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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원 육박하는 ‘취객 로봇’의 등장… 파토인플루언서가 점령할 로봇 경제의 이면

폴란드 시골길 달군 ‘유니트리 G1’ 해프닝, 단순 오락 넘어선 ‘로봇 콘텐츠’ 시장 개막
억대 장비로 ‘자극적 영상’ 제작… 기술 고도화 속 로봇 윤리와 상업성 충돌 지점 부상
“일자리 대체보다 정체성 오염이 더 큰 위협”… 국내 업계도 엔터테인먼트 로봇 가이드라인 논의 필요
휴머노이드 로봇 '취객 연출' 영상은 로봇이 인간의 여가와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소비될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사진=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휴머노이드 로봇 '취객 연출' 영상은 로봇이 인간의 여가와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소비될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사진=제미나이3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막연한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최근 폴란드에서 발생한 한 사건은 로봇이 노동의 현장이 아닌 '사회적 일탈'의 영역까지 침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각) 폴란드 매체 안티웹(Antyweb)이 보도한 휴머노이드 로봇 '취객 연출' 영상은 로봇이 인간의 여가와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소비될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이 로봇의 현지 판매가는 약 9만 9000즈워티(약 4700만 원)부터 시작하며, 연구용 고사양 모델의 경우 옵션에 따라 최대 1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 132cm·23개 관절의 정밀 기술, ‘조롱의 도구’로 전락하나


영상에 등장한 로봇은 중국의 로봇 전문 기업 유니트리(Unitree)가 출시한 휴머노이드 모델 'G1'이다. 이 기기는 인간 어린이와 유사한 132cm의 키에 35kg의 몸무게를 가진 체구로 설계되었다.

기술적으로는 23개의 관절(자유도)을 탑재하여 계단 오르기나 장애물 회피 등 인간의 미세한 움직임을 상당히 정교하게 재현한다.

특히 3D 라이다(LiDAR)와 깊이 측정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주변 데이터를 수집하며, 한 번 충전으로 최대 2시간 동안 가동할 수 있는 고성능 연구용 장비다.

문제는 이러한 첨단 기술이 폴란드 라타예(Rataje) 마을의 횡단보도 위에서 '맥주를 든 취객'을 연출하는 데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인스타그램 이용자 '에드워드 와르초츠키'가 기획한 이 퍼포먼스에서 로봇은 한 손에 맥주를 들고 술을 마시는 시늉을 하며 길을 건넜다.

당시 현장을 지나던 운전자는 로봇의 기이한 행동에 큰 충격을 받아 차량을 세운 채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이는 로봇이 인간 사회의 규범을 모방하거나 희화화할 때 발생하는 사회적 혼란이 결코 작지 않음을 시사한다.

관심 자본이 견인하는 로봇 경제, ‘기술 완성도’보다 ‘윤리적 소비’가 관건

국내 로봇 산업계에서도 이번 폴란드 사례를 예사롭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 그동안 로봇은 주로 산업용이나 가사 보조용으로 논의되었으나, 이제는 소셜 미디어상의 '관심 자본'을 획득하기 위한 자극적 콘텐츠 제작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로봇의 가격이 낮아지고 대중화될수록 '로봇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이 급증할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하지만 폴란드 사례처럼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방식의 활용은 향후 로봇 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한 로봇 공학 전문가는 "유니트리 G1은 최대 2kg의 물건을 정밀하게 운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고도의 공학적 산물"이라며 "이러한 기기가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미화하거나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주는 콘텐츠에 쓰이는 것은 기술 발전의 본래 취지와 어긋나는 사각지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로봇의 사회적 위치 재정립… ‘노동의 편리’와 ‘자극적 구경거리’ 사이의 선택


이번 폴란드 로봇 해프닝은 우리 사회에 두 가지 냉정한 질문을 던진다.

첫째는 로봇의 사회적 위치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뿐 아니라 인간의 '나쁜 버릇'까지 학습하여 콘텐츠화할 때, 이를 표현의 자유로 볼 것인지 아니면 기계 장치에 의한 공무 방해나 풍기 문란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법적·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

둘째는 로봇 경제의 질적 변화다. 과거 로봇은 생산성 향상의 상징이었으나, 이제는 1인 미디어 시대의 강력한 제작 도구가 되었다. 앞으로 우리 일상에서 로봇을 마주치는 일은 더욱 잦아질 것이다.

이때 로봇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노동의 편리함'인지, 아니면 단순한 '자극적인 구경거리'인지에 따라 로봇 산업의 미래 지형도는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교한 기술이 인간의 존엄과 사회적 질서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로봇 활용에 대한 범사회적인 논의와 가이드라인 정립이 시급한 시점이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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