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없어 멀쩡한 기체 뜯는 '동족포식' 일상화…공급망 붕괴에도 록히드 성과급 논란
트럼프 "주주 배당보다 설비 투자 우선" 초강수…국방예산 1.5조 달러 증액 압박
트럼프 "주주 배당보다 설비 투자 우선" 초강수…국방예산 1.5조 달러 증액 압박
이미지 확대보기세계 최대 무기 획득 사업으로 불리는 F-35 라이트닝 II 프로그램이 심각한 운영 위기에 직면했다. 제작사 록히드마틴이 2025년 한 해 191대를 생산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내세웠지만, 미 국방부 감사관실은 실제 전력 가동률이 절반에 불과하다며 '총체적 관리 부실'을 지적했다.
사업 전 생애 주기에 투입될 비용만 2조 달러(약 2800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그램이 정작 전장에서는 제대로 날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가동률 50%의 현실…"부품 없어 동족포식"
미국 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The National Interest)가 11일(현지 시각) 인용한 국방부 감사관실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4회계연도 기준 F-35의 임무 가능률(Mission Capable Rate)은 평균 50%에 그쳤다. 미군이 보유한 F-35 두 대 중 한 대는 연중 절반 이상을 격납고에서 보내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국방부가 제시한 최소 성과 기준보다 17%포인트 낮은 수치다.
감사관실은 핵심 원인으로 부품 공급망 붕괴를 꼽았다. 정비 부대에서는 필요한 부품을 제때 받지 못해, 멀쩡한 다른 기체에서 부품을 떼어 고장 난 기체를 살리는 이른바 '동족포식(Cannibalization)'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국방부가 2024년 6월 록히드마틴과 체결한 약 16억 달러(약 2조3000억 원) 규모의 기체 유지·보수(AVS) 계약에 가동률 등 정량적 성과 지표와 제재 조항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국방부가 계약자 성과를 충분히 감독하지 않았고, 저조한 성과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묻지 않았다"고 직격했다.
생산은 늘었는데…유지·보수는 '병목'
록히드마틴은 생산량 증가를 성과로 내세우지만, 감사관실의 시각은 정반대다. 생산된 기체를 '지속적으로 띄울 수 있는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숫자 증가는 전력 강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부품 표준화 실패가 장기화되면서, F-35는 고급 무기일수록 유지·보수가 더 어려워지는 역설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의 경고…"배당보다 설비 투자"
트럼프 대통령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성과 부진 기업을 식별해 시정 조치를 취하고, 필요할 경우 임원 보수 상한선 설정까지 검토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는 사실상 방산 대기업을 겨냥한 '성과 미달 시 제재' 카드다.
1.5조 달러 국방예산…당근과 채찍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당근'도 꺼냈다. 그는 2027회계연도 국방예산을 현재보다 5000억 달러 늘린 1조5000억 달러(약 2100조 원)로 편성하겠다고 예고했다. 관세 수입을 재원으로 삼아 압도적인 군사력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예산 확대의 전제 조건이 성과와 공급망 정상화로 명확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감사 보고서는 F-35 문제가 단순히 특정 기업의 성과 부진을 넘어, 미국 방위산업 전반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라는 평가를 낳고 있다. 생산 대수는 늘었지만, 정작 전장에서 즉각 투입할 수 있는 전력은 부족한 모순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F-35 사태는 첨단 무기일수록 공급망·정비·운용을 포함한 '전체 생태계'가 핵심이라는 교훈을 다시 보여준다"며 "향후 미 국방 정책의 초점은 '몇 대를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용하느냐'로 옮겨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상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1234@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