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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경제학] 인공지능이 흔드는 기준금리…연준, '생산성 vs 인플레이션' 딜레마에 빠졌다

단기엔 물가 자극·장기엔 성장 동력…AI가 통화정책 방정식을 다시 쓴다
연준 이사 "AI 실업엔 금리 약발 안 먹힐 수도"…한국 수출·환율도 직격탄 우려
AI 열풍이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에 전례 없는 복잡성을 더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AI 열풍이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에 전례 없는 복잡성을 더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지금 미국 중앙은행(연준·Fed) 안팎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 주제는 트럼프 관세도 달러 환율도 아니다. 바로 '인공지능(AI)'이다. AI가 물가를 잡는 생산성 혁명의 도화선이 될지 아니면 고금리 시대를 연장하는 새로운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굳어질지를 두고 연준 내부에서조차 엇갈린 신호가 나오고 있다.
악시오스는 지난달 28(현지시각) "AI 열풍이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에 전례 없는 복잡성을 더하고 있다"고 보도하며, 상충하는 세 가지 경제 신호를 분석했다. 본지는 이를 토대로 한국 수출과 금융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까지 짚어본다.

AI 도입에 따른 시계별 경제 효과 및 금리 전망.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AI 도입에 따른 시계별 경제 효과 및 금리 전망. 도표=글로벌이코노믹


AI 인프라 붐, 지역 물가부터 흔든다


"아이오와주 시더래피즈 공장주들이 냉난방 기술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지역 내 모든 인력을 빨아들이고 있다."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최근 기자들에게 직접 전한 현장의 목소리다. 이 발언은 AI 인프라 경쟁이 단순한 '빅테크 투자 게임'을 넘어 미국 전역의 노동시장과 자재 시장을 실질적으로 교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력망, 첨단 반도체, 건설 자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국지적 물가상승 압력이 연준 목표치(2%)를 웃도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AI 설비투자 확대는 자본 수요 자체를 높여, 경기를 중립 상태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이른바 '중립금리'를 끌어올린다. 중립금리가 오르면 연준은 물가 안정을 위해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기준금리를 장기간 유지해야 하는 부담을 진다.

생산성 혁명론 vs. 구조적 실업론…연준 이사들의 엇갈린 전망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준 의장 지명자인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는 "AI가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끌어올려 인플레이션 없이도 고성장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논리가 맞다면 GDP 성장률이 높아도 금리를 낮게 유지할 명분이 생기는 셈이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 혁명이 생산성 급등과 저인플레이션을 동시에 이끌었던 사례가 그 근거로 자주 언급된다.
그러나 리사 쿡 연준 이사는 최근 강연에서 정반대의 우려를 제기했다. "AI로 인한 대규모 실업이 현실화할 경우, 수요 조절에 초점을 맞춘 현재의 통화정책 도구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기술 변화에 따른 구조적 실업은 금리 인하로 해결되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연준은 '물가 안정''최대 고용'이라는 두 가지 법적 책무를 동시에 져야 하는데, AI가 이 두 목표를 서로 충돌하게 만드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시기가 다른 경제 신호…"통화정책의 나침반이 흔들린다"


SGH 매크로 어드바이저스의 이코노미스트 팀 듀이와 조쉬 레너는 최근 분석 논평에서 "AI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의 시점과 규모가 제각각이어서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잡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짚었다. 단기적으로는 인프라 투자 과열이 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생산성 향상이 금리 인하 조건을 형성한다는 분석이다.

한국 수출·환율, 남의 일이 아니다


연준의 고민은 한국 경제와도 직결된다. 연준이 AI 인플레이션을 명분으로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출수록 달러 강세가 유지되고, ·달러 환율에 상방 압력이 가해진다. 수출 단가 경쟁력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비용 상승과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이 동시에 커진다.
특히 AI 인프라 구축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로직 반도체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미국 내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긍정적 요인이 된다. 반면 AI가 실제로 제조업 자동화를 급속도로 가속한다면,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산업 구조 재편 압력 또한 피하기 어렵다.

연준이 이 복잡하게 얽힌 AI 변수를 어떻게 소화해 내느냐는 2020년대 후반 글로벌 금리 사이클의 방향타를 결정하는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기술 혁명은 언제나 새로운 경제 질서를 낳았다. 지금 연준 앞에 놓인 질문은 단순하다. AI가 다음 생산성 혁명의 서막인지, 아니면 또 하나의 인플레이션 충격인지, 그 답을 시장보다 먼저 읽어내는 것이 2020년대 최대의 통화정책 과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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