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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붐 언제 꺾이나…WSJ "자금줄 마를 때"

지난해 9월 23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애빌린의 오픈AI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에서 철골 구조물이 세워져 있다. 이곳에는 총 8개의 데이터센터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9월 23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애빌린의 오픈AI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에서 철골 구조물이 세워져 있다. 이곳에는 총 8개의 데이터센터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투자 붐이 언제 꺾일지를 가늠하려면 기업의 실적이나 주가보다 신규 자금조달 창구가 닫히는지를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닷컴버블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시장의 전환점은 적자를 내거나 손실이 발생한 순간 자체가 아니라 이를 메우기 위한 새로운 자본을 더 이상 끌어올 수 없게 된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I 붐의 가장 큰 취약점은 막대한 신규 자금이 계속 유입돼야 현재의 투자 구조가 유지될 수 있다는 데 있다고 27일(현지시각) 분석했다.

WSJ는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 부족과 충분한 유료 고객 확보 여부, AI 모델 업체 간 경쟁, 금리 상승에 따른 차입비용 증가 등 여러 위험이 있지만 자본 공급이 계속되는 한 AI 투자 붐은 이어질 수 있다며 이같이 내다봤다.
◇AI 붐의 경고어 ‘펀딩갭’

WSJ가 주목한 것은 ‘펀딩갭(funding gap)’이다.

펀딩갭은 기업이 스스로 벌어들이는 현금만으로 사업을 유지할 수 있기 전까지 외부 투자자의 신규 자금이 계속 필요하지만 필요한 자금을 추가로 조달하기 어려워진 상태를 의미한다.

이와 함께 2000년 닷컴버블 붕괴 당시 널리 쓰였던 표현이 ‘번레이트(burn rate)’다. 적자기업이 분기마다 얼마나 많은 현금을 소진하며 현재 보유한 현금으로 몇 달을 버틸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WSJ는 “AI 기업들의 자금조달 시장에서 ‘펀딩갭’이라는 용어가 다시 빈번하게 등장하는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WSJ에 따르면 현재 AI 선두기업들은 막대한 컴퓨팅 인프라와 데이터센터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상당수가 아직 외부자본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닷컴버블 상징 펫츠닷컴, 돈 끊기자 문 닫아

WSJ는 2000년 닷컴버블 당시 온라인 애완동물용품 업체 펫츠닷컴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펫츠닷컴은 큰 손실을 내면서도 투자자에게서 계속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바탕으로 사업을 이어갔다.

이 회사는 10달러(약 1만3620원)에 사들인 상품을 5달러(약 6810원)에 판매하면서 해당 상품을 마케팅하는 데 50달러(약 6만8100원)를 쓰는 구조였지만 나스닥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에는 투자자금을 계속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신규 자금조달이 막혔고 결국 2000년 11월 문을 닫았다.

WSJ는 “당시 기업의 손실 자체보다 이를 계속 보전해주던 자본시장의 문이 닫힌 것이 결정적인 전환점이었다”고 설명했다.

◇2007년 금융위기도 자본조달에서 이상 신호

비슷한 현상은 2007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도 나타났다.

미국 국책 모기지업체 프레디맥은 2007년 11월 주택담보대출 관련 손실이 늘어나자 배당금을 대폭 줄이고 60억달러(약 8조1720억원) 규모의 우선주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했다.

그러나 손실을 실질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보통주 자본을 충분히 조달하지 못했다.

WSJ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프레디맥조차 신규 보통주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은 다른 금융기업들도 필요한 자본을 조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중요한 신호였다고 분석했다.

이후 일부 금융사들은 추가 자금을 조달했지만 급증하는 손실을 상쇄하기에는 부족했다. 2008년 9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은 정부 관리체제에 들어갔고 미국 정부는 금융시스템에 대규모 구제조치를 시행했다.

◇오픈AI·앤스로픽 IPO 변화…아직 결정적 신호는 아냐

WSJ에 따르면 현재 AI 시장에서도 일부 자금조달 계획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픈AI는 올해 기업공개를 하지 않기로 했고 소형모듈원자로(SMR)를 AI 데이터센터 등에 공급하려는 홀텍뉴클리어는 이달 IPO 계획을 중단했다.

클로드 개발사 앤스로픽도 당초 10월을 목표로 하던 IPO 일정을 11월로 미뤘다.

그러나 WSJ는 이를 AI 시장의 자본조달 창구가 닫히기 시작했다는 결정적인 신호로 보기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이들 기업이 당장 상장하지 않더라도 사모시장에서 여전히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홀텍뉴클리어는 이미 수익을 내고 있으며 원자력을 비롯한 기존 사업도 갖고 있다.

반면 오픈AI와 앤스로픽은 비상장기업이어서 외부 투자자가 구체적인 재무상태를 파악하기 어렵다.

WSJ는 외부에서 분명하게 알 수 있는 점은 두 회사가 막대한 현금을 소진하고 있으며 추가 자본도 계속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픈AI 자금줄 끊기면 생태계 전체 영향

오픈AI의 자금조달 능력은 회사 한 곳에 그치지 않고 AI 투자 생태계 전체와 연결돼 있다.

엔비디아와 소프트뱅크 등이 오픈AI에 계속 신규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면 오픈AI는 손실을 감당하면서 향후 독자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때까지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

동시에 오픈AI에서 향후 수천억달러 규모의 매출을 기대하는 오라클도 부채를 활용해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할 근거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오픈AI를 비롯한 주요 AI 스타트업 가운데 한 곳이라도 필요한 신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펀딩갭에 빠질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WSJ는 이 경우 AI 투자 열기가 빠르게 역전될 수 있으며 이후 파장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현재로서는 AI 시장으로 신규 자본이 계속 유입되고 있어 자금조달 창구가 닫혔다고 볼 단계는 아니라는 게 WSJ의 판단이다.

다만 닷컴버블과 금융위기의 경험을 감안하면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자금의 규모 자체보다 시장이 그 돈을 계속 공급할 의사가 있는지가 AI 붐의 지속 여부를 판단할 핵심 신호가 될 수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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