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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만의 대역전"… 美 퀄컴, 5G·AI 특허 사용료 中 화웨이에 첫 '순지불'

통신 칩 거인 퀄컴, 화웨이 핵심 특허 680여 건 교차 라이선스… 1.3억 달러 넘어 美 FTC 심사대
근접 광학(NPO)·'타우 스케일링' 등 차세대 반도체 원천기술 확보 목적… 화웨이 누적 특허료 69억 달러 돌파
美 대중 수출통제 속 균열… 美·中 정상회담 직후 체결돼 글로벌 테크 지형 파장 예고
화웨이는 2001년에 처음으로 퀄컴 특허 라이선스를 지불했다. 새로운 교차 라이선스 계약이 승인되면 퀄컴이 처음으로 순 지불자가 될 것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화웨이는 2001년에 처음으로 퀄컴 특허 라이선스를 지불했다. 새로운 교차 라이선스 계약이 승인되면 퀄컴이 처음으로 순 지불자가 될 것이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모바일 프로세서 및 통신 칩 설계 독점 기업인 퀄컴(Qualcomm)이 중국의 통신·빅테크 기업 화웨이(Huawei)의 5G 및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특허를 사용하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화웨이에 특허료를 지불하는 '순지불자(Net Payer)'가 됐다.
화웨이가 2001년 퀄컴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라이선스를 도입하며 거액의 로열티를 내기 시작한 지 꼭 25년 만에 글로벌 통신·반도체 지식재산권(IP) 시장의 공수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이번 다년간의 특허 교차 라이선스(Cross-licensing) 계약 규모는 공식 발표되지 않았으나, 미국 독점금지법인 하트-스콧-로디노(HSR) 반독점증진법에 따른 연방거래위원회(FTC) 사전 승인 심사 기준선인 1억 3,390만 달러(약 1,800억 원)를 웃도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정부의 집요한 첨단 반도체 수출통제 속에서도 화웨이가 통신 표준 특허(SEP)뿐만 아니라 광학 패키징, 독자적인 반도체 시스템 설계 원리 등 하이엔드 AI 하드웨어 원천기술을 대거 선점하면서, 미국 대표 팹리스조차 화웨이의 특허 우산 없이는 차세대 칩셋을 개발하기 어려운 현실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10월 5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타이베이발 단독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직후 체결되어 미국 규제 당국의 면밀한 안보 검토를 촉발할 전망이다.

'타우 법칙'·NPO 광통신 등 핵심 680여 건 라이선스… 퀄컴의 기술적 필요 부각


화웨이에 따르면 이번 계약을 통해 퀄컴은 미국에 등록된 핵심 특허를 포함해 화웨이가 보유한 680건 이상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이는 화웨이가 보유한 전 세계 약 29만 6,000여 건의 활성·출원 특허 중 단 0.23%에 불과한 소수 정예 기술이지만, 차세대 데이터센터와 모바일 컴퓨팅의 병목을 해결할 핵심 기술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초고속 AI 연산 시 전기 신호 대신 빛으로 칩 간 데이터를 연결하는 '근접 패키지 광학(NPO·Near-Package Optics)' 상호연결 기술과 화웨이가 지난 5월 독자 정립한 반도체 시스템 설계 원리인 '타우 스케일링 법칙(Tau Scaling Law)' 관련 특허들이다.

타우 스케일링 법칙은 미국의 장비 수출 규제로 인해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쓸 수 없게 된 중국이 기존 미세공정 한계(무어의 법칙 둔화)를 극복하기 위해 물리적 트랜지스터 크기 축소 대신 아키텍처 재설계, 3D 적층, 시스템 패키징을 통해 칩의 연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신개념 설계 철학이다.

화웨이는 지난 9월 이 기술을 적용한 독자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린 9050 프로(Kirin 9050 Pro)'를 세계 최초의 3단 접이식 스마트폰 '메이트 XT 2(Mate XT 2)'에 성공적으로 탑재해 대량 양산에 들어갔다.

화웨이 누적 특허 수익 69억 달러 돌파… 퀄컴 "화웨이 5G 리더십 공식 인정"


이번 거래를 통해 화웨이의 글로벌 지식재산권 라이선스 누적 매출은 69억 달러(약 9조 3,000억 원)를 돌파하게 됐다.
미국의 집중 제재 이후 글로벌 스마트폰 하드웨어 수출길이 막히자, 화웨이가 통신·컴퓨팅 원천 특허를 수익화하는 'IP 라이선싱 비즈니스'로 체질을 개선해 온 노력이 가시적인 결실을 맺은 셈이다.

앨런 판(Alan Fan) 화웨이 최고지적재산권책임자(IPR 부사장)는 "수십 년간 기초 기술에 단행해 온 천문학적인 연구개발(R&D) 투자가 화웨이를 모바일 산업의 확고한 리더로 자리매김하게 했다"며 "퀄컴과의 이번 계약은 우리의 혁신 가치가 전 세계에 입증된 상징적 사건"이라고 자평했다.

퀄컴 역시 화웨이의 특허 경쟁력을 공식 인정했다.

존 한(John Han) 퀄컴 기술 라이선스 총괄 부사장은 "이번 계약은 5G를 비롯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화웨이가 이뤄낸 끊임없는 혁신과 지식재산권을 인정한 결과"라며, "동시에 기초 무선 기술 분야에서 퀄컴의 선도적 지위가 산업계 전반에 확고히 재확인되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퀄컴이 5G·6G 표준 경쟁과 차세대 스냅드래곤 AI 프로세서 설계에서 화웨이와의 특허 소송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막대한 라이선스 비용을 감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HP 이어 퀄컴까지… 美 빅테크, 통상 압박 속 '화웨이 특허' 연쇄 계약


화웨이의 특허 확장은 퀄컴에 그치지 않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 8월에도 미국 대표 PC 제조사인 HP와 와이파이(Wi-Fi) 통신 기술에 대한 다년간의 교차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동시에 화웨이는 AI 가속기(어센드), 서버용 중앙처리장치(쿤펑), 데이터센터용 고속 네트워킹 프로세서 등 11종의 차세대 엔터프라이즈 칩셋을 잇따라 공개하며 엔비디아, 브로드컴, 인텔, AMD 등 미국 반도체 진영에 맞선 독자 AI 풀스택 하드웨어 생태계를 완성해 나가고 있다.

다만 이번 계약이 최종 발효되기 위해선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DOJ)의 반독점 및 국가안보 합치성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워싱턴 정계 일각에서 중국 테크 기업으로의 기술 종속과 로열티 자금 유입을 차단해야 한다는 대중 강경론이 거센 만큼, 라이선스 승인 과정에서 적잖은 정치적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5년 전 미국의 원천기술을 돈을 주고 사 오던 중국 화웨이가, 이제는 미국의 시스템 반도체 심장부를 쥔 퀄컴으로부터 특허료를 받아내는 기술 권력으로 급부상하면서 미·중 기술 냉전의 판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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