채권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이자수익과 함께 채권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미국 채권시장은 인플레이션과 재정적자 우려로 국채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높은 금리를 확보하려는 투자자들의 매수 수요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와 FT가 확인한 대규모 채권펀드 순유입은 이러한 움직임이 실제 투자자금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다만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어 채권투자 확대가 곧바로 국채가격의 추세적인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