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카니 캐나다 총리, EU '준회원국' 편입 타진…대미 무역 결렬 후유증

미·캐나다 무역 협상 결렬 직후 카니 총리, 유럽 주요 지도자들과 비공개 접촉 가속
21조 달러 EU 단일 시장 사실상 편입·에너지·방산 공급망 재편 모색
CETA 10개국 미비준과 주권 이양 반발 등 실현 가능성 장벽 존재
]2025년 6월 2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캐나다 정상회담에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과 안토니오 코스타 유럽연합 이사회 의장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를 환영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6월 2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캐나다 정상회담에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과 안토니오 코스타 유럽연합 이사회 의장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를 환영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미국과의 무역 협상 결렬 이후 캐나다를 유럽연합(EU)의 '준회원국'으로 편입시키는 대대적인 경제·외교적 전환 구상을 모색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월 12일(현지시각) 캐나다와 EU 양측 관리들을 포함해 12개 정부 관계자들의 취재를 토대로 카니 총리가 EU 단일 시장 참여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캐나다 압박과 '51번째 주' 편입 위협 속에서, 캐나다는 반세기 넘게 지배적이었던 미국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유럽으로의 선회를 가속하는 모습이다.

에너지·방산·AI 엮는 '준회원국' 구상


카니 총리는 EU 정회원이나 공동시장 완전 가입에는 못 미치지만 그에 준하는 '준회원(Associate Member)' 지위를 확보하라는 지시를 유럽 담당 특별 수석대사에게 내렸다.

양측 실무진이 그리는 청사진은 에너지, 인공지능(AI), 배터리와 반도체용 핵심광물, 방산 등 전략적 공급망에서 캐나다 상품과 서비스, 인력이 21조 달러 규모의 EU 단일 시장을 마찰 없이 오가는 구조다.

프랑스 등과의 대화에서는 캐나다 국민이 유럽에서 비자 없이 거주하고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과 함께, 미국 빅테크의 영향권 밖에서 해저 케이블 부설과 데이터센터·위성망을 공동 구축하는 안도 거론된다.

방산 분야에서는 독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와 250억 달러 규모의 잠수함 구매 협상을 마무리하며 안보 협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전 '대서양 국가'로의 회귀

캐나다의 이번 행보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 미국보다 유럽과 더 활발하게 교역했던 시기로의 회귀 성격을 띤다]. 1950년 당시 캐나다 수출의 65%는 미국으로 향했으나 영국은 15%에 불과했고, 이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을 거치며 미국 중심의 경제 통합이 가속화됐다.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이자 잉글랜드은행 총재를 지낸 카니 총리는 자유당의 지지율 열세를 트럼프의 '51번째 주' 위협 발언 이후 반전시키며 총리에 올랐다. 그는 과거 중앙은행 총재 시절부터 글로벌 경제의 미국 달러 의존을 경계하며 중견 국가들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창해 왔다.

CETA 미비준과 주권 이양 등 넘어야 할 장벽


다만 이 구상이 현실화되기까지는 구조적·정치적 장애물이 적지 않다. EU 회원국 중 10개국은 캐나다와 10년 전에 타결한 포괄적경제무역협정(CETA)조차 아직 비준하지 않은 상태다.

EU 관리들은 캐나다가 워싱턴과의 재협상에서 유리한 패를 쥐려고 EU를 활용하는 것 아닌지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으며, 브렉시트의 선례가 있는 EU로서도 캐나다에 지나치게 파격적인 조건을 부여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캐나다 내부에서도 EU 예산 기여, EU 규제 수용과 노동자 수용에 따른 주권 이양 반발과 앨버타주·퀘벡주 등의 분리주의 세력과의 갈등이 리스크로 지적된다. 한 미국 관리는 WSJ에 미국이 세계 최후의 소비자 역할을 줄이는 상황에서 캐나다와 EU 중 어느 쪽도 서로의 생산물을 완전히 흡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향후 전망과 파급 영향


미국과의 전통적 경제 동맹이 균열을 맞은 가운데, 캐나다와 EU의 밀착은 서구 경제 연합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중대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다만 미국이 글로벌 소비 시장의 주도권을 축소하는 국면에서 EU가 미국의 공백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과 함께, 캐나다 국내의 주권 양보 반발이 향후 협상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양측은 조만간 열릴 양자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프로젝트 전환을 위한 새로운 실무 작업반 출범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실무 협상 단계에서의 합의 수준에 따라 이 '대서양 국가로의 재정의' 성패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