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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AMD, 인텔 제쳤다…데이터센터 매출 첫 '역전'

3분기 매출 43억 달러로 22% 급성장…인텔은 1% 뒷걸음질 치며 '2인자' 추락
HW·SW 결합한 '풀스택' 전략 적중…MS·메타 등 빅테크 수주 독식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생성형 인공지능(AI) 구동의 핵심 엔진인 데이터센터 반도체 시장에서 역사적인 '권력 교체'가 확인됐다. 만년 2인자로 불리던 AMD(Advanced Micro Devices)가 '반도체 제국' 인텔(Intel)을 데이터센터 매출에서 앞지른 것이다. AI 인프라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에 확인된 두 기업의 실적 엇갈림은, 반도체 시장의 패권이 CPU(중앙처리장치)에서 GPU(그래픽처리장치)로, 그리고 인텔에서 AMD로 완전히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지난 22일(현지시각) 글로브앤메일 등 외신 분석을 종합하면, 2025년 3분기는 AMD와 인텔의 위상이 뒤바뀐 분기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AMD 데이터센터 부문은 주력 AI 가속기인 '인스팅트(Instinct) MI300' 시리즈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매출 43억 달러(약 6조 3000억 원)를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2% 폭증한 수치다. 반면, 인텔 데이터센터 사업부는 같은 기간 매출 41억 달러(약 6조 원)에 그치며 1% 역성장했다. 전 세계적인 AI 붐이라는 거대한 순풍 속에서도 인텔이 뒷걸음질 친 사이, AMD가 그 빈자리를 꿰차며 명실상부한 '매출 역전'을 이뤄낸 셈이다.

AMD의 약진은 철저한 '추격자 전략'의 승리다. 엔비디아가 호퍼(Hopper)와 차세대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로 시장을 리드하는 동안, AMD는 2023년 4분기 MI300 시리즈를 적시에 출시하며 유일한 대안으로 부상했다. 신제품 출시 불과 6개월 만에 인텔과 대등한 매출 규모를 확보하더니, 이번 분기에는 기어이 인텔을 추월하며 시장 판도를 '엔비디아-AMD 양강 체제'로 재편했다.

'백화점식' 인텔 vs '풀스택' AMD…전략이 승패 갈랐다

전문가들은 이번 역전극의 배경으로 '생태계 전략'의 차이를 꼽는다. 인텔이 다양한 하드웨어를 나열하는 '백화점식' 다각화에 머물렀다면, AMD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수직 계열화하는 '풀스택(Full-stack)' 전략을 구사했다. AMD는 GPU·CPU 하드웨어에 자체 소프트웨어 플랫폼 'ROCm(Radeon Open Compute)'을 결합해 개발자들에게 제공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쿠다(CUDA)'로 강력한 개발자 생태계를 구축해 고객을 묶어두는 '락인(Lock-in) 효과'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이 전략은 적중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메타(Meta Platforms), 오라클(Oracle), 오픈AI(OpenAI)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잇달아 AMD의 인스팅트 가속기를 대규모로 도입하고 있다. 기업들이 AI 설비투자를 늘릴수록, 준비된 플랫폼을 갖춘 AMD의 영향력은 비례하여 확대되는 구조다. 반면, 인텔은 혁신 경쟁에서 밀리며 단순 부품 공급사로서의 입지조차 흔들리고 있다.

인텔, 엔비디아 하청 자처?…파운드리 점유율 1% 미만 '참패'


수세에 몰린 인텔은 '적과의 동침'이라는 고육지책까지 꺼내 들었다. 최근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 및 소프트뱅크의 자금 지원과 연계해 인텔에 50억 달러(약 7조 36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인텔이 엔비디아를 위한 차세대 CPU 아키텍처를 설계해 주는 조건이다. 이는 인텔에 단기적 자금 수혈이 될 수는 있으나, 업계에서는 인텔이 주도권을 잃고 엔비디아의 '하청 기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도 보낸다.

무엇보다 인텔 재건의 핵심 축이었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참패가 뼈아프다. 빅테크 기업들이 인텔 대신 대만의 TSMC를 선택하면서 양사의 격차는 절망적인 수준으로 벌어졌다. AI 혁명이 진행되는 동안 TSMC의 파운드리 점유율이 56%에서 68%로 치솟으며 독주 체제를 굳힌 반면, 인텔의 점유율은 1% 미만으로 추락하며 사실상 존재감을 상실했다.

월가에서는 현시점에서 AI 데이터센터 전쟁의 승자로 주저 없이 AMD를 지목한다. 매 분기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영토를 확장하는 AMD와 달리, 인텔은 여전히 구조조정과 회생을 모색해야 하는 '턴어라운드(회생 대상)' 기업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수조 달러 규모로 팽창하는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에서, 준비된 강자 AMD와 위기의 인텔, 두 기업의 격차는 앞으로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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