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놓고 이날 처음으로 열린 대법원 심리에서 보수 성향의 대법관 세 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무한대의 관세 권한을 갖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을 드러냈고, 진보 성향 대법관들도 같은 시각을 보이면서 대통령 권한이 제한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미국 헌법에 따르면 관세 부과 권한은 미 의회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1977년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이 대통령에게 수입 규제 권한을 준 만큼 관세도 포함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중소기업과 민주당 성향 주 정부들은 이 법이 관세를 언급한 적 없고, 어떤 대통령도 이를 근거로 관세를 부과한 사례가 없다며 권한 남용이라고 맞서고 있다.
◇ “어떤 나라, 어떤 상품, 어떤 기간에도 가능하다는 의미냐”
이날 심리에서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대법관은 “국민의 주머니에서 세금을 꺼내는 과세 권한은 지역 대표자인 의회가 행사해야 하는 것이 원칙 아니냐”고 말했다.
역시 보수적인 성향으로 알려진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과 존 로버츠 대법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해석대로라면 대통령이 어떤 국가와 어떤 상품에도 얼마든지 관세를 매길 수 있게 된다며 법 취지와의 괴리를 지적했다.
◇ “향후 10년간 약 3조 달러 충격…중소기업 파산 위기”
이번 소송은 두 가지 관세가 핵심이다.
첫째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약 밀수 비상사태’를 선언한 뒤 캐나다·중국·멕시코 수입품에 부과한 관세, 둘째는 올해 4월 발표한 전 세계 대상 상호관세다.
이의제기자들은 이번 관세 조치로 향후 10년간 약 3조 달러(약 4323조 원)의 경제적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미 재무부가 지금까지 이미 약 900억 달러(약 129조6900억 원)의 관세를 거둬들였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패소할 경우 대규모 환불 분쟁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 바이든 학자금 판결과 같은 기준 적용될까
원고들은 대법원이 지난해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의 학자금 4000억 달러(약 576조4000억 원) 탕감 계획을 뒤집은 논리를 강조하는 입장이다. 즉 경제적 파급이 거대한 정책은 법에 명시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중대 질문 원칙(major questions doctrine)'이 이번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정부 측은 관세가 외교정책의 핵심 수단이므로 법원이 대통령 판단을 쉽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보수 성향의 브렛 캐버노 대법관과 로버츠 대법원장도 외교 권한은 전통적으로 폭넓게 인정돼 왔다며 이 주장을 일정 부분 받아들일 가능성을 보였다.
◇ 패소해도 관세는 중단되지 않는다
AP는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패소하더라도 다른 법률을 사용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가능하다”면서 “다만 지금과 같은 속도·범위·기간을 유지하기 어려워 제약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최종 판결은 수주 또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후 강하게 밀어붙인 대외 무역·통상 정책 가운데 처음으로 대법원의 심판대에 정면으로 오른 사안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