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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 품귀에 HP, 중국 CXMT 검증 착수…삼성·SK하이닉스 영향은

창신메모리, 월 30만 장 생산·6조 원 IPO 추진…한국 업체 단기 수혜·중장기 경쟁 변수
미국 PC 제조업체 HP가 심화하는 DRAM 부족 사태에 대응해 중국 메모리 공급업체 검증에 착수했다. HP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면담에서 아시아와 유럽 일부 지역에 출하하는 제품에 중국 공급업체를 추가로 검증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PC 제조업체 HP가 심화하는 DRAM 부족 사태에 대응해 중국 메모리 공급업체 검증에 착수했다. HP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면담에서 아시아와 유럽 일부 지역에 출하하는 제품에 중국 공급업체를 추가로 검증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PC 제조업체 HP가 심화하는 DRAM 부족 사태에 대응해 중국 메모리 공급업체 검증에 착수했다. HP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면담에서 아시아와 유럽 일부 지역에 출하하는 제품에 중국 공급업체를 추가로 검증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디지타임스가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다만 애널리스트 태 킴은 엑스(X) 게시글에서 이번 움직임은 초기 단계 비상 계획이며 확정된 조달 결정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AIHBM 생산 집중이 일반 DRAM 공급 위축 초래


글로벌 메모리 시장이 긴축 국면에 들어서면서 소비자 기기용 DRAM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 인공지능(AI) 인프라에 사용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주요 공급업체들이 수익성 높은 HBM 제품 생산에 역량을 집중했다. 이에 따라 PC와 소비자 전자제품에 쓰이는 일반 DRAM과 낸드플래시 생산 능력은 제한됐다.

애널리스트들은 메모리 제조업체들이 시장 과열 가능성과 반도체 업계 특유의 호황-불황 순환 우려로 생산 능력 확대에 신중하다고 지적한다. 새로운 투자를 승인하더라도 추가 생산시설이 가동되기까지 수년이 걸린다는 점도 공급 부족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 규모 중국 메모리 생산업체들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DDR5LPDDR5X 제품을 출시했으며, 고속 변형 제품도 포함해 공급이 부족한 소비자 시장 공략에 나섰다. PC 전문매체 Wccftech가 인용한 보고서에 따르면 CXMT2026년까지 DRAM 웨이퍼 생산량을 월 30만 장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 업체는 상하이 증시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며 생산과 연구개발 확대를 위해 약 42억 달러(6조 원)를 조달할 방침이다.

미국 규제가 중국산 메모리 조달 걸림돌


킴 애널리스트는 메모리 칩이 독점 기술이 적용된 AI 프로세서와 달리 상품화가 진행돼 공급 부족 때 기기 제조업체들이 대체 공급업체 검증을 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생산업체들의 공급 제약이 지속되면서 중국 메모리와 플래시 공급업체들이 앞으로 더 널리 채택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규제가 중요한 걸림돌로 남아있다. 미국 국방수권법(NDAA)은 미국 국방부가 CXMT에서 반도체를 사는 것을 금지한다. 따라서 CXMT는 미국 정부 관련 구매에 참여할 수 없다. 현재 상업용 제품은 이런 제한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에서 부품을 사들이는 기업들은 앞으로 미국 정부가 규제를 강화할 경우 추가 통제를 받을 위험에 노출된다.

킴이 인용한 BOA 공시 자료에 따르면 HP가 중국 메모리를 사용하더라도 미국이 아닌 아시아와 유럽에 출하하는 특정 모델에만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 HP2024 회계연도에 전체 매출의 약 56%를 아시아·태평양·일본 지역(24%)과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32%)에서 올렸다. 이런 구조는 기존 규제를 준수하면서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게 한다. 애널리스트들은 이처럼 지역별로 나눠 조달하는 방식이 AI 주도 투자로 메모리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느끼는 압박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중국 업체 성장에 한국 기업 엇갈린 전망


HP의 중국 메모리 업체 검증 움직임은 글로벌 메모리 공급망 재편을 보여주는 사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단기와 중장기적으로 상반된 영향을 줄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공급 부족이 한국 기업들에 수혜로 작용한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6년 생산물량이 이미 완판된 상태다. 삼성전자도 평택 4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HBM과 범용 DRAM으로 생산 여력이 분산돼 공급 여력이 빠듯하다. KB증권은 지난해 4분기 고객사들의 DRAM 수요 충족률이 60%에 그쳤고, 서버용 DRAM50%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이런 공급 부족으로 DRAM 가격이 급등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54분기 PC DRAM 계약 가격은 공급 부족과 OEM 업체들의 재고 확보 경쟁으로 인해 전 분기 대비 약 38~43% 급등했다. 2026년 초 전망한 보고서는 20261분기 일반 DRAM 계약 가격이 전 분기 대비 최대 55~60%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AI 서버 수요 증가로 인해 제조사들이 생산 역량을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서버용 DDR5에 집중하면서 범용 DRAM 공급이 극도로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대만 반도체 설계업체 이트론테크놀로지 니키 루 회장은 메모리 공급사들이 고객에게 DRAM을 선별해 배분하고 있으며, 고객사들이 할당받은 물량에 감사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는 공급 우위가 수요측에서 공급측으로 완전히 이동했음을 보여준다고 IT 전문매체 Wccftech가 지난해 12월 보도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CXMT 같은 중국 업체들의 시장 잠식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RAM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점유율은 20243분기 6.0%에서 20253분기 10.1%로 두 자릿수에 진입할 전망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CXMTDRAM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3분기 3%에서 올해 2분기 5%로 상승했으며 2027년에는 10%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기술 격차는 여전히 크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CXMT 주력 공정의 수율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3사와 비교해 약 42% 낮다. CXMT는 웨이퍼당 생산량이 적고 수율이 낮아 실제 생산량이 설비 용량의 50%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이 보고서는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기술 격차가 거의 없는 범용 메모리를 중심으로 물량 공세에 나서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AI 수요와 범용 메모리 수요가 동시에 커지면서 생산 능력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4DDR5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역량을 집중하며 기술 격차 유지에 나서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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