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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베트남 법인, 누적 손실 8억7800만 달러…신용등급 'vnB' 첫 평가

PP 가격 74.5% 급등에 1분기 반등 조짐, 모회사 보증으로 유동성 유지
단기부채, 유동자산 3억 2680만 달러 초과…계속기업 우려 공식 제기
효성화학 베트남 법인 효성비나케미칼 공장. 사진= 효성비나케미칼이미지 확대보기
효성화학 베트남 법인 효성비나케미칼 공장. 사진= 효성비나케미칼

베트남에 총 13억 달러(약 1조9215억 원)를 투입해 석유화학 단지를 건설한 한국 효성그룹의 베트남 법인이 2025년 말 기준 누적 손실 8억7800만 달러(약 1조2983억 원)를 기록하며 재무 건전성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다.

26일(현지시각) 베트남 경제매체 VnEconomy 보도 및 사이공 레이팅스(Saigon Ratings) 신용등급 평가 보고서 발표에 의하면, 베트남 신용평가사 사이공 레이팅스(Saigon Ratings)는 효성 비나 케미칼(이하 효성 비나)에 대한 최초 신용등급 평가 보고서를 공개하고, 이 회사를 'vnB' 등급에 '안정적' 전망으로 분류했다.

이번 평가는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과 글로벌 화학 시황의 변동성이 맞물리면서 기업 존속 자체가 모회사의 재정 지원 여부에 달렸다는 냉정한 진단을 담고 있다.

누적 손실 1조 3000억 원, 단기 유동성 위기 현실화


사이공 레이팅스 보고서에 따르면, 효성 비나는 2025년 말 기준 누적 손실이 8억7800만 달러(약 1조2945억 원)에 이른다. 같은 해 연간 순손실만 약 1억5978만 달러(약 2355억 원)에 달했다.

단기부채가 유동자산을 웃도는 규모도 3억2680만 달러(약 4819억 원)로 확인됐으며, 회계법인 PwC 베트남은 감사보고서에서 계속기업 불확실성을 공식으로 지적했다.

평가사는 이 회사의 재무 위험도를 '매우 높음'으로 분류했다. 대규모 자본 집약형 산업의 특성상 초기 고정비 부담이 크고, 현재의 매출 수준으로는 이를 충당하기에 역부족이라는 판단이다.

보고서는 "현재 회사의 유동성은 외부 자본 조달과 모회사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모회사인 효성케미칼은 올해 2월 최소 15개월 이상의 재정 지원 확약서를 제출했고(2026년 1월 31일 기준 기산), 국제 신디케이트론에 대한 직접 보증도 제공 중이다.

효성 비나는 2018년 설립됐으며, 현재 효성케미칼이 51%, 효성비나1호㈜가 49%를 각각 보유하는 구조다. 효성그룹은 2007년 베트남에 진출한 이후 삼성, LG에 이어 한국기업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은 40억 달러(약 5조8996억 원) 이상을 베트남에 투자했다.

이 회사는 호찌민시 카이멥 산업단지 내 공장 단지에 총 13억 달러(약 1조9173억 원)를 투입했으며, 2021년 말 완공된 단지에는 연산 30만t 규모 폴리프로필렌(PP) 생산 공장 2기, 프로판 탈수소화(PDH) 방식의 연산 60만t 규모 프로필렌 생산 설비, 전용 심해 항만,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인 24만t 용량의 지하 액화석유가스(LPG) 저장 시설이 포함된다.

지하 저장 시설은 해수면 기준 110~200m 깊이, 길이 약 5km에 걸쳐 조성됐다.

1분기 반등 조짐, PP 가격 74.5% 급등이 변수

가파른 적자 흐름 속에서도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실적 개선 신호가 포착됐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PP 가격이 약 74.5% 급등하면서 매출이 늘고, 고정비 흡수율이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사이공 레이팅스는 "매출 증가로 고정비 부담을 이전보다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평가사는 낙관적 전망과 함께 구조적 취약성도 명확히 짚었다. 효성 비나의 수익성이 PP 가치사슬에 집중돼 있고 원자재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글로벌 화학 업황 사이클과 국제 화학제품 가격 변동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제 PP 시황은 중국의 대규모 자급화 드라이브로 인한 공급 과잉 압력을 받아왔으며, 이는 아시아 역내 PP 스프레드(PP 가격과 원료인 프로판 가격 차이) 축소로 이어져 베트남을 포함한 역내 생산자들의 수익성을 전반적으로 압박했다.

효성 비나 측도 베트남 당국과의 면담에서 "외국산 저가 물량의 무차별적 밀어내기 수출이 손실의 핵심 원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vnB' 등급은 채무 상환 능력은 있으나 경영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는 의미로, 투자 적격 등급의 하단에 해당한다.

사이공 레이팅스가 이 등급을 부여하면서도 '안정적' 전망을 유지한 것은 모회사의 확약 이행 가능성과 카이멥 통합 인프라의 원가 경쟁력이 장기적으로 유효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전용 심해 항만과 동남아 최대 규모 지하 저장 시설을 갖춘 수직 계열화 구조는 물류비와 원료 조달 비용을 낮추고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는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업계에서는 효성 비나의 향후 실적이 PP 스프레드 회복과 모회사 효성케미칼의 재무 여력이라는 두 축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효성케미칼은 베트남 법인 지원을 위해 자체 차입을 늘려온 가운데,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와 베트남 법인 지분 일부 매각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지원 구조의 변화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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