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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엔비디아 94% 매출 폭등의 그늘…'모바일 칩' 싹쓸이에 D램값 2배 뛴다

3분기 매출 351억 달러 '사상 최대'…서버에 스마트폰용 LPDDR 심는 '변칙' 승부수
젠슨 황 "5000억 달러 자신" 호언장담 뒤엔…삼성·SK 'HBM·LPDDR 동시 증산' 비명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AI 황제' 엔비디아가 또다시 시장의 예측을 뛰어넘는 괴력을 과시했다. 19일(현지시각) 발표된 2025 회계연도 3분기 실적에서 엔비디아는 전년 동기 대비 94% 폭등한 351억 달러(약 51조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AI 거품론'을 실력으로 잠재웠다. 순이익 역시 109% 증가한 193억 달러(약 28조 원)를 달성, 사실상 경쟁자가 없는 독주 체제를 굳혔다.
그러나 화려한 실적 잔치 뒤편에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는 서늘한 공포가 감돌고 있다. 엔비디아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서버용 메모리 전략을 전격 수정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전력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 서버용 D램 대신 스마트폰에 쓰이는 'LPDDR(저전력 메모리)'을 대거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엔비디아의 '구매 파워'가 모바일 칩 시장으로 쏠릴 경우, 2026년 말 메모리 가격이 2배로 폭등할 것이라는 경고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데이터센터 112% 폭주…'모바일칩 블랙홀'


이날 발표된 실적의 핵심은 단연 '데이터센터' 부문이다. 전체 매출의 88%에 달하는 308억 달러(약 45조 원)가 이곳에서 나왔다. 전년 대비 112%라는 경이적인 성장세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들이 앞다퉈 엔비디아의 '호퍼(Hopper)' 플랫폼과 생성형 AI 칩을 사들인 결과다.

문제는 이 폭발적인 성장세가 곧 메모리 시장의 '블랙홀'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엔비디아의 이번 호실적이 역설적으로 메모리 공급망의 대혼란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의 핵심인 '전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차세대 서버 설계에 LPDDR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스마트폰 1대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거대한 용량의 LPDDR이 AI 서버 1대에 들어간다. 엔비디아의 매출 폭증은 곧 서버 출하량의 급증을 의미하며, 이는 모바일용 메모리 칩의 씨가 마를 수 있다는 강력한 시그널이다. 보고서는 "엔비디아의 LPDDR 전환은 거대 스마트폰 제조사 수십 개가 동시에 생겨난 것과 맞먹는 파급력"이라며 "이는 공급망이 감당할 수 없는 '지진(Seismic shift)'과 같다"고 진단했다.

삼성·SK 'HBM·LPDDR' 이중고


젠슨 황 CEO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차세대 칩 '블랙웰'과 '루빈'을 통해 2026년 말까지 누적 5000억 달러(약 734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의 야망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제조사들엔 '풀기 힘든 고차 방정식'을 던졌다.

현재 메모리 빅3(삼성·SK·마이크론)는 AI 가속기에 필수적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수익성이 낮은 구형 D램 라인을 줄이고 HBM 라인을 증설하는 데 여념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엔비디아가 LPDDR까지 대량으로 요구하기 시작하면 제조사들은 '삼중고'에 빠진다. HBM도 부족하고, 일반 서버용 DDR5도 필요한데, 모바일용 LPDDR 라인까지 늘려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제조사들이 엔비디아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생산 능력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저사양 제품부터 고사양 제품까지 전방위적인 '공급 절벽'이 발생할 것"이라며 "현재 저사양 시장의 공급 부족(Tightness)이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우려했다.

2026년 '비용 폭탄' 경고등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시간 외 거래에서 소폭 하락했다. 시장 기대치가 워낙 높았던 탓도 있지만, 과잉 투자와 AI 수익 모델에 대한 일말의 불안감이 반영된 탓이다. 여기에 메모리 가격 폭등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 AI 생태계의 비용 부담은 한계치에 다다를 수 있다.

보고서는 서버용 메모리 가격이 2026년 말까지 2배, 전체 메모리 평균 가격은 내년 2분기까지 50% 이상 급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엔비디아 칩을 사느라 이미 천문학적인 돈을 쓴 빅테크 기업들이, 이제는 치솟는 메모리 가격과 전력 비용이라는 '2차 청구서'를 받아들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엔비디아의 화려한 성적표는 AI 시대의 도래를 증명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한정된 반도체 자원을 둘러싼 처절한 쟁탈전이 시작됐다. 젠슨 황이 쏘아 올린 공이 메모리 시장의 '슈퍼 사이클'을 넘어선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불러올지 전 세계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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