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0년물 5.37%로 2007년 이후 최고…베선트 바이백도 목표 미달
이미지 확대보기국제유가가 배럴당 109달러(약 14만6180원)까지 치솟고 미국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도 시장을 진정시키지 못하면서 글로벌 채권 매도세가 다시 거세졌다.
미국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뛰었고 10년물 금리는 5%에 육박했다. 국제유가 급등에 미국 생산자물가 상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현금 지급 공약까지 겹치면서 인플레이션과 재정에 대한 시장의 불안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10일(이하 현지시각) 국제유가 급등과 재무부의 기대 이하 국채 바이백으로 크게 올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 보도했다.
미 3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최대 0.08%포인트 오른 5.37%를 기록해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10년물 국채금리도 재무부의 바이백 결과가 발표된 뒤 상승폭을 키워 0.11%포인트 오른 4.95%를 기록했다. 세계 금융시장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0년물 금리가 5%선 바로 아래까지 올라선 것이다.
TD증권의 푸자 쿰라 금리전략가는 “채권시장이 유가 상승과 미국의 국채 바이백, 정부 정책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 60억달러 사겠다던 재무부, 실제 매입은 52억달러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국채 바이백을 통해 최근 장기채 매도세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결과는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미 재무부는 60억달러(약 8조466억원)를 한도로 국채를 되사겠다고 했으나 10일 실제 받아들인 매도 물량은 52억달러(약 6조9737억원)에 그쳤다.
시장에서는 재무부가 8월 중순 바이백을 최소 40억달러로 두 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힌 이후 이번에 보다 강력한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해왔다.
그러나 60억달러라는 한도 자체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 이어 실제 매입액마저 한도에 미달하면서 시장의 실망감이 커졌다.
미 재무부가 이날 실시한 30년 만기 국채 입찰에서도 높은 조달비용이 확인됐다.
220억달러(약 29조5042억원) 규모의 30년물 입찰금리는 5.308%로 지난달 5.216%보다 높아졌다.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높은 금리 덕분에 투자 수요 자체는 탄탄했지만 미국 정부가 장기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2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선 셈이다.
◇ 브렌트유 109달러…사우디 산유량도 급감
채권시장을 더욱 압박한 것은 국제유가였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10일 6.3% 오른 배럴당 107.63달러(약 14만4343원)에 정규 거래를 마친 뒤 장 후반 109달러까지 상승했다. 약 4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예멘 후티 반군이 주요 항구를 장악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생산이 급감하면서 중동 지역의 공급 불안이 다시 커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8월 하루 620만배럴을 생산했다고 통보했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월간 생산량으로 7월보다 23% 줄어든 수준이다.
래피던에너지그룹의 밥 맥널리 창업자는 “현재 석유시장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장 큰 가격 왜곡을 바로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당시에는 공급 차질 규모와 지속 기간에 대해 지나치게 비관적이었다면 지금은 반대로 낙관론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S&P글로벌에너지는 중동 분쟁이 뚜렷하게 해결될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석유시장이 더 높은 가격을 전제로 한 ‘새로운 정상’에 적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美 생산자물가 5.4%…연준 인상 전망도 강화
유가 급등은 미국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 노동통계국이 10일 발표한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5.4% 상승했다. 전달 4.7%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연료비 상승으로 미국 전역에서 상품 운송비가 높아진 것이 도매물가를 끌어올렸다.
이에 시장에서는 다음 주 열리는 미 연방준비제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통화정책 전망에 민감한 미 2년물 국채금리는 0.16%포인트 오른 4.58%를 기록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9일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지킬 경우 미국의 모든 성인 시민에게 1인당 5000달러(약 671만원)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재정 우려를 키웠다.
FT는 이 공약에 1조달러(약 1341조1000억원)가 넘는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채권시장 매도세는 유럽으로도 번졌다. 유럽 주요국 국채금리가 상승했고 주식시장도 동반 하락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6%, 나스닥100지수는 0.9% 떨어졌으며 유럽 스톡스600지수도 0.7% 하락했다.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와 정부 재정 부담, 국채시장 안정화를 위한 재무부 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동시에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장기금리 상승 압력이 다시 강해지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