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가격표·쇼핑 AI로 개인별 가격 책정 않기로
소득·구매이력·시간대 따라 가격 바꾸지 않겠다고 공개 약속
소득·구매이력·시간대 따라 가격 바꾸지 않겠다고 공개 약속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가 인공지능(AI)과 전자 가격표를 이용해 고객의 소득이나 구매이력 등 개인 특성에 따라 같은 상품을 서로 다른 가격에 판매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AI와 전자상거래 기술의 발달로 유통업체가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별 지불 의향에 맞춰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대형 유통기업이 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26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존 퍼너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공개 서한을 통해 자사 앱에 탑재된 AI 쇼핑 도우미나 미국 전역 약 4600개 매장에 확대하고 있는 전자 가격표를 고객의 신원에 따라 제품 가격을 변경하는 데 이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퍼너 CEO는 “고객의 소득, 쇼핑 이력, 구매의 긴급성이나 회사가 추정한 지불 능력에 따라 가격을 달리하지 않겠다”며 이같이 약속했다.
그는 같은 제품의 가격을 시간대에 따라 바꾸는 방식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식료품이나 전자제품을 구매할 때 더운 오후이거나 소비자가 갑자기 제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해서 가격을 높이는 일은 없다는 설명이다.
◇AI 시대 떠오른 ‘개인맞춤 가격’ 논란
FT에 따르면 개인의 특성에 따라 같은 제품의 가격을 달리하는 방식은 최근까지 일반 소매업에서는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전자상거래가 확산되고 AI 기술까지 발전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소비자의 구매내역과 온라인 행동 등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각 소비자가 특정 상품에 얼마까지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를 추정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고객별 데이터를 토대로 다른 가격을 제시하는 이른바 ‘개인맞춤 가격’에 대한 우려가 미국에서 커지고 있다.
월마트는 전통적으로 일시적인 할인 행사나 빈번한 가격 변경보다 ‘매일 낮은 가격’을 핵심 영업 전략으로 내세워왔다.
그러나 FT에 따르면 월마트는 올해 가격 결정 과정에서 머신러닝 등 자동화 기술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특허 2건을 취득했다.
이 가운데 한 특허에는 구매 정보와 기존 가격, 결제 방식, 여권이나 운전면허번호 같은 고객 식별정보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수요 예측 및 가격 추천’ 기술이 포함됐다.
퍼너 CEO의 이번 공개 서한은 이런 기술이 실제 고객별 가격 차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차단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전자 가격표에도 카메라·안면인식 없어
월마트는 매장에서 확대하고 있는 전자 가격표가 소비자를 식별해 가격을 실시간으로 변경하는 장치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월마트는 전자 가격표에 카메라와 마이크, 안면인식 기능이 없다고 밝혔다.
전자 가격표는 기존 종이 가격표를 직원들이 일일이 교체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줄이기 위한 장치이며 고객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월마트는 전자 가격표 앞에 누가 서 있는지, 날씨가 어떤지, 하루 중 어느 시간인지와 관계없이 모든 고객에게 같은 가격이 표시된다고 밝혔다.
AI 역시 특정 고객만을 대상으로 다른 가격을 계산하는 데 사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美 FTC도 개인맞춤 가격 감시 강화
월마트의 발표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개인맞춤 가격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FTC는 소비자의 개인정보가 가격 결정에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제대로 알리지 않는 기업은 법을 위반할 수 있다는 내용의 새로운 집행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퍼너 CEO가 서한을 공개한 25일은 FTC가 해당 정책에 대해 받은 공개 의견 제출 마감일이기도 했다.
FTC는 기업들이 소비자의 온라인 검색기록이나 구매이력 등 개인정보를 분석해 특정 소비자가 지불할 수 있는 최고 가격을 추정하는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개인맞춤 가격을 둘러싼 우려는 미국 정치권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따른 생활비 상승에 민감한 상황에서 AI와 소비자 데이터를 이용해 같은 제품에 사람마다 다른 가격을 적용할 가능성이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월마트의 이번 약속은 AI가 상품 추천이나 재고관리, 가격 결정 등 유통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소비자 데이터를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