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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삼성, 20만장 '물량 폭탄'으로 HBM 판 다시 짠다

멈췄던 평택 P5 재가동…2026년까지 '1c D램' 20만장 쏟아부어 승부수
하이닉스 "2026년 물량도 완판"…견고한 엔비디아 동맹으로 '수성' 자신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패권 탈환을 위해 '물량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2년간 SK하이닉스에 내줬던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차세대 10나노급(1c) D램 생산량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초격차 DNA'를 다시 꺼내 든 것이다. 삼성은 평택 라인을 풀가동해 압도적인 생산 능력(CAPA)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SK하이닉스는 이미 확보된 고객 신뢰와 기술력으로 수성에 나서는 형국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각) 디지타임스 아시아와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2026년 말까지 1c D램의 월 웨이퍼 투입량을 20만 장 수준으로 확대하는 공격적인 로드맵을 확정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과거 반도체 슈퍼사이클(대호황) 당시 단행했던 투자 규모를 넘어서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삼성이 사활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압도적 물량으로 제압한다"


삼성전자의 전략은 명확하다.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2025년 말 6만 장, 2026년 2분기 8만 장을 추가해 2026년 말에는 총 20만 장 체제를 완성한다. 현재 삼성의 전체 D램 월 생산량이 약 65만~70만 장임을 감안하면, 단일 공정(1c)만으로 전체의 30%를 채우겠다는 파격적인 결정이다. 지난 2022년 반도체 호황기 당시 증설 규모(13만 장)와 비교해도 이번 계획은 훨씬 공격적이다.

이 같은 결단 배경에는 수율 안정화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1c D램 수율은 70% 궤도에 올랐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HBM4(6세대) 초기 제품 수율도 마의 50% 벽을 돌파했다. 이는 양산 준비가 사실상 끝났음을 의미한다.

삼성은 지난 16일 발표한 450조 원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과 맞물려, 평택 캠퍼스를 AI 반도체의 전초기지로 삼을 태세다. AI 서버 시장이 커질수록 HBM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고용량 범용 D램 수요도 폭증하기 때문에, '1c D램'이라는 기초 체력을 키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복안이다.

평택 P5, HBM4 핵심 기지로


삼성의 절박함과 의지는 평택 P5 공장 공사 재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약 2년 가까이 멈춰 섰던 P5 공장 크레인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길이 650m에 달하는 P5는 기존 P4보다 클린룸을 대폭 늘려(6개), 삼성 반도체 팹 중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P5는 단순한 메모리 공장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이곳을 HBM4와 최첨단 파운드리가 혼재된 '하이브리드 팹'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HBM4부터는 메모리 칩 하단에 들어가는 '베이스 다이'에 초미세 로직 공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P5가 완공되면 평택 캠퍼스는 10만 명 이상의 인력이 상주하는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로서의 위용을 갖추게 된다.

하이닉스 "2026년 물량 이미 완판"


삼성의 맹추격에도 'HBM 챔피언' SK하이닉스의 방어막은 견고하다. SK하이닉스는 내부적으로 2026년산 메모리 물량까지 사실상 '완판(Sold Out)'을 선언했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빅테크 고객사들이 2026년 물량 확보를 위한 선주문을 이미 마쳤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 D램 생산 증가율(Bit Growth)이 20%를 웃돌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에 탑재될 HBM4 역시 올 4분기 출하를 시작하며 기술 격차를 과시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청주 M15X 신규 팹과 용인 클러스터, 미국 인디애나 패키징 공장 등 '한·미 삼각 생산 체제'를 구축해 삼성의 물량 공세에 맞불을 놓을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1c D램 20만 장이라는 거대한 물량을 쏟아내는 2026년이 시장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삼성의 '물량 공세'가 HBM 시장의 판을 뒤집을지, 아니면 SK하이닉스의 '기술 요새'가 굳건히 버틸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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