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채소 수입비중 69%→62.6%…스페인·브라질·온두라스산 대체 확대
캐나다 정부, 온실·수직농장에 10년간 2조9000억원 투자…‘탈미국’ 장기화 가능성
캐나다 정부, 온실·수직농장에 10년간 2조9000억원 투자…‘탈미국’ 장기화 가능성
이미지 확대보기미국과 캐나다의 무역갈등이 소비자의 불매운동을 넘어 캐나다 식료품 유통망 자체를 바꾸기 시작했다.
미국산 제품을 피하고 캐나다산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슈퍼마켓들은 상품의 원산지 표시를 강화하고 미국산 농산물을 캐나다산이나 유럽·중남미산으로 대체하고 있다.
한번 구축된 새로운 공급망이 미·캐나다 관계가 개선된 뒤에도 그대로 남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은 캐나다에서 확산하는 ‘바이 캐나디안’ 운동과 미국산 제품 불매가 슈퍼마켓 매대를 재편하고 유통업체들이 새로운 조달처를 찾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온타리오주의 독립 식료품 유통업체 빈스마켓은 최근 고객들에게 매장에서 판매하는 농산물 대부분이 캐나다산이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미국산 농산물을 판매한다는 고객들의 항의성 이메일과 의견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안카를로 트리마키 빈스마켓 사장은 “이번 미국산 불매 움직임은 지난해보다 훨씬 강해졌다”고 말했다.
◇ 매장 농산물 90% 캐나다산…美 딸기도 퀘벡산으로
토론토 광역권에서 4개 매장을 운영하는 빈스마켓은 현재 농산물의 약 90%를 캐나다산으로 조달하고 있다.
미국에서 들여오던 딸기도 퀘벡산으로 대체했다.
그러나 공급처를 바꾸면서 운영비 부담도 커졌다. 트리마키 사장은 비용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광고 예산까지 줄였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품질과 가격 사이에서 상품을 선택했다면 이제는 원산지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설명이다.
캐나다 최대 식료품 유통업체 로블로도 지난 8월 농산물과 신선식품 매장에 대형 단풍잎 표시를 다시 설치해 캐나다산 제품을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했다.
관세 영향을 받는 상품을 알려주는 별도의 ‘T’ 표시도 다시 도입했다.
캐나다 3위 식료품 유통업체 메트로 역시 현재 상황에서는 캐나다 지역 상품을 우선적으로 취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캐나다독립식료품유통업협회의 게리 샌즈 공공정책 담당 수석부회장은 “미국과의 갈등으로 캐나다 소비자들의 인식에 장기적인 변화가 생겼다”고 전했다.
◇ 미국산 채소 비중 69%→62.6%
미국산 농산물 의존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캐나다는 금액 기준으로 세계 5위의 신선채소 수입국이며 미국은 여전히 최대 공급국이다.
그러나 캐나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산이 전체 채소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7월 62.6%로 떨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인 2023년 7월에는 69%였다.
미국산 비중이 약 2년 만에 6.4%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과일도 아직 절반 이상을 미국에서 들여오고 있지만 식료품 유통업체들은 공급처를 다른 국가로 넓히고 있다.
온타리오와 퀘벡의 농촌지역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마이크딘로컬그로서는 이전보다 스페인, 브라질, 온두라스산 농산물을 더 많이 판매하고 있다.
고든 딘 마이크딘로컬그로서 대표는 새로운 공급망을 한번 구축하면 미국에 다시 전적으로 의존할 이유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조달처가 여러 국가로 분산되면서 공급망도 더 안전해졌다는 것이다.
◇ 한겨울 농산물까지 ‘탈미국’…온실에 2조9000억원
캐나다가 미국산 신선식품을 단기간에 완전히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혹독한 겨울 때문에 캐나다 유통업체들은 겨울철 농산물을 온실재배와 저장 채소,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수입품 가운데 미국산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가격 경쟁력이 높다는 장점도 있다.
캐나다 정부는 이런 구조적 한계를 줄이기 위해 향후 10년 동안 약 30억캐나다달러(약 2조9000억원)를 투입해 온실과 수직농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농산물 공급을 늘려 주요 7개국(G7) 가운데 높은 수준인 캐나다의 식품 물가 상승도 억제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로이터에 따르면 캐나다 내부에서도 공급망 다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있다.
주마다 규제와 제한이 달라 캐나다산 식품을 주 경계를 넘어 운송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어 일부 식료품 유통업체는 여전히 미국 공급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 “민족주의가 경제성 앞서”…美 제품 돌아올 가능성도
현재 소비자들의 선택에서는 가격보다 원산지가 더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토론토에 거주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존 앰버드는 “가능하면 미국산 제품을 피하면서 캐나다 브랜드와 기업을 이용하기 위해 제품 표시를 확인하고 기업의 국적도 직접 찾아본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 캐나다 제품과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개인이 할 수 있는 작은 도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변화가 영구적으로 미국산 제품을 시장에서 밀어낼지는 불확실하다.
마이크 폰 매소 구엘프대 식품·농업·자원경제학 교수는 현재는 민족주의적 소비가 경제적 판단보다 앞서고 있지만 미·캐나다 관계가 개선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향후 미국 행정부에서 양국 긴장이 완화될 경우 가격 경쟁력이 높은 미국 제품으로 소비와 조달이 일부 되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미국산 불매가 장기화하는 동안 캐나다 유통업체들이 새로운 공급업체와 거래관계를 구축하고 정부까지 국내 식량 생산 확대에 투자하면서 미국 중심이었던 캐나다 식품 공급망의 다변화는 이전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