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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세 전 세계 확산…세수 늘어도 혼잡 억제엔 한계

프랑스·이탈리아 연간 1조5000억원 넘게 거둬
교토·바르셀로나 잇단 인상…호텔업계 비용 부담 우려
지난 2024년 4월 25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관광객이 당일치기 방문객에게 부과되는 입장료를 납부했음을 증명하는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제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4년 4월 25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관광객이 당일치기 방문객에게 부과되는 입장료를 납부했음을 증명하는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제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전 세계 주요 관광도시들이 관광객 급증에 대응해 숙박세와 출국세 등 각종 관광세를 잇따라 올리고 있다.

지방정부에는 새로운 세수원이 되고 있지만 관광객 수를 줄이고 오버투어리즘을 완화하는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교토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 몰타, 몰디브에 이르기까지 각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관광객에게 부과하는 세금을 확대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현재 관광 관련 세금으로 각각 연간 10억유로(약 1조5515억원) 넘게 거두고 있다. 그리스의 관광세 수입은 지난해 거의 3분의 2 증가했다.

영국 잉글랜드도 이달 지방 시장들이 관광객에게 별도 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대하기로 했다.

관광세 확대의 배경에는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국제 관광객과 지방정부의 재정 압박이 동시에 자리 잡고 있다.

세계여행관광협회(WTTC)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 숙박 관광객은 15억4000만명에 달했다.

◇세수는 늘지만 관광객 억제 효과 제한적

FT는 “세계 각지의 사례를 종합하면 관광세가 재정을 확충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유명 관광지의 관광객 수를 줄이는 데에는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바르셀로나는 지난 4월부터 숙박시설 종류에 따라 관광객 한 명에게 1박당 최고 12유로(약 1만8600원)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높은 수준이다.

관광세 수입의 일부는 폭염에 대비해 공립학교에 냉방시설을 설치하는 등 주민 생활환경 개선에 쓰이고 있다.

바르셀로나 관광당국은 이를 단순히 방문객 수를 늘리는 ‘양적 관광’에서 지역사회에 더 많은 가치를 남기는 ‘질적 관광’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관광세가 혼잡 자체를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다.

베네치아는 2011년 숙박 관광객에게 세금을 도입했고 2024년에는 당일치기 관광객에게도 입장료를 부과했지만 방문객 수는 계속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베네치아 당국은 과거 5~10유로(약 8000~1만6000원)였던 당일 관광객 입장료를 최고 30유로(약 4만7000원)까지 올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교토 숙박세 최고 8만6000원

일본도 관광객 급증에 대응해 각종 부담금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교토시는 지난 3월 숙박세 최고액을 종전보다 거의 10배 올려 1인당 1박 최고 1만엔(약 8만6000원)으로 인상했다.

일본 정부도 지난 7월 국제관광여객세인 출국세를 1000엔에서 3000엔(약 2만6000원)으로 세 배 올렸다.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은 2005년 약 700만명에서 지난해 4300만명으로 급증했다.

교토는 지난해 해외 관광객 1300만명을 맞아 교통과 관광 인프라, 사찰과 도심 혼잡 문제가 심화됐다.

일본 정부는 늘어난 출국세 수입을 도쿄, 교토, 오사카에 집중된 관광객을 다른 지역으로 분산하고 관광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다만 올해 예산 가운데 일부는 지방의 야생 곰 개체 수 관리와 벚나무를 공격하는 해충 방제에도 배정됐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도 연간 관광객 수를 2000만명 이하로 유지한다는 목표 아래 관광세를 높이고 있다. 현재 숙박료의 12.5%를 부과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이를 20%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돈 많이 쓰는 숙박객에 오히려 부담”

전문가들은 숙박 관광객에게 집중된 관광세가 오버투어리즘 억제라는 정책 목표와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얀 판데르보르그 벨기에 루뱅가톨릭대 관광경영학 교수는 “숙박세가 지역에 여러 날 머물면서 소비하는 관광객에게 부담을 주는 반면 당일 방문객은 상대적으로 세금을 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경제 관점에서는 장기 체류 관광객이 식당과 상점, 관광시설 등에 더 많은 돈을 쓰기 때문에 오히려 가장 가치가 높은 방문객에게 부담을 집중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호텔업계도 세금 인상의 실제 부담이 관광객에게만 전가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숙박업 데이터업체 코스타에 따르면 새 관광세가 도입되면 호텔들은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세금 일부를 자체적으로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호텔이 세금 인상분을 객실 가격에 완전히 반영할 수 있기까지 약 1년이 걸리며 그동안 객실당 실제 수입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호텔·외식업계 단체 UK호스피탤리티는 관광세가 숙박료의 5% 수준으로 부과될 경우 영국에서 최대 3만3000개의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WTTC가 지난 2월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약 5분의 1이 기존 관광세 때문에 원래 계획했던 곳과 다른 여행지를 선택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FT는 관광세가 지방정부에 안정적인 세수를 제공하는 수단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세율을 지나치게 높일 경우 숙박업과 지역 관광산업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어 관광객 억제와 세수 확보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각국의 과제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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