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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설비투자 7000억 달러 쏟아붓는 빅테크…MS 두 차례 강등, 알파벳 100년 채권까지

MS, 코파일럿 무료화 압박에 '진퇴양난'…스티펠·멜리우스 잇따라 투자의견 낮춰
"AI 도입 8개월 추적했더니 업무량 오히려 늘었다"…HBR 연구, 번아웃 위험 경고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인프라에 사상 유례없는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투자 대비 수익성에 대한 월가의 의구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인프라에 사상 유례없는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투자 대비 수익성에 대한 월가의 의구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인프라에 사상 유례없는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투자 대비 수익성에 대한 월가의 의구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일주일 새 두 차례 투자의견 하향을 받았고, 알파벳은 닷컴버블 이후 테크기업 최초로 100년 만기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이런 막대한 투자에도 AI 도입이 업무 효율을 높이기는커녕 노동 강도를 끌어올린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다.

MS, 일주일 새 두 차례 투자의견 하향…"코파일럿 무료화 불가피"


10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멜리우스리서치는 MS 주식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했다. 스티펠에 이어 일주일 만에 두 번째 강등이다. 멜리우스의 벤 라이티스 애널리스트는 "앤스로픽의 코워크(Cowork) 같은 경쟁 제품 때문에 MS의 365 제품군이 도전받을 수 있다"면서 "코파일럿(Copilot)을 무료로 제공해야 할 처지에 몰릴 수 있고, 이는 가장 수익성 높은 생산성 부문의 성장과 마진을 훼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MS가 알파벳·아마존과 보조를 맞추려면 설비투자를 크게 늘려야 하지만 잉여현금흐름이 타격을 받고, 투자를 늘리지 않으면 실행력 문제라는 딜레마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MS 주가는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24% 넘게 하락했고, 골드만삭스의 소프트웨어 종목 바스켓은 1월 하순 이후 14% 넘게 급락했다.

알파벳, 100년 만기 채권으로 AI 설비투자 1850억 달러 자금 조달

알파벳은 영국 파운드화 표시 100년 만기 채권을 포함한 대규모 복합 채권 발행에 나섰다. 1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테크기업이 100년 만기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1997년 모토로라 이후 처음이다. 100년 채권 시장은 그동안 정부와 대학 같은 기관이 주도해왔고, 기업은 인수합병이나 기술 진부화 위험 때문에 이런 초장기 채권을 거의 찍지 않았다.

KBRA의 고든 커 유럽 거시전략가는 "모든 종류의 투자자를 끌어모으려는 것"이라며 "이 채권을 인수하는 사람은 만기 때 상환받는 사람과 다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배경에는 올해 최대 1850억 달러(약 269조 원)에 이르는 알파벳의 설비투자가 있다. 알파벳은 지난해 11월에도 175억 달러(약 25조 원) 규모 채권을 발행해 약 900억 달러(약 131조 원)의 수요를 끌어모았다. 지난해의 두 배 규모다.

CNBC에 따르면 4대 하이퍼스케일러 올해 설비투자 합산은 7000억 달러(약 1021조 원)에 육박하며, 모건스탠리는 하이퍼스케일러 차입이 올해 4000억 달러(약 583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크레디트사이츠 추산으로 이 가운데 75%인 4500억 달러(약 656조 원)가 AI 인프라에 집중된다. 매출 대비 설비투자 비율(자본 집약도)은 45~57%로 역대 최고 수준에 올랐다.

전력 확보 경쟁…요코하마 해상 데이터센터, 텍사스 1GW 태양광


AI 인프라 급팽창은 전력 확보라는 현실 과제를 함께 키우고 있다. 10일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요코하마항에서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우선(日本郵船)은 유라스에너지홀딩스·요코하마시 등과 공동으로 재생에너지 100%로 가동하는 해상 부유형 데이터센터를 다음 달 하순 운용한다. 폭 25m, 길이 80m의 부유체에 태양광 발전 설비와 축전지, 컨테이너형 데이터센터를 올렸다. 해상풍력 전력을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어 송전 손실이 적고, 해수를 냉각에 활용해 비용도 줄인다. 2030년 상용화가 목표다. 일본 최대 화력 기업 JERA도 요코하마항 내 자사 발전소 부지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본 총무성은 2028년 국내 데이터센터 관련 시장이 5조812억 엔(약 47조 원)으로 5년 만에 80% 넘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에서는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가 구글과 15년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해 텍사스에서 1기가와트(GW) 규모 태양광 에너지를 공급한다. 28테라와트시(TWh) 규모로, 토탈에너지가 미국에서 체결한 재생에너지 PPA 가운데 최대다. 구글의 윌 콘클링 청정에너지·전력 디렉터는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력망은 인프라 확장 때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토탈에너지는 미국에서 육상 태양광, 풍력, 배터리 저장 등 10GW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다.

"AI가 일을 줄이지 않는다"…8개월 추적 결과 '노동 강도 심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가 9일(현지 시각)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한 기술기업(직원 약 200명)을 8개월간 추적한 결과, 생성형 AI 도입이 업무를 줄이기는커녕 일관되게 노동 강도를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주 2회 대면 관찰과 엔지니어링·제품·디자인·연구·운영 전반에 걸쳐 40회 넘는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세 가지 강화 양상이 드러났다. 첫째, 업무 범위가 넓어졌다. AI가 지식 공백을 메우면서 제품 관리자가 코드를 작성하고, 연구자가 엔지니어링을 맡는 등 이전에 외주를 주던 일을 직접 떠안았다. 둘째, 일과 휴식의 경계가 흐려졌다. AI가 작업 시작의 마찰을 줄여 점심시간이나 퇴근 직전에도 "프롬프트 하나"를 보내는 습관이 생겼다. 일부 직원은 "휴식이 더 이상 회복의 느낌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셋째, 여러 AI 에이전트를 동시에 돌리는 멀티태스킹이 늘어 인지 부담이 커졌다. 한 엔지니어는 "AI 덕분에 일을 덜 할 줄 알았는데, 같은 양이거나 더 많이 일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단기 생산성 급증이 조용한 업무량 증가와 인지 피로를 가린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번아웃, 판단력 저하, 이직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조직 차원에서 '의도적 멈춤(intentional pause)', '업무 순서 조정', '인간 연결 보호' 등 'AI 실천 규범'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익 실현 지연되면 'AI 거품' 논쟁 재점화 가능성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25~2027년 하이퍼스케일러 설비투자 누적 규모는 1조1500억 달러(약 1677조 원)로, 2022~2024년 4770억 달러(약 695조 원)의 두 배를 넘는다. 모닝스타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데 전력망은 준비가 안 돼 있다"면서 "그래픽처리장치(GPU) 수명이 예상보다 짧아지면 투자자본수익률(ROI) 목표를 밑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롱보우자산운용의 제이크 달러하이드 최고경영자(CEO)는 "AI에 이 모든 돈을 쏟으면 잉여현금흐름이 줄어든다"며 "최적의 자본·부채 조합을 찾아야 하고, 이것이 CEO와 CFO에게 거액 연봉을 주는 이유"라고 말했다. AI 인프라 투자 규모는 역대 어떤 기술 사이클도 압도하지만, 수익 실현이 지연될수록 현장 노동자의 부담까지 가중되는 현실은 AI 성장 서사의 지속가능성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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