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일본 엔화 환율이 외환시장에서 2월 이후 처음으로 달러 대비 155엔을 향해 서서히 하락하면서 일본 주식시장에서는 엔저가 가져오는 부작용에 대한 경계감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블룸버그는 일본의 엔저는 글로벌기업의 해외 수익을 끌어올리는 한편, 외국인 여행객들의 일본 방문을 이끄는 긍정적 요인이 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원자재나 연료 등 수입 비용 상승을 초래해 소비나 내수 기업의 수익에는 부정적 요인이 되기 쉬워 명암이 엇갈린다고 분석했다.
엔화 환율은 10월 30일 달러 대비 약 9개월 만에 최저치인 154엔대를 기록했다. 향후 155엔을 넘어 엔화 약세가 더 진행될 경우 일본 주식의 상승 억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경계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일본은 155엔 가까이 엔저가 진행됐고 도쿄증시 주가지수(TOPIX, 엔화 기준)가 미국 S&P500 주가지수 성과를 상회했지만 155엔까지 떨어지자 성과를 밑돌았다.
TOPIX가 당시 성과가 악화된 이유 중 하나로 시장에서 거론되는 것은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환율 개입 위험이다. 일본 통화 당국은 지난해 4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4차례에 걸쳐 엔화 매수·달러 매도 개입을 실시했다. 7월 상순 엔화는 1986년 이후 최저인 161.95엔을 기록한 뒤, 9월에는 139엔대까지 급반등하기도 했다.
픽테 재팬 이토시마 다카토시 전략가는 “엔화 약세가 지나치게 진행되면 정부·일본은행이 대응을 강요받는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라며 “155엔을 넘는 엔화 약세는 주식시장에도 부담이 될 수 있으며, 부작용이 크다는 점은 적극 재정파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도 인식하고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가타야마 사츠키 재무상은 10월 31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환율 시세가 “상당히 일방적이고 급격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과도한 엔화 약세 진행을 견제했다.
더불어 완화적 금융정책 성향으로 여겨졌던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은행의 정책 운영을 두고 제한된 발언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지나친 엔화 약세에 대한 경계감이 배경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이와 자산운용 다테베 가즈요시 수석 전략가는 “엔화 가치가 154엔이 마지노선이며, 155엔을 넘어 160엔에 근접하는 국면에서는 실질 임금을 낮추는 등 일본 경제에 대한 부작용이 두드러지고, 주식 시장도 긍정적으로 볼 수 없게 되지 않을까”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10월 4일 이후 엔화는 달러 대비 4.3% 하락했으며, 주요 10개 통화 중 하락률이 가장 높다. 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고 실질 임금 하락이 지속되는 가운데 엔화 약세가 더 진행되면 일본 경기 전망에 대한 비관론이 부상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BofA 증권의 아즈키 마사츠구 일본주식 수석 전략가는 “현재 주요 기업의 결산을 보면 엔화 약세가 히타치 제작소, 무라타 제작소, JT 등 일본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의 수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보다 더 엔화 약세가 진행되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의식되기 시작할 것이며, 주식 시장에 있어서 엔화 약세가 주는 긍정적 영향은 점차 희석되어 나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