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애플이 14년 만에 최고경영자(CEO) 후계를 준비 중이다.
현재 65세인 팀 쿡 CEO의 임기가 끝나가면서 내년 초 쿡이 새 CEO에게 자리를 넘겨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애플 최대 행사인 ‘세계 개발자 회의(WWDC)’를 차질 없이 준비할 수 있도록 쿡이 서둘러 후임자에게 자리를 물려줄 것으로 보인다.
쿡은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어 애플을 시가총액 4조 달러짜리 기업으로 끌어올렸으나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에서 밀리는 등 후임자에게 큰 숙제도 남겼다.
차기 CEO는 애플의 아성을 지키면서도 쿡이 풀지 못한 숙제를 풀어야 하게 됐다.
한편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애플 비관과 낙관이 혼재한다.
하드웨어 책임자 터너스가 유력 후보
쿡은 CEO 재임 기간 애플 시총을 4조 달러로 끌어올렸고, 매출 5000억 달러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무엇보다 쿡은 애플의 서비스 부문을 연간 1090억 달러짜리 핵심 사업부문으로 키워냈다.
그의 후계자로 사실상 확정된 인물은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인 존 터너스(50)다. 쿡의 후임으로 유력했던 제프 윌리엄스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은퇴한 터라 터너스가 거의 유일한 내부 승계자로 부상했다.
터너스는 20여년 전인 2001년 애플에 입사해 아이폰, 아이패드, 에어팟 등 주요 제품 개발에 참여해 애플 속 사정에 누구보다 밝다.
특히 그는 애플 시네마 디스플레이 뒷면 나사 홈의 개수까지 지적을 할 정도의 완벽주의자로 애플의 사풍을 대변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쿡과 함께 일정 기간 공동 CEO를 맡는 승계 과정을 거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숙제
터너는 쿡이 떠나면 곧바로 그가 남긴 숙제를 풀어야 한다.
우선 대규모 반독점 소송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
애플은 지난해 3월 미국 법무부와 16개 주 법무장관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이들은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소비자, 개발자, 경쟁자를 해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쟁점은 아이폰을 중심으로 한 애플의 페쇄적인 생태계가 경쟁을 방해했다는 주장이다.
애플 워치는 아이폰에서만 완전하게 작동하도록 설계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애플 워치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았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앱스토어에서는 애플페이 외 다른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 등도 쟁점이다.
애플이 소송에서 패하면 애플 사업 관행은 강제로 변경될 수 있다.
쿡 후임은 무엇보다 AI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애플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알파벳 산하 구글은 이미 수년 전부터 AI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이를 제품에 통합했다.
반면 애플은 자체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애플은 AI 소프트웨어 개발 대신 반도체 같은 하드웨어 개발에 주력해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비판에도 직면해 있다.
애플이 AI 혁신에 실패하면 장기 성장 모멘텀을 잃고 추락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결국 쿡 후임의 최대 숙제는 ‘AI 낙오자’라는 오명을 벗는 일이다.
후임자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숙제는 차세대 히트작 부재다.
아이폰은 이제 개량형만 나올 뿐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애플은 폐쇄적인 생태계 덕에 사용자들의 재구매 성향이 높기는 하지만 외연을 확장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견 갈리는 애널리스트들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AI 경쟁력 부재 속에서도 대체로 애플 아이폰17 수요 호조와 서비스 부문 안정성을 근거로 낙관적인 전망이 많지만 부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팩트세트에 따르면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의 애플 목표주가 평균은 283.50달러 수준이다. 애플의 21일 마감가 271.49달러보다 고작 4.4% 높다.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는 뜻이다.
골드만삭스와 웰스파고는 아이폰17 수요 호조를 이유로 지난달 애플 목표주가를 각각 279달러, 290달러로 상향 조정했고, 루프캐피털은 315달러로 높였다.
이들은 애플이 충성도 높은 아이폰 생태계와 서비스 부문의 안정적인 현금 흐름으로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제프리스는 지난달 초 애플 추천의견을 보유에서 실적하회(매도)로 낮췄다. 목표주가는 205.16달러였다. 애플이 AI 혁신 경쟁에서 뒤처졌고, 반독점 소송 등 독점 규제에 따라 애플 핵심 사업 모델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