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2530조 원 '우주 괴물' 6월 뉴욕증시 입성 초읽기
국내 항공우주 부품株, 수혜 사슬 어디까지
국내 항공우주 부품株, 수혜 사슬 어디까지
이미지 확대보기스페이스X가 뉴욕증시 기업공개(IPO)를 향한 본격 시동을 걸면서, 전 세계 자본 시장은 새로운 '머스크 변수'를 맞이할 태세다. 시가총액만 1조 7500억 달러(약 2530조 원)에 달하는 이 상장이 성사된다면, 테슬라·메타를 제치고 글로벌 빅5 기술기업 반열에 곧장 진입하는 역사적 사건이 된다.
500억 달러 공모, 아람코 기록 넘는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복수의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스페이스X가 이르면 3월 중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밀 상장 예비 서류(S-1)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공모 규모는 500억 달러(약 72조 원)로 추산된다. 이는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IPO로 조달한 294억 달러(약 42조 원)를 크게 상회하는 사상 최대 기록이다.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최근 2년 새 두 배 이상 급등했다. 저궤도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의 유료 가입자가 수백만 명 규모로 확대되고, 재사용 대형 로켓 '스타십'의 상업 발사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투자자들의 가치 재평가가 잇따른 결과다.
블룸버그는 현재 기업가치 기준으로 엔비디아·애플·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단 5개 기업만이 스페이스X를 앞선다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월가 4대 투자은행이 주관사로 참여해 세부 구조를 설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 데이터센터에 달 기지까지… 조달 자금의 행선지
스페이스X가 이 시점에 상장을 선택한 이유는 차세대 핵심 사업에 필요한 천문학적 자금 확보 때문이다. 회사 내부 문건에 따르면 이번 IPO로 확보한 자금은 세 가지 전략 축에 집중 투입된다.
첫째, 재사용 대형 로켓 '스타십'의 연간 발사 횟수를 현재 수준에서 비약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둘째, 지구 저궤도에 인공지능 전용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우주 컴퓨팅' 인프라 사업이다. 셋째,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연계한 달 기지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본격 투자다. 이 세 사업은 단순한 로켓 제조를 넘어, 스페이스X를 에너지·통신·인공지능이 교차하는 '우주 플랫폼 기업'으로 재정의하는 핵심축이다.
재사용 로켓 '팰컨 9'으로 이미 전 세계 발사 시장을 독점한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로 안정적인 구독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스타링크의 연간 매출만으로도 스페이스X가 견고한 상장사 요건을 충족한다고 분석한다.
차등의결권, 머스크의 화성 집착이 낳은 구조
상장 설계 과정에서 '차등의결권' 도입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는 머스크 등 경영진에게 일반 주주보다 훨씬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구조로, 구글의 알파벳과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상장 시 채택한 방식이다.
스페이스X 입장에서는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주주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화성 탐사처럼 수십 년이 걸리는 초장기 프로젝트를 밀어붙일 수 있는 '의사결정 방패'가 된다.
비밀 상장 방식을 택한 것도 전략적 선택이다. 공개 상장과 달리 규제 당국의 검토 과정에서 내용을 수정할 수 있고, 시장 반응에 따라 공모가와 일정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위성 통신 관련주로 분류되는 에코스타(EchoStar)의 주가는 블룸버그 보도 직후인 현지시간 27일 뉴욕증시에서 10% 가까이 급등하며 시장의 과열된 기대감을 방증했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스페이스X의 성공적인 상장이 실리콘밸리 전반의 IPO 봇물을 터뜨리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비상장 상태인 오픈AI와 앤스로픽이 스페이스X의 상장 흥행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들 인공지능 기업의 상장이 현실화할 경우, 2020년대 후반 미국 자본 시장은 유례없는 '빅테크·AI 공개 러시'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
국내 항공우주 부품株, 기회냐 관문이냐
스페이스X의 IPO 소식에 국내 항공우주 및 위성 통신 관련 업계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스타십 발사 확대와 스타링크 망 고도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확장은 탄소섬유 복합재, 고정밀 엔진 부품, 위성 안테나 소재 등을 제조하는 국내 기업들에 잠재적 수혜 기회다.
국내 방산·항공우주 분야 전문 애널리스트들은 "스페이스X의 공격적 발사 확대 계획은 단순히 미국 기업들의 수혜에 그치지 않는다"며 "이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쎄트렉아이 등 일부 국내 기업이 글로벌 우주 공급망에 편입돼 있어, 스페이스X 상장 이후 투자 확대의 간접 수혜를 받을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머스크 특유의 내재화(In-house) 공급망 전략은 외부 업체 진입을 차단하는 진입 장벽으로 작동해 왔다는 점에서 낙관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국내 항공우주 테마주에 대한 투자 심리 자극 효과는 단기적으로 현실화할 수 있지만, 실제 수혜의 깊이는 개별 기업의 기술 경쟁력과 스페이스X 공급망 편입 여부에 따라 크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스페이스X 측은 이번 IPO 관련 보도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