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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빗장 푼 美 군함 건조…中에 쫓긴 백악관, 한국 조선소 끌어안는다

- 백악관, '핀란드 모델' 도입 확정…다함선 계약 초도 2척 동맹국 해외 건조 허용
- 中 함대 2030년 435척 급증에 美 7개 조선소 역부족…사상 첫 외주화 결단
- 필리조선소 확보한 한화오션 진입 기회…의회 제동과 무기 기술 통제는 난제
미국 백악관이 다함선 건조 사업 중 첫 2척을 동맹국 조선소에 맡기는 '핀란드 모델'을 확정하며 2차 세계대전 이후 굳게 닫혔던 해외 군함 건조의 빗장을 풀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백악관이 다함선 건조 사업 중 첫 2척을 동맹국 조선소에 맡기는 '핀란드 모델'을 확정하며 2차 세계대전 이후 굳게 닫혔던 해외 군함 건조의 빗장을 풀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백악관이 다함선 건조 사업 중 첫 2척을 동맹국 조선소에 맡기는 '핀란드 모델'을 확정하며 2차 세계대전 이후 굳게 닫혔던 해외 군함 건조의 빗장을 풀었다.

중국의 가파른 해군력 팽창에 맞서 자국 조선업의 생산 한계를 극복하려는 전략적 결단으로, 동맹국의 첨단 건조 기술과 생산 설비를 끌어안는 구조다.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을 비롯한 한국 주요 조선사들이 사상 처음으로 미 해군 함정 건조 시장에 진입할 유력 후보군으로 떠올랐다.

초도 2척 해외 건조 허용하는 핀란드 모델


백악관은 2026813일 해군과 조선 산업기반 재건을 위한 대통령 행정지침을 발표했다. 앞서 발표된 2026년 해양행동계획(MAP)은 미국이 국가 안보 목표를 맞출 속도로 자국 조선업을 확장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고 공식 진단했다. 미국 정부는 타개책으로 선박 여러 척을 발주할 때 첫 2척을 동맹국 조선소에서 짓는 핀란드 모델을 제시했다.
이 명칭은 미국과 캐나다, 핀란드의 북극 안보 쇄빙선 협약에서 차용했다. 다만 정작 핀란드 조선사 중에는 자격 요건을 갖춘 곳이 없어 이름만 핀란드 모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 건조 자격은 미국 조선소 지분을 소유하고 미국 노동자를 고용하며 미국 내 건조 공급망 구축과 기술 이전을 약속한 기업으로 좁혀진다.

허용 선종은 해상 보급 유조선과 화물 수송선, 차세대 전투함 세 가지다. 전투함을 해외에서 건조하는 것은 2차 대전 이후 미국 역사상 전례를 찾기 어렵다. 동맹국 조선소가 배의 뼈대인 선체를 먼저 짓고 미국 조선소로 끌고 와 핵심 전투 체계를 탑재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200배 격차에 갇힌 미 해군과 동맹 야드


미국이 동맹국 조선소로 눈을 돌린 결정적 배경은 중국과의 가파른 해군력 격차다. 중국의 국가 지원 조선업 건조 역량은 미국의 200배에 달한다. 중국 해군 전투함대는 2030년까지 435척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미국 해군 전투함은 2026년 기준 294척에 머물고 있다. 2042년까지 381척으로 늘린다는 장기 목표를 세웠으나 심각한 건조 지연 탓에 달성이 불투명하다. 복잡한 군함을 건조할 미국 조선소가 7곳에 불과한 현실에서 자체 역량만으로는 함대 확충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난관 속에서 미국 내 거점을 선제 확보한 동맹국 기업들이 1차 참여 예상 업체로 떠올랐다.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과 호주 오스탈, 위스콘신주 조선소를 둔 이탈리아 핀칸티에리가 꼽힌다. 영국 BAE시스템스는 미국 내 수리 조선소만 보유해 지침 적용 여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린다.

워싱턴 싱크탱크 유럽정책분석센터(CEPA)99(현지시각) 분석에서 한국 조선소가 미국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이지스함을 건조해 온 기술력에 주목했다. 미국 해군은 동맹국 조선소의 인공지능과 자동화 공정을 흡수해 자국 조선업의 고질적인 납기 지연을 해소하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군사 기밀 규제와 의회 입법 제동의 벽


해외 군함 건조 정책이 실제 발주로 이어지기까지는 제도 규제와 기술 기준이라는 장벽이 버티고 있다. 미 국무부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은 군사 기술과 설계의 해외 이전을 통제한다. 국무부 허가가 나지 않으면 외국 조선소는 단순 선체 제작에 머물 수밖에 없다.
미국 해군의 까다로운 군함 생존 기준도 공정 차질을 부르는 요인이다. 핀칸티에리는 유럽 호위함 설계를 미국 콘스텔레이션급에 적용하다가 방호 구조 기준 충족 문제로 심각한 건조 지연과 비용 상승을 겪었다. 미국 의회의 반발도 거세다. 미국 하원은 2027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하원안에 전투함의 해외 건조를 금지하는 수정 조항을 올렸다.

한국 조선업계는 미국 조선소 인수와 현지 투자를 통해 참여 조건을 마련했다. 다만 미국 의회의 입법 제동과 국무부 통제 승인을 넘어서지 못하면 군함 건조 사업 진입이 막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맹국 조선소 협력은 군함 납기를 앞당기고 첨단 공정을 흡수할 기회를 주지만 미국 내 자체 건조 역량 재건을 온전히 대신하지는 못한다. 미국 의회의 법안 심의와 국무부의 무기 통제 승인이라는 두 제도 절차의 매듭이 향후 한국 조선사의 실질 수주 여부를 가르는 핵심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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