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 원대 국가기금·에너지 바우처 무기로 ‘저가 AI’ 글로벌 공세
“화웨이·알리바바 전례 재현 우려... 서방 기업 방어적 처지 내몰릴 수도”
“화웨이·알리바바 전례 재현 우려... 서방 기업 방어적 처지 내몰릴 수도”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MS)의 브래드 스미스(Brad Smith) 부회장이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서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쏟아붓는 막대한 보조금이 미국 기술 산업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경제 매체 CNBC에 따르면, 스미스 부회장은 중국의 국가 주도적 지원 방식이 과거 통신 장비 시장을 장악했던 것과 유사한 경로로 흐르고 있다며 서방 기업과 정부의 기민한 대응을 촉구했다.
“제2의 화웨이 사태 온다”... 과거 통신시장 잠식 사례 소환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된 ‘AI 임팩트 서밋(AI Impact Summit)’에 참석 중인 스미스 부회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보조금에 대해 항상 생각해야 하며, 조금은 걱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의 지원 정책을 “화웨이(Huawei)나 ZTE가 세계 통신 시장을 교란하기 위해 취했던 근본적인 접근 방식”이라고 규정했다.
스미스 부회장은 과거 사례를 언급하며 “중국의 국가 지원으로 인해 일부 미국 기업은 시장에서 사라졌고, 에릭슨(Ericsson)이나 노키아(Nokia) 같은 유럽 기업들은 방어적인 처지로 내몰렸다”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흐름은 현재 AI 분야에서도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화웨이와 알리바바(Alibaba)가 전 세계에 이미 구축한 데이터센터를 통해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투입하기 시작하면, 글로벌 경쟁 지형이 급격히 뒤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12조6000억 원 기금과 에너지 바우처... 중국의 파격적 ‘AI 굴기’
중국 정부는 AI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유례없는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초기 단계 AI 프로젝트 지원을 위해 600억6000만 위안(약 12조6000억 원) 규모의 국가 AI 기금을 조성했다.
자금 지원 외에도 실질적인 운영 비용을 낮춰주는 혜택이 이어지고 있다. 상하이나 선전 같은 주요 기술 거점 도시들은 기업들이 연산 능력을 빌려 쓸 때 사용할 수 있는 '컴퓨팅 바우처'를 발행해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AI 모델 훈련과 운영에 필수적인 전력 또한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면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지원을 바탕으로 제작된 중국의 ‘저가형 AI 모델’이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할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TS 롬바르드(TS Lombard)의 로리 그린(Rory Green) 수석 경제학자는 “앞으로 5년에서 10년 안에 세계 인구의 상당수가 중국의 기술 스택(Tech Stack) 위에서 생활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기술 블록화와 신흥국 포섭... 양분되는 글로벌 AI 생태계
앞으로의 글로벌 AI 시장은 기술 표준과 비용 구조에 따라 미국 중심의 고성능 생태계와 중국 중심의 저비용 생태계로 양분되는 ‘기술 블록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프라 자산이 부족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중국의 저가 모델과 에너지 지원책을 선택하며 서방 기술권에서 이탈하는 현상이 뚜렷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응해 MS가 2030년까지 신흥국에 500억 달러(한화 약 72조4700억 원) 투자를 예고한 것처럼, 서방 국가들도 기업의 전력 인프라와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국가 주도의 전략적 산업 정책을 한층 강화하며 민관 합동 대응 체계를 상시화할 것이라는 견해가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힘을 얻고 있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