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부·무역대표부, 301·122·232조로 전환 검토…차 관세 유예했지만 수입업계 타격 지속
"관세는 경제정책 핵심"…법적 공백 생겨도 즉각 대체안 마련 방침
"관세는 경제정책 핵심"…법적 공백 생겨도 즉각 대체안 마련 방침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는 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관세 조치를 위법으로 판단할 경우, 무역법 301조와 122조를 활용해 관세를 재부과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우리는 항상 방법을 찾는다"며 패소 시에도 관세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백악관 대변인 쿠시 데사이는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비상 관세 권한을 합법적으로 행사했으며,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도 "행정부는 미국의 역사적 무역 적자를 해결하고 제조업을 복원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항상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 앞두고 대체 관세 수단 준비
트럼프 행정부가 준비하는 대체 수단에는 여러 한계가 있다. 301조는 불공정 무역 관행에 보복 조치를 할 수 있지만 통상 장기간의 조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브라질을 상대로 이미 301조 조사에 착수했으며, 1기 행정부 때 중국산 제품 일부에 부과한 301조 관세도 유지하고 있다.
122조는 대통령에게 최대 15%의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주지만 150일간만 유효하다. 트럼프 무역 자문인 피터 나바로는 올해 초 이 기간 제한 때문에 122조에 크게 의존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케빈 해셋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13일 블룸버그가 주최한 워싱턴 이코노믹 클럽 행사에서 "현재 정책을 대체 권한으로 재현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대법원이 불리한 판결을 내려도 301조나 122조 권한으로 수입세를 재부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해 철강과 자동차 등 분야에 국가 안보를 이유로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행정부는 새로운 조사를 발표하고 추가 관세를 시행하고 있으며, 완제품으로 적용 범위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전직 미국 무역 협상가 웬디 커틀러는 지난달 소셜미디어에 "행정부가 IEEPA가 위헌 판결을 받을 경우를 대비한 플랜B의 일환으로 232조를 활용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232조가 머지않아 미국 제조업 기반 대부분을 포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880억 달러 환급 가능성에 공급망 혼란 우려
대법원이 IEEPA 관세를 무효화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징수한 관세 880억 달러(약 129조 원) 이상을 환급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이코노믹스가 추산했다.
현재 미국의 총 실효 관세율은 약 14.4%이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IEEPA 관세에서 비롯됐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대법원이 국가별 관세를 무효화하면 대부분의 관세가 결국 완전히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제임스 블레어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지난 18일 블룸버그 거버먼트 주최 행사에서 "행정부가 소송에서 승소할 확률을 50대 50 또는 그 이상으로 본다"며 "패소하더라도 관세를 복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은 기존 권한으로 다른 수단을 통해 관세를 재부과할 도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카토연구소의 스콧 린시컴 부소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즉시 관세를 재부과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모든 것을 다시 조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새로운 조치들이 신속한 소송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며 "행정부가 122조 관세를 동시에 부과하거나, 기한 전에 취소한 뒤 새로운 기한으로 재부과할 수 있는지, 환급을 피하기 위해 소급 적용할 수 있는지 등 새로운 법적 문제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차 관세 유예했지만, 중소 수입업체 타격 여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차(茶)를 포함한 농산물 관세를 유예했지만, 미국 차 수입업계는 이미 누적된 피해에서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ABC뉴스가 보도했다.
켄터키주 댄빌에서 엘름우드 인 파인 티를 운영하는 차 마스터 브루스 리처드슨은 "관세가 시스템을 통과하는 데 시간이 걸렸듯이, 시스템에서 빠져나가는 데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관세가 부과된 차가 아직도 우리 창고에서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차 시장은 가족 농장부터 전문 수입업체, 소규모 차 전문점과 티룸에 이르기까지 주로 중소기업들이 담당하고 있다. 올해 관세 공세 속에서 이들 업체는 선반에서 일부 차가 사라지고, 창고에서는 불확실성과 운영상 어려움에 시달렸다.
매사추세츠주 액턴의 마크 T. 웬델 티 컴퍼니를 운영하는 하틀리 존슨은 "지난해에는 없던 관세로 지출한 돈을 모두 합치면 직원 한 명을 더 고용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그의 가격은 과거 1년 이상 유지됐지만, 관세 비용을 감당하다가 결국 가격 인상에 나섰다. 가장 인기 있는 대만산 훈제차 후콰의 가격은 파운드당 26달러(약 3만 8200원)에서 46달러(약 6만 7600원)로 꾸준히 올랐다.
'대표 없는 과세' 비판…업계 일부는 폐업까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집계한 가장 최근인 지난 7월 자료에 따르면, 차는 평균 12% 이상의 세율로 과세됐다. 이는 1년 전 0.1%에도 못 미치던 것에 비해 크게 오른 수치다. 해당 달 한 달 동안만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이 지불한 차 수입세가 600만 달러(약 88억 원)를 넘어, 과거 기록상 어떤 연간 관세액보다 많았다.
보스턴 티 파티 선박 박물관 자문위원인 리처드슨은 "다시 한번 대표 없는 과세"라며 "우리의 요구와 필요, 목소리가 대변되지 않고 있다. 의회는 대통령이 조지 3세처럼 행동하도록 단순히 허용해 이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7개월간 차 수입업체들이 납부한 관세는 총 1960만 달러(약 288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거의 7배 증가했다.
미국은 전 세계 국가들로부터 차를 수입하고 있으며, 연간 수십억 파운드를 소비한다. 미국 차 재배자 연맹의 앤젤라 맥도널드 회장은 "우리는 산업 기반이 없으며 하루아침에 만들어낼 수도 없다"고 말했다.
관세 유예 조치가 너무 늦어 일부 업체는 이미 문을 닫았다.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둔 인터내셔널 티 임포터스는 관세가 견딜 수 없는 현금 흐름 압박을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브렌던 샤 최고경영자(CEO)는 "재고뿐 아니라 관세까지 자금을 조달하면서 과도한 부채를 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가 35년 된 이 회사가 직면한 유일한 문제는 아니었지만, 관세가 없었다면 살아남았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 직격탄…환율 급등에 수출 불확실성 증폭
대법원의 IEEPA 관세 무효 판결은 한국 기업들에게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은 지난 10월 한미 무역 협상을 통해 당초 25%였던 상호관세를 15%로 낮췄다. 하지만 IEEPA 자체가 무효화될 경우 기존 무역 합의 자체의 법적 근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트럼프 관세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국가 6위에 올랐다. 베트남, 캐나다, 멕시코, 스위스, 태국에 이어 한국이 관세 충격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1000대 기업 가운데 수출 기업 15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기업들은 트럼프 정부 관세정책의 잦은 변경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24.9%)와 관세 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 악화(24.0%)를 가장 큰 경영 애로로 꼽았다. 기업들은 미국 관세 정책이 지속될 경우 올해 수출이 4.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관세 불확실성은 환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월 트럼프 상호관세 발표 이후 1470원대까지 급등했으며, 전문가들은 1500원 돌파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 인상으로 이어져 국내 소비자의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다만 일부 긍정적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대미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다. 반도체 수출이 26.5%, 승용차 수출이 22.9% 늘어나며 관세 충격을 일부 상쇄하고 있다.
코트라는 아세안, 유럽연합(EU), 대만 등으로 수출 시장이 다변화되면서 올해 10월까지 전체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5792억 달러(약 853조33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은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에서도 수출 시장 다변화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